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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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이동국을 위한 변명

기사입력 2005.02.16 14:16 / 기사수정 2005.02.16 14:16

이상규 기자
어느 한 선수가 맹활약 펼치면 팬들은 그 선수에 대한 좋은 말들을 하고, 못하면 좋은 말을 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후자 과정에서 선수를 향한 온갖 비난과 악감정 등이 생기게 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선수가 잘할때는 옹호하고, 못할때는 비난하는 경우들을 인터넷 상에서 많이 봤다. 이러한 냄비 현상은, 팬들에게 익숙해진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서, 특이한 유형에 속하는 선수들이 있다. 기량이 뛰어난데 비해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 선수들. 기량 폄하로 이어져 안티 여론까지 형성된 경우들이 잦았다. 특히 '라이언킹' 이동국이 대표적이다.

이동국은 공격수로서 다른 국내 선수들보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인 선수다. 몇달째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을 맡았고, 출전 경기에서 많은 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활약상을 통하여 기량과 관련된 거센 비난 등을 받아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 이동국
ⓒ2005 대한축구협회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 등의 시련을 딛고, 작년에 부활에 성공한 이동국. 작년 여름 본프레레호 출범을 시작으로 작년 12월 19일 강호 독일전까지, A매치 10경기에 출전하여 8골을 기록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골을 기록했다. 얼마전 쿠웨이트와의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골을 넣어,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동안 골 결정력이 부족한 공격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2004년 이전까지 A매치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도 아니고, 작년 여름 아시안컵때 높이 솟아 오르는 슈팅을 날리는 바람에 비난의 강도가 높았던 때가 있었다. 한때는 깊은 슬럼프에 빠진적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골만 잘 넣는 공격수로도 비난 받았다. 2004년에 10번 출전한 A매치에서 8골 넣었지만, 정작 내용상으로는 전체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비난 받아왔다.

하지만 이동국이 2004년에 출전한 A매치에서 8골 넣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K리그 통산 139경기에 출전하여 48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비교적 많은 골을 기록했다. K리그는 나드손이나 노나또 등과 같은 용병 공격수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국내 공격수들의 비중이 좁아졌지만, 이동국은 우성용 등과 함께 그동안 K리그에서 맹활약 펼친 몇 안되는 공격수다.

이동국은 내용상으로도 예전보다 더 발전했다. 광주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부지런한 움직임과 정확한 볼 연결 등으로 팀 공격력을 주도했다. 발재간을 통하여 상대팀 선수를 쉽게 재치는 진가도 발휘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활발히 전방에서 내려오면서, 동료 선수를 향한 정확한 볼 배급을 통하여 공격 기회를 잘 만들어 냈다. 포메이션 상에서 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이제는 골만 잘 넣는 공격수라고 보기 어렵다.

이동국이 앙리, 반 니스텔루이 등과 같은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 처럼 맹활약 펼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또 한국 정상급 공격수 출신 황선홍을 이을 제대로된 후계자가 되기 위해, 더 많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국가대표팀의 공격력을 제대로 높일 수 있을 만한 최전방 공격수는 이동국 단 한명 뿐이다.

최전방 공격수의 포지션에서, 이동국을 넘을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은 드물다. 안정환은 부상중이고, 설기현은 최전방 공격수 보다는 왼쪽 윙 포워드로서 더욱 큰 진가를 뽐내왔다. 조재진이나 남궁도 등이 이동국을 넘어서기에는 아직까지 기량상 무리가 있다. 최근 이동국과 비교되는 박주영은, 냉정히 말해 아직 A매치 출전 경력이 없는 유망주다. 아직은 이동국이 한수위에 있다.

이동국에게는 잦은 출전 및 부상으로 혹사 당하여 슬럼프까지 달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비난 등을 받아, 기량까지 폄하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동국은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다. 이미 부활에 성공했고,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에 슬럼프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이동국이 아니다.

팬들마다 특정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특정 선수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아무리 그 선수가 맹활약 펼치더라도 부정적인 시각에 익숙한 나머지, 그 선수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을 계속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온갖 비난 등이 끊이지 않게 된다. 특정 선수에 대한 팬들끼리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과정 때문이다.

특정 선수를 바라보려면 긍정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현실에 맞는 시각이 필요하다. 쉽게 끓기 쉬운 냄비같은 생각 보다는, 한번 끓기 시작하면 불을 꺼도 쉽게 식지 않는 뚝배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특정 선수의 기량에 대한 비판을 하더라도, 대안이 제시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면 제대로 된 비판이라 할 수 없다. 그 대안이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선수를 향한 악감정까지 포함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비판과 비난은 질적으로 다르다. 또 비난을 위한 비판은 없다. 수에 대한 비방이나 지나친 비약은 금물이다. 그리고 그 선수의 기량까지 폄하하려는 의도는 자제해야 한다.

이는 이동국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많은 비난 등을 받아야 했고, 이미 부활에 성공한 지금도, 좀처럼 비난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동국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물론 이동국 이외에도 기량 때문에 비난 받아왔던 또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정 선수를 바라보는데 있어 냄비 같은 시각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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