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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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녀' 정선아 "비혼주의자였는데…출산 후 용기 생겨"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3.01.16 10:42 / 기사수정 2023.01.16 10:4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라운드 인터뷰를 오랜만에 해 너무 떨려요.”

경쾌한 걸음걸이와 발랄한 기운을 품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다. 여전히 유쾌한 에너지를 자랑했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 이야기다. 임신과 출산 후 뮤지컬 ‘이프덴’으로 복귀한 정선아는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한 공연을 하고 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때보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무대여서 많이 걱정했거든요. 예전만큼 사랑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는 걱정이 당연히 있었는데 무대에 서니 너무 좋아요. 관객분들의 박수를 받으니 너무 좋으면서 여러 마음을 갖고 공연을 하고 있어요.”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 중인 뮤지컬 ‘이프덴’은 이혼 후 12년 만에 뉴욕에 돌아와 도시 계획부에서 일하게 되는 엘리자베스(정선아, 박혜나, 유리아 분)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각각 ‘리즈’와 ‘베스’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을 그린 뮤지컬이다.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리즈의 삶과 베스의 삶이 동시에 펼쳐진다. 리즈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베스는 사랑보다 일에 집중하는 커리어우먼이다.

“뭐랄까,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선아 잘한다', '노래 정말 잘한다', '멋진 배우다' 같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지금은 '공감 간다', '내 이야기 같고 메시지가 강해 행복하다'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이전과 리뷰가 달라서 너무 놀랍고 하면서도 즐거워요.

첫 공연을 했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더라고요. 매일 '오늘 안 틀리고 열심히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겠다'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이 작품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너무 즐겁게 무대 위에서 선택하고 고민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그동안 그가 맡아온 화려한 캐릭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혼 후 ‘중고 취준생’이 돼 뉴욕에 돌아온 여자로 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동안 캐릭터가 강한 작품을 많이 보여 드렸어요. 너무 사랑해주시는 (‘위키드’의) 글린다나 (‘아이다’의) 암네리스처럼 특별하고 화려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죠. 저도 ('이프덴' 캐릭터처럼) 많은 선택과 고민을 했는데 이 시기에 '이프덴'이 온 게 행운이에요. 

연기적인 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얘기한 적 있는데 배우들은 하던 것이 마음이 편하고 안정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작품을 만날 기회가 없더라고요. 연극도 하고 싶었고 큰 가발과 메이크업을 줄이고 소극장에서 관객과 가까이 만나고 싶었지만 두려웠어요. 화려하고 캐릭터 있는 작품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는데 제 한쪽 마음에는 소극장 작품이나 연극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용기도 부족했고 그런 작품이 올 때도 '관객분들이 정선아를 보러 오는 이유가 뭘까, 나의 우렁찬, 뻥 뚫리는 고음을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그가 달라진 건 결혼과 임신, 출산 등의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다. 정선아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니 용기가 많이 생기더라“며 끄떡였다. 

“‘이프덴’에 임신과 출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했어요. 결혼 전에는 이렇게 세심하게, 관객이 공감되게 연기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안나 카레니나' 때 아기가 있는 역할을 했는데 미스로서 엄마 역할을 할 때와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공감하는 게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아이가 있었으면 이렇게 슬펐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연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워요.”



1년 6개월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정선아는 결혼 후 임신, 출산을 겪는 리즈의 삶, 프로페셔널한 베스의 삶 모두 공감해서인지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이질감 없이 그려낸다.

"제가 원해서든 안 원해서든 제 인생이 어느 길로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결혼 생각이 없었고 비혼주의자였어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고요. 아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이 길을 걸어오면서 엄마가 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딱 핏 되는 사람이 된 거예요. 

해가 가면서 배우의 깊이가 넓어져요. 나쁜 변화도 있고 좋은 변화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다른 여자 배우분들, 선배님, 동료분들이 아이를 낳고 연기를 하면 깊이가 다르다고 몰랐던 것들이 나온다 했는데 예전에는 잘 안 믿었어요. 그런데 실전에 경험이 없는 것과 있는 건 다르더라고요.

물론 뮤지컬에서 베스의 삶, 커리어를 보면서 나의 일들을 우선하는 내 모습도 좋았지만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는, '이프덴'을 만난 2022, 2023년이 너무 좋아요. 결혼도 안 하고 공연을 계속했어도 좋은 삶이었겠지만 그래도 이왕 삶을 개척해왔으니 엄마로서 여배우로서 풍족한 마음이 들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쇼노트, 팜트리아일랜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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