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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분해서” 헬멧으로 허벅지를… 펑펑 울던 아기사자가 독기 품은 사자로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7.08 12:00 / 기사수정 2022.07.08 11:45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윤승재 기자) 지난 6일 대구 LG전. 삼성 라이온즈는 뼈아픈 대역전패를 당했다. 8-1로 벌어진 점수차를 지켜내지 못하고 9-10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된 것. 7점차가 뒤집힌 역전패에 선수와 팬 모두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유독 더그아웃에 오래 남아 자리를 지킨 선수가 있었다. 2년차 신인 외야수 김현준이었다. 김현준은 한동안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초롱초롱했던 눈은 어느새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어 눈물까지 그렁그렁 고였다. 

이튿날(7일) 만난 김현준에게 전날 상황에 대해 묻자, “마지막 타석에서 땅볼을 쳐서 돌아오는데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자리에 앉아 헬멧으로 허벅지를 여러 번 쳤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알이 배겨 있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들 비까지 맞으며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지니까 너무 분했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다. 평소에는 잘 안 그러는데 어제는 정말 분했던 것 같다”라며 전날의 패배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평소 김현준은 ‘아기사자’라는 표현이 딱 맞는 앳된 외모를 지니고 있다. 2019년 가을 프로에 지명됐을 때 펑펑 운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랬던 그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라운드 한정’이긴 해도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남다른 승부욕에 독기가 서린다. 



하지만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는 않는다. 전날 헬멧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친 것도 분노를 누르고 누른 ‘최대한의’ 행동이었다고. 그는 “어제처럼 아쉽게 지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 감정을 다 표출하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삭히려고 하는 편이다. 좋을 때를 제외하면 야구장에서 감정을 잘 표출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독기와 승부욕으로 무장한 그는 현재 18경기 연속 안타라는 쉽지 않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6월 16일 LG전부터 안타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중. 하지만 김현준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저 ”치면 치는 거고, 못 치면 못 치는 거다“라는 심정으로 한 타석 한 타석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2년차 신인, 하지만 벌써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을 더 중요시하는 선수가 됐다. 시즌 목표도 수정됐다. 그는 “시즌 전엔 그저 내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팀을 더 생각한다. 팀이 지금의 시련을 딛고 가을야구에 갔으면 한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형들이 돌아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간절히 바랐다. 

사진=대구 윤승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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