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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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골리앗, 1차전 승리 이끌어

기사입력 2005.03.19 08:15 / 기사수정 2005.03.19 08:15

김종수 기자


플레이오프 1차전 첫 경기에서 '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순둥이센터' 자말 모슬리의 트윈타워가 돋보인 삼성이 먼저 웃었다.

18일, 오늘 부산 금정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F와 서울삼성은 시종일관 호각지세(互角之勢)를 이루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나갔고 결국 뒷심에서 앞선 삼성이 88대 82의 짜릿한 신승을 거두었다.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첫판을 잡음으로서 삼성은 4강 진출에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오늘 승리의 주역은 단연 서장훈과 자말 모슬리.
채 목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보호대를 차고 나온 서장훈은 성치 않은 몸 상태를 반영하듯 초반부터 움직임이 굼뜨고 슛타이밍이 자꾸 느려지는 등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다. 

거기에 '어시스트하는 하마' 현주엽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밀착수비와 공만 잡으면 야유를 보내는 부산관중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까지… 서장훈은 백전노장답게 이같은 모든 악재 속에서도 중요한순간 계속해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18득점, 17리바운드, 2스틸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자말 모슬리의 활약 역시 서장훈에 못지 않았다.
14득점에 11리바운드로 눈에 보이는 기록은 평범했지만 몸이 좋지 않은 서장훈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등 적극적인 골밑플레이로 자칫 밀릴뻔 했던 삼성의 포스트를 굳건히 지켜주었다. 자신이 기록한 총리바운드의 절반에 가까운 5개가 공격리바운드라는 점은 그의 보이지 않는 활약상을 짐작해줄 수 있는 부분.

역대 16번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15차례나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삼성이 오늘의 상승세를 몰고 나가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KTF의 대역전극이 펼쳐질지, 플레이오프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 경기관전평

 

◇ 1쿼터

'교체용병 딕킨스의 무서운 슛적중률'

일단 양팀 모두, 정상적인 전력은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KTF는 정규시즌 내내 팀을 이끌던 이른바 '슈퍼클론'중 한명인 미나케가 빠져있는 상황이었고, 삼성 같은 경우는 팀의 기둥이 서장훈이 목 부상으로 말미암아 적극적인 골밑플레이가 어려운 것이 약점이었다.

어쨌거나 삼성은 서장훈의 부상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KTF로서는 미나케 대신 들어온 교체용병 크니엘 딕킨스의 적응여부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는 묘한 입장이었다. 경력은 어떤 용병 못지 않게 화려한 만큼 얼마만큼 빨리 국내리그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

삐익!
시작휘슬과 함께 KTF의 선공으로 점화된 공격은 현주엽의 슛이 빗나가고, 삼성 역시 공격에 실패하면서 양팀 다 초반 득점포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KTF의 두 용병인 맥기와 딕킨스의 공격이 연거푸 성공하고 삼성 역시 주희정의 3점슛과 모슬리의 자유투로 맞서면서 초반부터 팽팽한 득점대결이 시작되었다.

특히 돋보인 것은 미나케의 대체용병으로 들어온 딕킨스.
당초 언론을 통해 뛰어난 외곽슈터로 알려졌던 딕킨스는 그러한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첫공격을 3점슛으로 장식했고, 이후에도 던지는 슛마다 속속 림을 통과하는 등 무시무시한 적중률을 선보이며 적응이라는 단어자체를 무색케 했다.

딕킨스의 폭팔적인 외곽 공격을 앞세운 KTF는 결국 전체적인 조직력은 좋았지만 외곽이 침묵한 삼성에 26대 21로 앞서나가며 1쿼터를 마친다.

◇ 2쿼터

'2쿼터 KTF의 용병딜레마'

역시 문제는 2쿼터였다. 1쿼터에서 공격을 이끈 딕킨스가 빠짐에 따라 순간적인 공황상태에 빠진 KTF는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며 강혁, 스케일, 이규섭이 릴레이로 공격을 성공시킨 삼성에 29대 28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KTF로서는 득점력은 좋지만 골밑 무게감에서 떨어지는 딕킨스 대신 맥기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날 공격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던 맥기였던지라 갑작스러운 공격력의 하강을 가져왔던 것.
그렇다고 공격을 위해 골 밑을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교체투입 된 손규완의 3점포로 겨우 득점의 감각을 찾은 KTF는 이후 맥기와 딕킨스를 교대로 투입시키며 추격에 나서 결국 42대 42 동점으로 전반전을 마친다.

삼성으로서는 서장훈이 부상으로 부진했던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TF로서는 봇물처럼 터지는 3점슛의 호조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실책이 많이 쏟아졌고, 삼성은 원래 외곽이 좋지 않았다지만 이날 따라 더욱 최악의 적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후반전의 키포인트는 이러한 자신들의 약점을 어떻게 커버하냐는 것!

◇3쿼터

'국보센터 서장훈의 수난시대'

'국보급센터' 서장훈의 수난이 돋보인 쿼터였다. 힘 하나 만큼은 국내선수중 최고수준으로 꼽히는 괴력의 소유자 현주엽은 부상당한 서장훈을 상대로 인정사정 없는 터프한 수비를 펼쳐 보였고, 리듬을 잃어버린 서장훈은 맥기에게 연거푸 블록슛을 당하는 등 무척이나 힘겨운 모습이었다.

거기에 공만 잡으면 쏟아지는 부산관중들의 야유소리…

'도대체 저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언젠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서장훈은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겨워 보였다.

목에 보호대를 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 없이 코트를 뛰어다니는 서장훈은 정말이지 한국의 '국보센터'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성의 에이스 스케일은 평소와 달리 골밑에서도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좋은 움직임을 보였으나 정작 주임무인 3점슛에서는 난조를 띄어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3쿼터에서는 양팀의 슈팅가드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의 강혁과 KTF의 조동현.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이들이었지만 3쿼터에서만큼은 적극적인 드라이브인을 통해 소속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다소 지지부진할 뻔한 분위기는 삽시간에 접전모드로 다시 들어갔다.

막판 맥기와 손규완의 3점이 폭팔하면서 KTF가 67대 62로 앞서며 3쿼터가 끝이 났다.

그러나 KTF로서는 전반전에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딕킨스가 3쿼터에 무득점에 그치며 체력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요소를 남기게되었다.

◇4쿼터

'번갈아 반복되는 천당과 지옥'

이대로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삼성은 초반부터 '올코트 프레스'를 개시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

홈경기장, 상대팀의 기둥인 서장훈의 난조 등 일단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서는 KTF가 다소 유리한 듯 보였고, 삼성의 안준호 감독 역시 이러한 점을 간파 분위기쇄신을 노린 듯 하다.

4쿼터에서도 역시 삼성의 외곽슛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장훈이 최악의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 점점 득점을 높여나갔고, 모슬리는 과감한 몸싸움과 적극적인 공격리바운드를 통해 삼성골밑에 힘을 실어주었다.

삼성의 '트윈타워'가 제대로 빛을 발한 순간.
그리고 경기종료 20여초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권은 삼성에게 있어, KTF벤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공격이 실패한다해도 연장전까지는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6초를 남겨두고 스케일이 어이없는 턴오버를 범하고 승부의 추는 갑작스럽게 KTF쪽으로 기울어진다.

추일승 감독은 더블스크린에 이은 현주엽의 원맨공격을 지시하지만 공격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75대 75,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간다.

◇ 연장전

'소리 없이 강한 모슬리, 승리를 이끌다'

역적이 될 뻔 했던 위기를 넘겨서일까? 스케일은 연장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열심히 뛰어다니며 코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의욕이 지나쳤던 탓인지 79대 77로 뒤진 상황에서 자유투2개를 모두 놓치며 '또 한번의 역적'이 될 위기에 놓여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모슬리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뒤 파울까지 얻어내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79대 79로 동점을 만들어준다.

힘을 얻은 스케일은 다음공격에서 역전슛을 성공시킨다.
연장전 역시 모슬리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빛났다.
맥기의 중거리슛이 실패하자 모슬리는 돌고래처럼 튀어 올라 리바운드를 잡았고. 빠르게 이어진 다음공격에서 이규섭이 천금같은 3점포를 쏘아 올리며 KTF를 맥빠지게 했다.

딕킨스의 공격실패 후 주희정의 자유투까지 들어가자 스코어는 85대 79까지 벌어졌고 다급해진 KTF는 연이어 슛을 시도했지만 림은 계속해서 공을 퉁겨내고 만다.

결국 최종스코어는 88대 82 삼성의 승리로 끝이 난다.


■ 주요선수기록

◇ 서울 삼성

서장훈(18득점, 17리바운드, 2스틸)
자말 모슬리(14득점, 11리바운드, 2스틸)
이규섭(12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주희정(15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
알렉스 스케일(18득점, 11리바운드)
강혁(11득점, 1스틸)

◇ 부산 KTF

애런맥기(20득점, 11리바운드)
현주엽(24득점, 5어시스트, 10리바운드)
크니엘 딕킨스(22득점, 9리바운드, 3스틸)
손규완(6득점, 1어시스트)
조동현(10득점, 2리바운드, 2스틸)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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