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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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리뷰] 끝내 1승도 못 올린 인디언스의 원투펀치

기사입력 2007.10.22 11:17 / 기사수정 2007.10.22 11:17

조영준 기자

                    


(사진 - 2007 ALCS 6차전의 패전투수로 기록될 파우스토 카모나)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보스턴 팬들이 염원한 3년 전의 재현은 결국 이루어졌다. 2004년 ALCS에서 마지막 1패를 당하면 월드시리즈에 탈락하는 레드삭스의 위기는 올해의 상황과 판박이였다. 에이스 조시 베켓의 역투로 낭떠러지에서 벗어난 보스턴 레드삭스는 21일 홈구장인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ALCS 6차전에서 선발 커트 실링의 호투와 J.D 드류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월드시리즈 행에 단 1승만 남겨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12-2로 대파했다.

팀의 2선발이자 올 시즌 에이스인 C.C 사바시아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해줬던 파우스토 카모나의 몰락은 바로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카모나는 1회말 보스턴의 1, 2, 3번을 모두 출루시켜 만루상황을 만들었지만 보스턴의 주포인 매니 라미레스와 마이크 로웰을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다.

다음 타자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점이 단 한개도 없었던 보스턴 타선의 블랙홀인 J.D 드류. 팀의 해결사이던 매니와 로웰이 연거푸 물러났을 때, 득점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승리를 클리블랜드에게 헌납한 레드삭스의 악몽은 다시 재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종식시키듯 드류는 흔들리던 카모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쳐 펜웨이파크의 가장 깊숙한 센터라인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가 아닌 드류가 다량의 타점을 올려준 것이다. 막강한 중심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약한 모습을 보인 레드삭스의 하위타선은 드류의 활약과 더불어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타선이 고르게 살아난 보스턴은 3회말에서만 9안타를 몰아쳐 6득점을 뽑아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사진 - 1회말, 카모나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는 J.D 드류)

6차전에서 카모나를 상대한 보스턴의 타선은 클리블랜드 원정 시, 맥없게 물러난 타자들이 아니었다. 카모나가 던지는 1구 하나하나에 집중을 다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카모나의 주무기인 휘면서 떨어지는 싱커에 쉽게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절대로 성급하게 승부하지 않고 타자들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결국,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카모나가 던지는  승부구를 노렸던 것이 주효했고, 카모나는 결국 3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 당했다.

ALCS에서 보스턴이 3연패할 때 가장 부족했던 타선의 집중력은 다시 살아났으며, 여기에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승부사’ 커트 실링은 인디언스의 타선을 꽁꽁 묶는데 성공했다.

클리블랜드의 이번 시리즈 경기내용을 살펴보면 월드시리즈 진출 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연타능력, 기대이상의 피칭을 보인 3, 4선발들의 호투, 그리고 라파엘 베탄코트란 언터쳐블 구원투수가 존재하는 불펜진 등은 시리즈에서 승리할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들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1, 2 선발투수들은 끝내 1승도 올리지 못하였다. 상대적으로 위기에 몰린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운 조시 베켓과 커트 실링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2007 시즌에서 인디언스의 C.C 사바시아와 파우스토 카모나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원투펀치로 평가받았다. 두 선수는 나란히 19승을 올렸고 방어율을 비롯한 여러 투수 부분에서 발군의 기록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클리블랜드의 최고 장점은 다름 아닌 타 팀보다 한층 뛰어난 1, 2번 선발진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선과 수비, 3, 4선발과 구원투수들은 모두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지만 정작 가장 중요했던 1, 2선발들의 피칭은 부진을 보였다. 사바시아와 카모나가 단 1승도 건져 올리지 못한 결과, 클리블랜드는 쉽게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던 기회를 저버리고 최종 7차전까지 승부를 연장시키고 말았다.

인디언스가 2차전에서 4차전까지 3연승했을 때, 어지간한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면 콜로라도 로키스의 월드시리즈 파트너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것은 단지 시리즈에서 3-1이란 스코어로 월등히 앞서나간 상황에 기반을 두고 나온 의견이 아니라 공수주에서 탄탄한 전력을 가진 인디언스가 내리 연패하리라고는 쉽게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1승이라도 해줬어야 했던 사바시아와 카모나는 클리블랜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느 시리즈의 승자를 보더라도 에이스 투수들이 최소한 1승도 해주지 못한 팀들이 시리즈의 최종승자로 등극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에이스란 명칭이 가볍지 않은 것이고 상대적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출한 베켓과 실링이 더욱 값어치 있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사바시아와 카모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가진 위력적인 구질을 완성단계로 만들어낼 제구력이 상실됐다는 점이다. 사바시아와 카모나에 대한 심리적인 측면과 체력적인 측면도 거론됐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이들의 제구력은 정규시즌의 위력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한국시간으로 22일에 벌어질 ALCS 최종 7차전에서 콜로라도와 상대할 월드시리즈 진출 팀이 가려질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건 간에 클리블랜드로선 1, 2선발들이 제몫을 못해준다면 월드시리즈에 간다할지라도 승산은 절대로 크지 않을 것이다. 타선의 주포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을 올려주는 것 이상으로 에이스 투수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게임을 지배할줄 알아야 한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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