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27 18:31 / 기사수정 2011.05.16 22:39
[엑스포츠뉴스 = 황하민 칼럼니스트]
거북이도 난다...거북이가 날 수 있을까?
몇 해 전 개봉했던 '거북이 달린다'는 뭐지? 그건가? 다른 건가?
수 많은 영화와 제목들, 정말 다양하고 비슷한 제목을 가진 영화들이 참 많습니다. 심지어 같은 이름을 가진 영화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 또한 그렇습니다. 비슷한 이름도 많고 같은 이름도 있지만 각자의 이름은 서로가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저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영화 역시 이름이 비슷하거나 똑같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색깔과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서 그 영화의 개성을 결정짓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영화하면 미국을 쉽게 떠올립니다. 분명 미국 영화의 영향력은 대단하고 아주 큽니다. 하지만 단순히 영향력을 놓고 좋은 영화의 기준을 삼기 어렵습니다. 장소와 사람을 떠나 누구든지 좋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독특한 개성과 의미를 가진 영화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거북이도 난다' 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쿠르드족을 아시나요? 아마도 생소할 겁니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여러 이슬람 민족 중 가장 인구수가 많은 민족입니다. ‘거북이도 난다’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난민촌을 배경으로, 그 곳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감독 바흐만 고바디(Bahman Ghobadi)는 쿠르드족 출신 이란인으로 자신의 민족이 처한 상황을 정치적 활동이 아닌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2000년 칸느영화제 (2004년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 황금카메라상 (첫 장편영화를 만든 감독만 받을 수 있는 상 /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이 영화를 통해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쿠르드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거북이도 난다' 역시 감독의 정치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세계가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는 것은 어른들이 벌이는 전쟁의 참화 속에 놓인 어린 아이들의 힘겨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르드족은 빨리 말하고 빨리 먹고 빨리 걷는다.
언제 짐을 싸서 달아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내 나라 쿠르디스탄(이라크 국경지대) 에서는 매년 전쟁이 일어나고
죽음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쿠르드족의 삶은 비극이다.
나도 아그린처럼 두 세번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우리에겐 죽음이 삶보다 더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쿠르드족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맞대는 풍경은 어머니의 행복한 얼굴이 아니다.
불타는 집과 사지가 잘려나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엄마나 아빠 대신 폭탄과 전쟁, 달아나, 라는 단어를 먼저 배운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이라크국경 난민촌에 살고 있는 위성이라는 남자 아이와 그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위성의 친구들은 대부분 다리와 팔이 불구이거나 전쟁고아들입니다. (실제 지뢰로 불구된 아이들이 영화에 등장하고 있죠.) 아이들은 하루하루를 땅 속에 묻힌 지뢰를 캐거나 포탄을 나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과 고통의 날들이지만 아이들의 입가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것이 바로 쿠르드족의 삶이라고 합니다. 희극과 비극이라는 아이러니에 놓여있는 현실, 웃음을 통해 이 현실을 뛰어넘어 희망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감독은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을 가슴 아픈 한 편의 동화로 그리고 있습니다. 거북이도 날 수 있다는 이룰 수 없는 꿈, 하지만 가질 수밖에 없는 꿈을 꾸게 합니다.
▲ 거북이도 난다 Turtles Can Fly / 개봉 2005.5 / DVD 출시 CJ entertainment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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