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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가빈의 '몰빵 배구'가 불편하지 않은 이유

기사입력 2011.04.10 02:13 / 기사수정 2011.04.10 04:0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대전, 조영준 기자] 누가 삼성화재의 '절대 공격수' 가빈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나치게 특정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경기는 보는 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예고된 결과로 이어진다면 흥미는 물론, 감동도 반감된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2010-2011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은 '가빈 천하'로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 1위인 대한항공은 올 시즌 삼성화재에 4승 1패를 거두며 전력상으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상식을 초월하는 가빈의 활약에 대한항공은 초토화됐고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삼성화재가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지만 대한항공이 4전 전패로 물러날 줄은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가빈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 동안 홀로 192득점을 올렸다. 공격점유율은 매 경기 70%에 육박했고 마지막 4차전은 79%에 이르렀다. 이렇게 엄청난 공격을 시도하면서도 가빈은 지치지 않았다. 단순히 체력만 좋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동료들과의 유대감과 팀 승리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지 않으면 결코 이러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이겨야겠다는 집념이 일궈낸 '괴물 모드'

프로출범 이후 5번째 우승에 성공한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가빈이 절대로 홀로 잘해서 우승을 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몰빵 배구를 했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팀원들의 신뢰와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가빈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동료들 중, 그 누구도 가빈의 활약에 시기를 하지 않고 지원해준 점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화재는 팀의 살림꾼이었던 석진욱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전력이 하락했다. 팀의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책임져온 석진욱이 빠지자 삼성화재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신치용 감독은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승리를 거뒀지만 팀 전력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은 다시 일어났고 한 단계씩 정진하면서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았던 고희진과 여오현은 팀의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매번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여오현과 고희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삼성화재에서 2년 째 뛴 가빈도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신치용 감독은 "가빈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 경기 중에도 봤겠지만 동료들이 집중력을 잃어버렸을 때는 강하게 질책하고 독려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기고 싶은 열망. 그리고 동료들을 신뢰하는 가빈의 모습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자신의 기량을 무조건 신뢰하면서 개인플레이를 펼쳤다면 결코 꾸준하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똑같은 개인플레이라 할지라도 가빈의 활약은 차원이 달랐다. 코트에서 모든 볼을 홀로 때리고 있었지만 결코 팀원들과 동떨어진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다. 언제나 동료들에게 말을 걸고 집중력을 잃었을 때는 큰 소리로 단합을 외쳤다. 그리고 안정된 리시브와 토스가 올라오면 동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리시브가 안 돼 어려운 볼이 올라오면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주문했다.

가빈은 코트 안에서 결코 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볼을 때렸지만 동료들과 함께 뛰고 있었으며 그 바탕에는 '신뢰'와 '믿음'이 깔려있었다.

끝까지 긍정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않은 집념이 '신의 영역'으로 안내하다

정규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대한항공의 '주포'인 김학민과 신영수의 활약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요한 고비 처에서 범실을 지속적으로 한 점이 패배로 이어졌다.

삼성화재의 주장 고희진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쳐있었음을 드러냈다. 이 부분에 대해 고희진은 "정규리그 경기와 챔피언결정전은 엄연히 다르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만큼 잘한다고는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큰 경기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탄탄한 전력을 보였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20점이 넘은 상황에서 삼성화재와 기 싸움을 펼쳤지만 항상 패배했고 결정적인 범실을 먼저 범했다.

프로리그 출범 이후,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신념은 대한항공의 모든 선수들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쪽은 삼성화재였다.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도 삼성화재가 한 수 위였으며 결정적인 상황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쪽도 삼성화재였다.

이러한 차이점은 삼성화재의 4승 무패로 증명됐다. 가빈은 무수히 많은 볼을 때리면서 득점도 많이 올렸지만 범실도 적지 않았다. 상대 블로킹에 걸렸을 때, 이를 쉽게 잊어버리고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낸 정신력이 192득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물로 나타났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점수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점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가빈, 삼성화재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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