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김지수 기자) 2000년대 중반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였던 다카하시 히사노리(48)는 9일부터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타운에서 두산 베어스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두산 투수들과 만나고 있다.
다카하시 인스트럭터는 이승엽(47) 신임 감독의 요청으로 올해 두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9일부터 약 2주 동안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두산 투수들에 전수해 줄 예정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4년 동안 동고동락한 다카하시에게 젊은 투수들의 지도를 요청했고 다카하시도 흔쾌히 응했다.
다카하시는 2000년 요미우리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일본프로야구 통산 12 시즌 동안 261경기 79승 73패 1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70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2010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다.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에서 뛰며 빅리그 168경기 14승 12패 10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99로 미국에서도 기량을 인정받았다.
다카하시는 전날 시드니에 도착해 하루 동안 여독을 푼 뒤 9일 선수단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오전 선수들의 불펜 피칭, 캐치볼 과정을 보면서 두산 투수들의 특징 파악에 나섰다.
다카하시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두산 불펜의 핵 정철원(24)이었다. 정철원은 메인 구장에서 투구를 마친 뒤 다카하시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피칭 메커니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카하시가 지적한 부분은 정철원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슴 쪽이 타자에게 너무 빨리 보이는 점이다. 또 포크볼을 던질 때 구질의 완성도와 위력을 높일 수 있는 팁도 전수해 줬다.
정철원과 대화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다카하시는 자신과 동갑내기 친구이자 일본 야구의 전설적인 투수 우에하라 고지(48)를 예로 들었다.
우에하라는 일본 프로야구 통산 312경기 112승 67패 3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한 것은 물론 2013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삭(WBC) 준결승, 2007 아시아 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쳐 '한국 킬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1999년생인 정철원은 우에하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듯 다카하시 인스트럭터와 통역에게 "우에하라요? 그게 누구예요? 저 누군지 몰라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현장 취재진이 스마트폰을 통해 우에하라의 투구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정철원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카하시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등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
사진=시드니, 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