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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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3차전 리뷰] 로키스가 넘지 못하는 벽들.

기사입력 2007.10.29 03:48 / 기사수정 2007.10.29 03: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포츠를 보는 많은 관객들은 우선적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기를 바라지만 그 외에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는, 극적인 승부를 갈망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기적 같은 명승부를 펼쳐주는 것.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객관적인 전력의 우세를 보이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교적 열세도 평가받는 로키스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보다 재미있는 승부를 보기 위해서이다.

사실, 콜로라도 로키스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오기까지의 스토리도 충분히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스토리의 뒤끝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을 로키스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 결과가 어떻건 간에 팀 창단 15년 만에 쿠어스필드에서 치러진 월드시리즈 경기 중, 단 한경기라도 이겨주길 바라는 게 그들의 심정일 것이다.

허나, 애석하게도 월드시리즈에서 나타난 로키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르기까지의 그 팀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상대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로키스가 이전까지 상대한 팀들과 비교하기엔 확연하게 레벨이 틀린 팀이었다. 과연, 로키스가 레드삭스란 벽을 넘지 못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8일간의 공백이 결국엔 팀의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인 2006‘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한수 위의 전력을 가진 디트로이트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타이거스의 전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들도 심심찮게 나왔다. 바로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휴식기간이 길었다는 것. 과연 장기적으로 이어진 공백을 딛고 팀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물음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가 시작되니 그 예상은 적중했다. 타이거스의 타자들은 배팅 감각을 상실하고 있었고 탄탄했던 수비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고 올라온 세인트루이스는 투타에 걸친 페이스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결국, 우승 트로피는 카디널스 품에 안겼고 만년 하위 팀이란 오명을 벗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노렸지만 그 문턱에서 주저앉은 디트로이트는 패자란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었다.

올해의 월드시리즈도 마치 작년의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로키스의 특징인 타선의 응집력이 사라져있었고 투수들 역시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팀 전체의 타격 상승세는 일정한 시기가 있는 반면, 그 시기를 지나면 하양곡선을 보이는 시기가 찾아온다.

팀 평균 타율 0.280으로 내셔널리그 1위를 차지한 로키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분수령이 됐던 9월 동안 0.298리의 높은 평균 타율을 기록했으며 팀 홈런 개수도 무려 39개였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팀의 타선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평균 타율 0.267로 떨어졌고 애리조나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선 0.222로 계속 하양곡선을 그렸다.

팀 타선의 흐름이 주기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득점기회를 살려내는 연타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키스의 타자들은 월드시리즈에 올라와서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떨어져있었고 투수의 볼을 끝까지 골라내는 인내심도 상실되어 있었다.

또한 투수들 간에 편차는 크지 않았지만 저마다의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에이스인 제프 프란시스와 3차전 선발이었던 조시 포그의 조기강판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서 장기적인 휴식일이 반드시 팀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공백기를 겪고도 우승을 이루어낸 팀들은 얼마든지 존재했으며, 오히려 기록이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오랜 휴식기를 거친 팀들이 우승하는 사례가 많았었다.

결과적으로 평가할 때, 로키스는 휴식일 동안 실시했던 청백전과 시뮬레이션 훈련 등이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일부 투수들이 제구력을 상실했다는 점과 타자들도 선구안과 타격리듬이 흐트러진 것은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실시한 훈련이 막상 실전에서는 먹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한 팀들과는 확연히 다른 보스턴 레드삭스의 레벨.

근래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계속 승리하는 것을 두고, 양 리그간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러한 단정은 분명히 위험한 것이지만, 적어도 이번 2007‘ 포스트시즌을 놓고 보면 양리그간의 전력 차는 존재했었다.

우선적으로 콜로라도 로키스가 꺾었던 팀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보스턴은 물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보다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전력을 지니고 있던 팀들이었다.

전체적으로 고른 균형을 보이고 있던 필리스였지만 선발진의 무게감이나, 불펜진들의 탄탄함은 여러모로 미흡했었다. 단 타격만은 필리스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정규시즌 막판에 보여준 화력은 포스트시즌에 올라오자 상실돼 있었고,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을 의식한 타자들의 경직된 타격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애리조나 역시 공수주로 분석해 볼 때, 강팀이라 부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팀이었다. 확실한 에이스인 브랜든 웹과 리그 최고의 불펜진은 그들의 자랑거리였지만 정확성과 장타력, 그리고 응집력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 타선은 이들의 약점이었고 웹이 반드시 승리해야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듯 뒤를 받쳐주는 선발진의 믿음이 약했던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비하면 보스턴과 클리블랜드는 공수주에 걸쳐 훨씬 안정되고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길 수 있는 팀의 조건은 투타와 수비의 균형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

내셔널리그에서 맞붙은 상대에 비해 확실히 보스턴은 강한 상대였다. 그런 상대를 뛰어넘으려면 기존에 가진 장점 외에 그 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추가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 처음으로 펼쳐졌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는 끝내 로키스는 위에서 설명한 벽들을 넘지 못했다. 레드삭스를 잡으려면 1, 2차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여져야하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 몫을 해낸 맷 할리데이의 3점 홈런과 가즈오 마쓰이의 공수주에 걸친 선전, 그리고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맷 허지스를 제외하면 로키스의 장점은 드러나질 않았다.

8회말, 로키스 공격시 2사에 주자 두 명이 출루한 상황에서 3점 홈런의 주인공인 할리데이가 열광적인 홈팬들의 환호를 받고 등장했다. 보스턴의 철벽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의 초구를 노려 때려는 볼은 할리데이로선 잘 친 타구였지만 파펠본의 볼이 가진 위력 때문에 담장을 넘기진 못했다.

문제는 보스턴이 낸 10득점을 살펴보면 적절한 주루와 상대편의 실책, 그리고 번트와 희생플라이, 연타 등의 공격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홈런만 빼고 고스란히 보여주며 득점을 올려냈다. 여기에 비해 또다시 할리데이의 3점포를 바란 로키스는 주저앉고 말았다.

할리데이 혼자서 아무리 선전한 다해도 모든 선수가 고루 선전하는 팀을 이기는 길은 없다. 월드시리즈 3차전은 확실히 이기는 방법을 알고 실전에 적절히 응용하는 팀과 그 팀에 맞서 선전한 특급 플레이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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