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마스크맨'이 마지막에 힘을 냈다. 에이스의 폭풍 질주였다.
한국 축구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손흥민이었다. 부상을 이겨내고 달린 70m였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쐐기골 기억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은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황희찬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위업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의 주말을 광란의 열기로 빠트린 결승포가 됐다.
황희찬의 깔끔한 오른발 마무리가 훌륭했지만 손흥민의 도움을 극찬하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은 한국 페널티지역에서 공을 빼내 70여m를 번개처럼 달려갔다. 그리고는 상대 페널티지역 앞에서 잠깐 멈춘 뒤 포르투갈 선수 사이로 공을 밀어넣었다. 이를 황희찬이 뒤에서 함께 질주하다가 오른발로 차 넣었고 골망이 출렁였다.
온사이드 판정을 받은 완벽한 득점이었다.
16강 확정포였다.
황희찬의 골 이전에 손흥민의 질주가 컸다. 지난달 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얼굴을 다쳐 3경기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만 그는 싫은 내색 없이 그라운드를 달렸다.
마스크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는 어떤 고난이 와도 에이스 역할 다할 수 있음을 알렸다.
이날 질주는 4년 전 독일전 질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그는 주세종이 공격 가담한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볼을 빼앗아 전방으로 길게 올리자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달려가 볼을 독일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비록 조별리그에선 탈락했으나 한국이 전 대회 우승팀 독일을 때려눕힌 세계 축구사 이변의 한 페이지를 손흥민이 완성했다.
그리고 4년 뒤엔 똑같은 질주로 황희찬의 골을 돕고 16강행 티켓까지 거머쥐면서 환호했다.
손흥민은 경기 뒤 "2018년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말 특별하게 결과까지 얻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