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21 07:36 / 기사수정 2011.04.21 07:36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회 이후 부진에 빠진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2009 WBC 우승팀 일본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이치로와 마쓰자까가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지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바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라 해서 예외는 없다. 대표팀의 4번 타자 자리를 맡았던 김태균은 ‘뇌진탕 부상’으로 한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되어야 했으며, ‘봉의사’ 봉중근도 시즌 내내 솔리드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국가대표 내야수’가 2009 WBC 참가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2익수’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두산 베어스의 2루수, 고영민(27)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고영민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스타일이다. 성남고 졸업 이후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 2005년까지 2군 무대를 전전하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뛰어든 2006년에 85안타, 타율 0.270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12홈런까지 기록하며,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가 선발되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물론, 대표팀 2루에는 정근우(SK)가 버티고 있어 고영민이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대타,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끝에 대표팀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장면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다.
그랬던 그가 2009 WBC에서 또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이에 그는 맥시코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등 녹록치 않은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WBC 종료 이후 소속팀에 복귀한 고영민이었지만, 이 해에 그는 최악의 타격 부진에 빠졌다. 85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235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일시적인 부진’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고영민은 100경기 출장에 타율 0.205라는 성적표를 받아야 헸다. 그가 부진한 사이에 오재원이 ‘수비공격형 2루수’로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에도 그는 주로 백업 요원으로 나서며 16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야구해설위원은 “보는 나도 답답한데, 본인은 오죽하겠는가.”라는 말로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기도 했다. 2009 WBC에서 대표팀 마크를 달았던 인원 중 아직까지 소속팀에서 자기 자리를 꿰차지 못한 이는 고영민이 유일하다. 과연 그는 언제쯤 ‘WBC 참가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고영민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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