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인턴기자) 나폴리 현지에서 흐비차 크바르츠헬리아가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10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 나폴리24'는 14일(한국시간) "10번을 크바라츠헬리아에게? 마라도나는 에세키엘 라베치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나폴리로 이적한 크바라츠헬리아는 첫 시즌 만에 나폴리 공격의 새로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마라도나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위협하며 나폴리의 선두 질주에 일조했다.
크바라츠헬리아의 엄청난 활약이 시즌 내내 이어지자, 그에게 마라도나의 번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뉴욕 타임즈'가 그의 활약을 크게 다루며 '크바라도나'라는 별칭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의 번호인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해놓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크바라츠헬리아에게 이 번호를 주며 팀을 이끌 차기 에이스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나폴리가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올 시즌 마라도나 시대 이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보니 그가 마라도나 뒤를 이을 만큼 뛰어난 선수라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마라도나의 번호를 크바라츠헬리아가 당장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칼치노 나폴리24 보도에 따르면 '일 로마'의 기자 지오반니 스코토는 '테르소 템포'에 출연해 "크바라츠헬리아에게 10번? 마라도나는 라베치가 있던 시기에 라베치에게 주고 싶었을 것이며 오늘날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크바라츠헬리아보다 이전에 10번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라베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라베치는 나폴리에서 2007년부터 5시즌 동안 활약했던 윙어로 특히 그는 마라도나와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 윙어여서 마라도나와 여러 차례 활약 면에서 비교된 적이 있다.
특히 라베치는 역습 상황에서 볼 운반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전성기 마라도나와 유사해 다소 부진했던 시기의 나폴리에서도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스코토는 라베치 사례를 언급하며, 다섯 시즌이나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평가됐던 그도 받지 못한 번호를 나폴리 합류 9개월차인 크바라츠헬리아가 당장 받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가 크바라츠헬리아의 10번 논쟁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칼치오 나폴리24는 지난 10일에도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중요한 번호의 유니폼을 그냥 제공한다는 의견이 너무 많았다. 10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내야 한다. 크바라츠헬리아가 잘한다는 사실은 설명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나폴리의 그 두 자리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진정한 종교를 나타내기에 이러한 생각은 과거와의 단절을 만드는 행동이 될 것이다"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미 나폴리에서 라베치 착용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고, 로렌초 인시녜도 이름이 올랐었다. 모든 세대가 각자의 우상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10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폴리 사람들의 가치와 충돌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라베치, 인시녜처럼 크바라츠헬리아 역시 아직은 마라도나와 비교할 수 없는 선수란 뜻이다.
특히 칼치오 나폴리는 "10번은 심각한 문제이고, 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글을 적을 때는 100번은 생각해야 한다"라며 10번 논쟁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했다.
올 시즌 마라도나 시대 이후 첫 우승에 크게 일조한 선수조차 10번의 무게에는 안 어울린다는 의견이 나폴리 현지에서는 대다수인 가운데, 크바라츠헬리아가 10번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나폴리에서 활약하며 팬들의 마음이 먼저 움직이길 바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바라츠헬리나는 현재 77번을 달고 뛴다.
사진=EPA, AP/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