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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고교야구, 철없는 어른들의 응원문화

기사입력 2011.05.23 10:46 / 기사수정 2011.05.23 10:46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목동, 김현희 기자] 올해로 65회째를 맞는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는 초반부터 우승 후보들간의 경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경남고와 대구고의 1회전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경남고에는 지난해 심창민(삼성)과 똑같은 유형의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가 있었고, 대구고에는 올 시즌 좌완 랭킹 1위 박종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투수 모두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0km 중반대에서 형성될 만큼,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결과는 경남고의 3-1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16강전에서 경남고가 또 다른 우승 후보 충암고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충암고에는 한현희와 똑같은 유형의 투수, 사이드암 변진수가 있었다. 양 팀 모두 치열한 승부를 펼친 끝에 충암고가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8강행을 신고했다. 한현희와 변진수 모두 9이닝을 완투하며 3자책을 기록할 만큼 ‘누가 이겼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승부였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동문 어른들’의 행태

충암고와 경남고의 경기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프로야구 못지않았다. 비록 크고 작은 실책이 나오며 고교야구다운 투박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추후 프로에서 다시 맞붙게 될 두 투수간의 대결은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승부’에도 불구하고 동문 어른들의 ‘어른답지 못한 응원문화’에는 일침을 가할 만했다. 특히, 이들은 전국대회가 열릴 때마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상대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전례가 있었다. 상대 투수가 투구 자세를 취할 때마다 행하는 뿔나팔 응원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 부각이 됐던 뿔나팔, 이른바 ‘부부젤라’는 원래 모든 이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일종의 전통악기였다. 그러나 이 응원은 결과적으로 월드컵을 시청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귀를 어지럽게 하기도 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역시 부부젤라 응원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수 년 째 계속되고 있는 충암고의 '뿔나팔 응원'. 모교를 응원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얼마나 '올바르게', 또한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충암고와 경남고의 황금사자기 16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충암고 동문 ‘어른’들은 상대 투수 한현희가 와인드 업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뿔나팔을 불었고, 이에 한현희 역시 경기 초반 ‘움찔’하는 장면이 간혹 포착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뿔나팔 응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충암고 동문들은 모교를 응원할 때마가 항시 ‘뿔나팔 사용’을 잊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상대 투수들을 현혹시켜 모교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기도 했다.

철없는 어른들의 응원 문화, 학생들이 보고 배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동문 어른들의 이러한 행동을 학생 선수들이 그대로 따라한다는 데에 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충암고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쉴 새 없이 떠들며, 상대 투수를 흔들게 하거나 점수가 날 때마다 과도한 세리머니로 심판의 주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22일 경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해에는 일부 선수들이 과도한 세리머니에 퇴장 명령을 받기도 했다.

아마야구의 현장은 소풍의 장소이자 '교육의 장소'다. 그러한 교육의 현장에서 어른들이 학생들 앞에서 차마 못 볼 장면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릇된 응원 문화를 보고 자란 학생 선수들이 추후 프로에서도 활약해야 할 인재임을 되새긴다면,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

'예의 없는 응원 문화'가 계속된다면, 결국 욕을 먹는 것은 현재 프로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뿐이다. ‘너희는 그런 식으로 야구해서 프로에 왔느냐?’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어른들이 정신 차려야 학생야구가 사는 법이다. 상대 선수들도 결국 다른 이들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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