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SSG 랜더스 내야수 최주환이 팀 대역전승의 명품 조연으로 활약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으로 가슴에 졌던 응어리를 모두 털어내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최주환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 7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기록, SSG의 5-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주환은 이날 5차전 전까지 한국시리즈 시작 후 8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타격감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고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만 3차례 나오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97경기 타율 0.211 9홈런 41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던 가운데 한국시리즈에서도 반등하지 못하면서 마음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최주환은 결정적인 순간 부활의 기지개를 폈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5회말 1사 1루에서 호투하던 키움 선발 안우진으로부터 SSG의 이날 경기 첫 안타이자 자신의 올해 포스트시즌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최주환은 마지막 순간 SSG의 드라마 같은 승리에 명품조연으로 활약했다. 팀이 2-4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키움 우완 최원태와 10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안타를 때려냈다. 무사 1·3루 찬스를 연결한 뒤 대주자 오태곤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복귀해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SSG는 이후 대타 김강민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작렬시키며 길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주환은 팀 승리가 확정된 뒤 눈물을 보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주환은 "팬들이 제게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시즌 때 너무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5차전이 정말 중요했는데 팀이 이겨서 정말 다행이고 필요할 때 안타 2개를 친 것 같아서 조금은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주환은 특히 지난 5일 4차전 마지막 타석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SSG가 3-6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에서 최원태에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최주환을 일으켜 세운 건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인천으로 돌아가는 구단 버스에서 최주환에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선배의 위로에 힘을 얻은 최주환은 마음을 굳게 먹고 5차전을 준비했다.
최주환은 "강민이 형이 4차전이 끝나고 '네가 분명히 해줘야 할 상황이 올 거고 결국은 해낼 테니까 지금 안 된다고 너 자신을 내려놓지 말아달라'고 하셨다"며 "버스 안에서 침울해 있었는데 강민이 형 말을 듣고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또 "아직 우리 우승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오늘 5차전은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강민이 형이 우주의 모든 기운을 다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대타로 나오셔서 저런 홈런을 치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두산에 있을 때도 이렇게 울었던 적은 없었는데 이런 경기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감격에 찬 감정을 전했다.
사진=인천,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