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유인촌과 박해수가 '파우스트'로 만난다.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2층 리허설룸에서 연극 '파우스트'의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양정웅 연출과 배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이 참석했다.
'파우스트'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그의 청년 시절부터 고전주의에 심취해 있던 중년, 이상향을 꿈꾸던 노년까지, 대문호 괴테가 그리던 일생의 사유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의 '파우스트'에서는 비극 Part.1의 내용을 다룬다.
'파우스트'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않은 파우스트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며 방황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예정이다.
유인촌은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환멸감을 느끼는 노학자 파우스트 역, 박해수는 파우스트와 그의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는 악마 메피스토 역, 박은석은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 역,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여성 그레첸 역을 연기한다.
유인촌은 1996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은 이후 27년 만에 동명의 작품에서 파우스트 역을 연기하게 됐다. 박해수는 2011년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인연이 있어 두 배우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유인촌은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잠깐 봐도 알겠지만, 거의 지금 현재 살아 있는 인물이다"며 "저는 97년도에 작품을 했는데 (그때의 저는) 정말 과거이자 구닥다리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끼리는 서로 조언을 하고 도움 되는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저의 과거의 경험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해수에게) 아주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이야기는 하더라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박해수 씨 자체가 많은 노력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옆에서 가끔 한 마디를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해수는 "선생님께서 연습실에 오시면 다른 말 보다는 '뛰자'라고 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열어주셨다. 포괄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던 말들이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저와의 연결점이 된다는 걸 느낀다. 선배님은 정말 지치지 않고 뛰어주시면서 대사 맞춰 주시는 동료이자 선배님이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유인촌과 2인 1역을 하게 된 박은석은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선배님에게 영감을 많이 받고 있다. 앞장에서 선배님이 1막을 끌고 오는데 2막에서 코를 빠뜨리면 안 되지 않나. 선배님이 다양한 시도를 하시는 걸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텍스트나 작품의 무게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만큼 깊은 다른 해석이나 연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마 마지막까지 허우적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우스트라는 인물은 하늘의 지식을 원하면서도 지상의 쾌락을 얻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2부에서 지상의 쾌락을 얻고 싶어 하는 부분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서로 뭉쳐서 모자랄 것 없이 서포트를 해주는 것이 연극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관객층에게 어필하고 싶은 관전 포인트도 전했다. 원진아는 "이번에 '파우스트'를 처음 읽게 되고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 우리 작품은 마지막에 구원받는 자와 구원받지 못하는 자로 나뉜다. 어떤 방황을 하고 실수를 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외면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관객분들이 보시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지 않으까 싶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본질 안에서의 욕망, 풋풋함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단계들의 내용에서 모두가 공감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어딘가에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건 누군가의 가치관을 경험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은 자기 가치관이 더 중요한 시대라 그렇지 못하는 시대인 것 같다. 연극은 관객이 와서 나갈 수가 없지 않나. 누군가의 진심 어린 가치관에 동요돼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고전이긴 하지만 정말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장면이 많다. 고전이지만 어렵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에 대한 맛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파우스트'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