(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박은석에게 연극 ‘파우스트’는 고전 작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게 한 작품이다.
박은석은 “‘파우스트’는 무겁고 어렵고 거대한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다. 굵직한 고전을 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어 출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연극을 해왔던 저로서는 또 다른 도전이지 않을까 했어요. 새로운 알을 깨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보통은 한 분이 젊은 파우스트와 늙은 파우스트를 해오셨는데 저희는 분리한 거거든요. 유인촌 선배님의 젊은 버전이어서 부담감이 있는데 선배님이 리드해주셔서 많이 도움을 받고 있어요.”
연극 ‘파우스트’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담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까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1막에서 늙은 파우스트(유인촌 분)가 이런 얘기를 해요. 자기 몸 안에 두 가지 영혼이 있다고, 저 하늘의 모든 지식과 천상의 모든 걸 갖고 싶으면서도 지상의 쾌락을 느끼고 싶다고요. 그 두 영혼의 존재감을 많이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렌첸(원진아)과의 숲, 동굴신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메피스토(박해수)의 말에 홀려 약을 받는 부분에서의 내적인 밀당은 젊은 파우스트의 고민이자 현대인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고 싶은 모든 현대인을 비추는 작품이에요.”
박은석은 늙은 파우스트가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유인촌의 파우스트를 보면서 젊은 파우스트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연출님이) 완전히 젊어져 완전히 다른 캐릭터처럼 보이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LED도 1막은 흑백이고 2막은 컬러로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연습실에서 선생님을 보다 보니 그걸 놓치고 갈 수 없겠더라고요. 그레첸과 장밋빛 로맨스를 나눌 때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어도 숲과 동굴, 들판에서 메피스토(박해수)와 바위 위에 올라가 대치하고 마지막 감옥에서는 늙은 파우스트의 감성과 말투가 나와야겠다 싶어 연습실에서 선생님 것을 자연스럽게 흡수했죠.
일부러 의도해 그런 건 아니지만 두 달 반 동안 거의 매일 함께하고 있다 보니 저도 선생님의 연기나 톤이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가져오게 됐어요. 작문이나 고전적인 문맥은 선생님의 화술이나 딕션, 톤을 가지고 가는 게 맞겠다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흡수하는 게 어려웠지만 공연하면서 이게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극이 재밌을 것 같기도 했고 젊어졌지만 영혼은 늙은 파우스트이기 때문에 메피스토에게 지시할 때도 선생님 톤으로 나오는 게 재밌을 듯했어요. 그레첸과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랑에 빠진 청년처럼 표현하고 싶어 그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박은석을 비롯해 베테랑 유인촌과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인기를 누린 박해수, 연극에 첫 도전하는 원진아가 원캐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일단 원캐스트를 너무 오랜만에 해 체력적으로도 조절이 필요하더라고요. 매일 하고 토요일에 2회하고 일요일도 해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해요. 확실히 예전과 회복 속도가 달라요. 예전에는 하루 이틀이면 되는데 사흘 걸리는 것 같고 그래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요.
뮤지컬은 아닌데도 목 관리도 필요하고요. (박)해수 형도 1, 2막 다 나오시고 유인촌 선생님도 1막부터 장황한 대사들을 하시고 극장도 커서 연극 발성을 계속 해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원캐스트가 단점인데 변수가 적고 케미가 더 좋아지고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에요.”
2주가량 연극 ‘파우스트’ 무대에 오른 박은석은 “이런 연기도 가능하구나 싶었다”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로 작품뿐만 아니라 이런 작품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었으면 해요. 무엇보다 이때까지 본 '파우스트' 중에 재밌는 '파우스트'였다는 점에서 성공한 게 아닌가 해요.
매일 1300석의 관객석이 차다 보니 매일 첫 공연하는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배우들이 로딩이 되고 조금씩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관객의 기운이 매일 새로워 더 채우려고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