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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파우스트'로 돌아온 유인촌…원진아 첫 연극 데뷔작 [종합]

기사입력 2023.03.21 16:21 / 기사수정 2023.03.21 16:21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연극 '파우스트'가 화려한 출연진들과 함께 돌아왔다.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2층 리허설룸에서 연극 '파우스트'의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양정웅 연출과 배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이 참석했다. 

'파우스트'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그의 청년 시절부터 고전주의에 심취해 있던 중년, 이상향을 꿈꾸던 노년까지, 대문호 괴테가 그리던 일생의 사유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의 '파우스트'에서는 비극 Part.1의 내용을 다룬다. 

'파우스트'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않은 파우스트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며 방황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예정이다.

유인촌은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환멸감을 느끼는 노학자 파우스트 역, 박해수는 파우스트와 그의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는 악마 메피스토 역, 박은석은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 역,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여성 그레첸 역을 연기한다. 



유인촌은 1996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은 이후 27년 만에 동명의 작품에서 파우스트 역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파우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 당시에는 메피스토 역할을 했던 터라 당시 그 역할을 했던 친구의 고통을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 파우스트는 인간으로서는 계속 얻으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격이 떨어지면 안 되는 인물이다. 인간으로서 가진 것들이 많아서 표현하는 게 고통스러웠다. 많이 비웠는데 (제가 연기한 파우스트는) 여러분이 판단할 부분인 것 같다. 연극은 관객들과 만들어가 는거라 호흡을 통해서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마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무게감도 잇고 원캐스트라는 것도 있어서 짧은 시간에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 역시 인간의 욕망이 발휘된 것 같다. 메피스토라는 역할을 너무도 간절히 원했고 원캐스트로 (유인촌)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매력이 갔다. 연극으로 시작했던 저를 보고 회사도 들어가게 된 거라 매니지먼트에서도 좋아해 주셔서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젊은 파우스트 역으로 유인촌과 2인 1역을 맡은 박은석은 "최근 들어 대학로에 뮤지컬은 점점 많아지는데 연극은 그렇게 많지 않다. 했던 공연을 또하거, 재공연 안에서 다른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저 또한 작품과 텍스트에서 허우적대고 무게에 눌려 고뇌할 수 있는 작품을 목말라하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유인촌 선배님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하시지 않으니까 이번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박해수 선배님은 신입일 때부터 봐왔던 형님인데 언제 무대를 함께할까 했다. (원)진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원캐스트가 되는 것이 너무 특별한 일이다. 이런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진아는 '파우스트'가 첫 연극 데뷔작이다. 그는 "저는 공연에 대한 접점이 없었다. '내가 공연을 할 일이 있을까' 먼 일처럼 생각했다. 그와 별개로 작품을 해가면서 '내가 이 정도의 내공과 소양으로 연기를 하면서 당당하게 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기를 갖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로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주위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배우고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배우로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작품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 컴퍼니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는데 그때 제가 망설일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나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더라. 거의 하루도 고민하지 않고 겁도 없이 (이 기회를) 덥석 잡았다. 그리고 지금 후회는 1도 없다. 이 시점에 '파우스트'와의 작업이 제게는 앞으로 연기를 해도 된다는 메시지처럼 들려서 벅찬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양정웅 연출은 최근 연극, 뮤지컬 계에서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고무적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알다시피 고전은 시대와 공감의 언어를 뛰어넘어서 인간의 보편성, 인간의 본질을 잘 다루고 있다. '파우스트' 200년이 지난 작품인데 역시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 않나. 과거에서 현재까지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걸 느낀다. 인간 원형의 아이러니컬하고 모순적인 모습을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유인촌은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연극 자체가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파우스트'도 우리 시대를 반영하고 그대로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괴테가 이 작품을 쓸 때 과거의 이야기를 끌고 와서 현재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파우스트'는 더욱 어쩔 수 없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떼어놓을 수 없다. 서구 유럽 문명의 기본에는 기독교 사상이 깔려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신과의 대화를 갖는다. 우리가 처한 이 현실에 파우스트를 꼭 봐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 들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마지막에 '구원됐다'고 하니까 극장 나가서는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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