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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대행사' 조은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3.03.11 09:00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광고인들의 치열한 경쟁과 팀워크를 담아냈던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에서 따뜻하고 잔잔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준 이들 있다. 카피라이터에서 CD로 승진한 VC 기획의 재기 발랄함을 담당했던 조은정(전혜진 분)의 가족들이다. 

조은솔은 '대행사'에서 아내 조은정의 커리어를 응원해 주는 남편이자 독박 육아도 흔쾌히 앞장서는 아지(김라온)의 아빠 송정호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실에는 잘 없는 유니콘 같은 캐릭터를 특유의 자연스럽고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표현해냈다는 호평도 받았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조은솔은 "'대행사'로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했다. 주변에서 '이상적인 남편상'이라고 해주시더라.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이 친구처럼 좋은 남편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내 역의 전혜진을 비롯해 가족들과의 촬영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조은솔은 "전혜진 선배님과는 너무 편안하게 찍었고, 덕분에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아들로 나온 아지와는 촬영장에서도 저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숨겨둔 아들이냐'는데 절대 아니다(웃음). 아지가 '은솔 아빠'라고 불러주고 편지도 써줬는데 정말 감동이었다"고 떠올렸다. 



2013년 창작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한 조은솔은 뮤지컬, 연극, 성우 활동을 하다 지난 2021년 tvN 드라마 '마인'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마인'에서 극중 재벌 2세인 김혜화(한진희 역)의 남편 박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가 바로 조은솔이었다. 

그는 "'마인'은 첫 매체 연기를 시작하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자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던 작품이었다. 주로 무대 연기만 하다가 카메라 앞에 서려니 어색했긴 했지만 디테일한 감정과 표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다"고 회상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미씽2'에서는 20년전 실종된 의대생 은희(권아름)의 전 남자친구이자 살인 용의자 영준 역으로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조은솔은 "오히려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려고 더 친절하게 연기했다. 뻔한 클리셰적인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나이스한 사람처럼 보이려는데 중점을 뒀다. 주변에서 제 표정을 보고 섬뜩하다고 하더라. 무서웠다는 반응이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클리셰적인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조은솔의 이야기처럼 '마인'의 바람난 재벌집 사위, '미씽2'의 살인용의자, '대행사'의 독박육아 남편 모두 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안양예고 연기과를 나왔는데 그때는 연기를 잘하지 못했다. 과에서 제일 꼴찌라고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웅장한 대사들과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연기가 유독 맞지 않으니까. 그러다 대학을 뮤지컬과로 갔는데 그곳에서 장성식 교수님이라고 저의 은인을 만났다. 그분에게 영화 연기를 배우면서 큰 재미를 느꼈다.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내 감정에 공유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고 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해 댄스팀 활동도 했던 조은솔은 스물여섯, 일곱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매일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는 그는 앙상블로 7년을 버텨왔던 삶을 회상했다. 

"뮤지컬은 늘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오디션을 보고 데뷔를 하게 됐다. '킹키부츠'도 했고 '데스노트'도 하고 한 7년 정도를 앙상블 생활을 했다. 힘들었겠다고 하는데 저는 좋았다. 대극장 작품을 하면 보통 남자 8명, 여자 8명을 뽑는데 합쳐서 5천 명 정도가 오디션에 모인다. 그걸 매번 뚫어야 했다. 저도 많이 떨어졌던 터라 앙상블도 무척 감사하고 좋았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작품을 찾아 버텨야 하는 뮤지컬 생활에서 큰 힘이 됐던 건 우연히 시작하게 된 성우 일이었다. 조은솔은 주류 광고, 에너지 드링크를 비롯해 국내 가전의 양대 산맥인 L사와 S사의 노트북 광고의 목소리로 활약했다.

"6년 전이었나. 광고 성우를 하던 아는 친한 동생이 '배달의 XX'의 목소리를 찾고 있었다. 여러 명과 찾아갔는데 다들 5분, 10분 만에 나오더라. 저도 금방 끝나겠다 싶었는데 제 목소리를 듣더니 '원하던 역할의 목소리는 아닌데'라며 A4 6장을 주며 다른 대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제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 프로필을 찍듯 그 자리에서 성우들의 목소리 프로필을 녹음했다. 첫 녹음이 박보영 씨가 모델이었던 음료 '토레X'였다. 박보영 씨가 밤에 음료수를 마시면 '보영 씨 이 시간에 그렇게 마셔도 괜찮아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게 저였다(웃음)."

한창때는 한 달에 10편씩 녹음했고, 매체 활동을 병행하는 지금도 한 달에 5,6편씩 녹음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참여한 광고 목소리만 대략 200편에 달한다고.

조은솔은 "무명의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힘들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런 시점에 성우라는 직업을 갖게 돼 수입적으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게는 감사한 직업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작은 역할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덕분일까. 조은솔은 이후 tvN '어사와 조이', 넷플릭스 '더 패뷸러스', tvN '미씽2' 그리고 '대행사'까지 연이어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어떤 배우가 되길 꿈꾸냐'는 질문에 '공감을 주는 배우'라고 답했다. 

"작품을 볼 때 유독 공감이 되고 설득력이 강한 배우가 있지 않나. 그 사람이 나오기만 해도 감정적인 공유가 되니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더라. 저 역시 시청자, 관객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고 되고 싶다. 아직은 안 해 본 역할이 많은 만큼 더 보여줄 모습이 많은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다. 코미디도 자신 있고 장르물도 욕심 난다.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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