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유인촌부터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가 ‘파우스트’로 뭉쳤다.
연극 ‘파우스트’가 3월 3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을 앞뒀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담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까지 약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국내 외 인문학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은 21일 진행한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서 "이 시기에 왜 '파우스트'인가.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연극이 아닐까 싶다. 괴테가 오래 전에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 가진 욕망의 질주, 현대 사회에서 끝없이 질주하는 욕망이라는 질문과 화두를 던져준다. 끝없이 세속적이고 욕망에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감동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끊임없이 변주되는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은 "원작의 길이를 많이 줄이긴 했다. 그렇지만 괴테의 아름다운 문학적인 텍스트를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해서 텍스트는 원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있다. 비주얼적으로는 현대적이면서 미장센을 강조한 시각적인 연출을 할 예정이다. 스케일이 훌륭한 배우들이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대극장의 스펙터클한 면을 보여줄 것 같다"고 짚었다.
베테랑 유인촌과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인기를 누린 박해수, 드라마와 무대를 오가는 박은석, 연극에 첫 도전하는 원진아가 원캐스트로 캐스팅됐다.
유인촌은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환멸감을 느끼는 노학자 파우스트를 맡는다.
"난 늙은 파우스트"라고 소개한 유인촌은 "파우스트 역할은 처음이다. 가장 최고의 지성을 갖췄고 공부도 할 만큼 하고 끊임없이 열망하고 뭘 해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강하다. 그 안에 항상 선만 있는 게 아니라 악도 있다. 요즘 시대가 선악이 불분명한 느낌이 있다. '파우스트'는 선악이 확실한 인물이 아닌가. 나이도 많고 여러 업적을 가진 인물이어서 어렵긴 하지만 나름대로 여러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 있는 배역이다"라고 소개했다.
유인촌은 "파우스트는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배역이다. 고민은 많이 된다. 실제 파우스트처럼 인문학에서 높은 학식과 지식을 갖춘 인물이 아니어서 이것을 흉내내며 연기로 표현할 때 상당히 어렵다.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하나는 서양 문화는 기독교 사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특히 '파우스트'는 그리스도와 주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종교에 이 정도까지 내 몸을 의탁할 정도로 빠져봤는가 이 부분도 배우의 입장에서 굉장히 어렵다. 배우들이 다 마찬가지인데 내 입장에서는 이 인물은 선악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인간이 누구나 갖고 있는 선과 악의 다양한 면모를 잘 표현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나머지 종교적인 것과 그 외에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의 것들은 공연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지 나도 궁금하다"며 기대했다.
유인촌은 "남은 기간 동안 충실히 빠져서 이 기회에 확실히 주님을 믿어봐야 할 것 같다. 종교를 갖고 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그리스도와 주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늘 성당에 갔지만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것들이 체화돼 무대에서 잘 나타나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박해수는 파우스트와 그의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는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한다.
2018년 '두산인문극장 - 2018 이타주의자'의 하나로 공연한 '낫심' 이후 5년 만에 연극에 복귀한 박해수는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대 생각이 간절히 있었는데 그 당시에 내가 해야할 몫을 매체, 작품을 통해 만났다. 다시 공연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이유가 뭘까 궁금증을 스스로 생각했는데 '파우스트'가 찾아와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필요한 작품이 찾아와준 느낌이었다. 연출님, 배우들과 무대에 서고 싶었다. 더욱 괴테의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할이어서 감사하고 두렵고 무섭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 쉬운 역할이 아닌 걸 알면서 처음부터 굉장히 어렵게 악몽과 함께 시작하고 있다. 즐거운 악몽과 함께 살고 있다. 대본 안에서 괴테의 세계관, 감독님, 연출님, 선배님들 따라 녹아들려고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해수는 "파우스트를 물심양면 도와주면서 쾌락의 길을 인도하는 컨설턴트 역이다. 처음 '파우스트'를 봤을 때 악인이 악인으로 안 그려져 놀랐다. 감각적으로 행동하라, 즐겨라 한다. 악마스럽지 않은 모습이 보여서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잘 만들면 공감할 수 있는 메피스토, 파우스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수 있는 메피스토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해석했다.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는 박은석이 분한다.
박은석은 "(유인촌은) 내게는 대선배님이고 먼저 처음 리딩을 하셨을 때 언어의 힘과 딕션과 발성, 이 맛을 낼 수 있는 그릇이 넘사벽이었다. 한국에 와서 한국어도 배우고 연기를 시작해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파우스트'를 통해 향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여성 그레첸 역으로 발탁됐다.
원진아는 "'파우스트'여서 공연을 했다기 보다는 공연을 할 수 있던 기회도 없었고 경험이 없었다. 무대에서의 연기는 어떨까 궁금했고 마냥 꿈 같았다. 어떻게 좋은 기회에 이 작품에서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파우스트' 이야기를 들을 때 이건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망, 욕심이 생겼다"며 첫 연극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원진아는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데 너무 잘한 선택이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를 완성하는 과정 안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고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무대 위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연기 전공이 아니어서 연극 대본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무대에서 풀샷으로 보여야 하지 않나. 정확한 의도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 다른 기술을 요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하고 열흘, 2주 정도는 같이 대본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전 문학이어서 시적인 부분도 많고 담긴 의미를 파악해가면서 대본을 공부해왔기 때문에 해석이 다를 수도 있겠더라. 우리는 한 작품을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모두가 의견을 충분히 내고 가장 많이 동의한 것들을 구성하고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파우스트'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힘든 책이라고 말을 많이 하지 않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무 어렵지 않게, 책을 보기 어려웠던 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감히 '자신있게'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책으로 읽을 때보다 쉽게,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을 많이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극 ‘파우스트’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3월 31일에 개막해 4월 29일까지 공연한다.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