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깨끗하게 꽂히는 3점슛은 농구의 재미 중 하나다. 게다가. 3번만 성공시켜도 5번의 골밑 공격을 성공시킨 것에 맞먹을 만큼 위력 있다는 점이 게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한다.
국내 슈터들은 원래도 정교하고 슛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용병제로 인해 점점 더 외곽으로 밀리면서 이제 어느 포지션의 선수들이나 외곽슛에 능숙해졌다. 좋게만 보기엔 이유가 좀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스크린을 돌아 나와 빠르게 던지는 슛을 볼 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삼성에서 퇴출 된 외국인선수 해들리는 CBA에서 '올해의 수비 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수비수였지만 국내 슈터를 막아서서는 그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던질 거라 생각 못한 상황(!)에서 던지고 또 그것이 쏙쏙 들어가니 놀랄 만도 했다.
이걸 두고 양궁농구니 로또 농구니 성토하는 의견도 일견 일리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보는 것도 어리석을 것 같다. 장점은 가져가고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스포츠 아닌가? .
물론 3점슛 일변도의 농구는 확률이 떨어지고, 리바운드에서 불리하며, 속공으로 역습 당할 위험도 크다. 더구나 팀오펜스의 균형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도 외곽슛을 주무기로 선수들을 키우다보면 다양한 기본기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옵션으로 외곽슛은 멋진 무기다.
더구나 포지션 파괴와 수비전술의 발달로 인해 외곽슛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어떤 포지션이건 적어도 오픈찬스에서 슛만큼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해둬야 한다.
개인훈련을 통한 슛의 정교함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3점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다양한 팀플레이를 통해 오픈 찬스를 만들어 내고 리바운드를 따내 실패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올시즌 3점슛 부문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양희승(SBS, 2위)과 조상현(SK, 3위) 그리고 네이트 존슨(오리온스, 8위) 그리고 이병석(모비스, 13위)이다. 그중 양희승은 성공갯수에서도 1위일뿐 아니라 성공률에서도 2위로 물오른 슛감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을 보면 재미있는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하나같이 외곽 3점슛 뿐 아니라 골밑 돌파나 수비에도 능한 선수들이다. 점점 더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진 선수들이 3점 슛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상대 수비가 치열해졌다는 의미로 읽어낼 수도 있고 또한 다양한 옵션 없이 장시간 코트에 설 수 없는 현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과거 이상범, 정인교 같은 퓨어 슈터의 계보를 잇는 손규완, 이정래 등은 출전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이정래 같은 선수의 경우는 부상으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코트에서 그만큼 퓨어슈터의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걸 느끼게 한다.
외곽 3점슛은 농구의 여러 가지 공격옵션중 하나일 뿐이지만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교통사고원인을 찾아내는 조사관처럼 3점슛을 통해 팀의 성격, 가드와 슈터의 능력, 팀웍, 그리고 공격능력까지 역으로 읽어 낼 수도 있다.
오리온스는 3점슛 1위일 뿐 아니라 성공률에서도 1위이다. 이것은 팀에 좋은 외곽슈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한 외곽슛을 위한 패턴도 잘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반면 TG는 3점슛 성공갯수 최하위다. 그러나 성공률에 있어서는 4위이다. 확실한 외곽슈터가 적다는 얘기도 되고 반대로 신중한 외곽 공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KTF는 성공갯수에서도 6위이고 성공률에 있어서는 최하위다. 그것은 믿을만한 슈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모든 기록이 그렇듯 3점 슛 기록 역시 팀을 분석하는 하나의 좌표로 삼아야 할 뿐 반드시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3점슛을 통해 KBL을 엿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이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