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감독 안길호) 파트2가 공개 후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름아닌 감독의 학폭 논란 때문.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 공개 직후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더 글로리'는 공개 하루 만에 월드 랭킹 9위로 진임했으며, 결국 지난 1월 11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높은 화제성 덕에 파트2를 빨리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기까지 했고, 약 2개월 반 만에 공개된 파트2는 공개 3일 만에 플릭스패트롤 기준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파트1보다도 높은 화제성을 입증했다. 특히나 파트1과는 달리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에서도 3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인 공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의 과거 학폭 논란이 작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지난 10일 '더 글로리' 파트2의 공개를 앞두고 안길호 감독에 대한 학폭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한인 커뮤니티에서 폭로자 A씨는 "1996년 필리핀 유학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며 "필리핀 로컬 학교에 다니는 고3이었고 폭행을 당한 우리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중2 학생"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안길호와 사귀는 것에 대해 동급생들이 여자 동급생을 놀렸는데, 그걸 알게 된 안길호가 우리 학년에서 대표로 2명을 불러냈다"며 안길호를 포함한 열댓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2시간 가까이 학생들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안 감독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밝혔으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B씨가 입장을 밝히고 추가 폭로가 나오자 이틀 만인 12일 이를 인정하며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마음속 깊이 용서를 구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안 감독이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드라마를 학폭 가해자가 연출했다는 반발이 나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이런 반발과는 달리 '더 글로리'는 오히려 파트2를 통해 더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앞서 학폭 의혹으로 인해 각종 작품에서 하차해야했던 배우들까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3월 지수는 학폭 의혹에 휩싸인 뒤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이후 그는 출연 중이던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하차하고, 그의 빈자리는 나인우가 대체했다.
이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도 해지된 그는 학폭 폭로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자 법률대리인을 통해 항고에 이어 재정신청까지 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학폭 의혹에 휩싸였던 심은우 또한 학폭을 인정했는데, 이후 영화 '세이레'를 통해 복귀했지만 반응은 좋지 못하다. 학폭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촬영되던 '날아올라라, 나비'는 촬영을 강행했으나 편성이 무산되며 결국 지난해 7월 대만의 방송 플랫폼을 통해서만 공개됐다.
김동희는 두 사람보다 앞선 2021년 2월 학폭 의혹이 불거졌고, 소속사 측에서는 처음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경찰 수사 후 학폭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해 1월 소속사를 통해 사과했다. 이후 미리 촬영을 마친 '유령'이 개봉했으나 어떠한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박혜수 측은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 폭력을 주장하는 자들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수 또한 "사실이 아니기에 지나갈 것이라 믿고 지켜보는 동안, 거짓에 거짓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거짓말을 낳고, 그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점점 높아져만 갔다"면서 폭로자가 오히려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폭 의혹만으로도 그가 촬영을 마쳤던 드라마 '디어엠'은 KBS에서 편성이 취소되었고, 결국 플레이리스트와 일본의 OTT 라쿠텐 비키, U-NEXT를 통해 공개되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독립영화 '너와 나'로 복귀했으나, 여전히 여론은 싸늘했다.
이렇듯 학폭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똑같이 학폭 의혹에 휩싸였던 안길호 감독의 '더 글로리'는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는 최근 각종 마약 투약 혐의로 논란에 휩싸인 유아인이나 음주운전 등 각종 범죄를 일으킨 이들도 그냥 복귀해도 되지 않느냐는 날선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김은숙 작가가 사상 처음으로 OTT 작품으로 환상적인 복귀를 했음에도, 그 영광이 연출자의 학폭 논란으로 '학폭 작품'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영원히 남게 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넷플릭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