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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프리뷰] 커트 실링의 어깨에 달린 팀의 운명.

기사입력 2007.10.21 03:40 / 기사수정 2007.10.21 03:40

조영준 기자

                              


(사진 - 불혹을 넘긴 파이어볼러, 커트 실링)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기록적인 연승행진으로 NLCS가 일치감치 막을 내렸던 장소인 덴버에서는 월드시리즈를 기다리는 뜨거운 열기가 차가운 산바람을 무색케 하고 있다. 과연 ‘기적의 팀’이라고 불리는 로키스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 팀은 보스턴과 클리블랜드 중 어느 팀이 될 것인가?

메이저리그를 경기의 흐름과 재미로 즐겨보는 국내에서는 대략적으로 전통의 인기 팀인 보스턴의 역전을 바라는 팬들이 많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가진 클리블랜드를 선호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다. 중소도시를 연고로 한 팀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팬들은 미국 현지에서 바라는 시청률이나 관심사 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이다. 사실 클리블랜드와 콜로라도의 매치는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 현지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오하이오 주와 클리블랜드시의 팬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야구팬들은 보스턴이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에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에 비해 레드삭스는 연고지역인 보스턴 시와 뉴잉글랜드지역에서만 인기를 끄는 구단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와의 라이벌 전은 정규리그일지라도 야구팬들에겐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치업이다. 또한, 뉴욕 양키스가 뉴요커 출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스턴 역시 타 지역에서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이른바 역사가 오래되었고 할아버지 세대부터 내려온 가문의 팀이며, 그 유구한 역사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던 것은 세월이 흘러도 두고두고 남아 팬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특히, 2004년에 벌어진 양키스와의 챔피언십 결정전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팀도 이룩하지 못한 3연패 뒤 4연승을 일궈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펼친 뒤엔 전국적으로 보스턴의 새로운 팬들이 많이 생겨났었다.

그리고 당시, 보스턴의 양말에 자신의 피로 붉은 색을 물들이며 감동적인 ‘Red Sox’를 보여준 에이스 투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커트 실링이다. 발목 수술을 앞두고 팀의 우승을 위해 투혼을 펼쳤던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커트 실링의 붉은 양말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징으로 다가왔으며 그가 뿌린 선혈(鮮血)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끗하게 씻어버렸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커트 실링의 어깨에는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사활이 걸려있다.

2007 포스트시즌에서 뉴욕 양키스를 물리친 클리블랜드의 기세는 내셔널리그의 콜로라도에 못지않다. 비록 기대한 원투펀치 투수들인 C.C 사바시아와 파우스토 카르모나가 제 구실을 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적시에 득점을 올려주는 타력의 집중력과 국내 팬들에게 ‘방탄코트’란 애칭까지 얻은 라파엘 베탄코트의 활약이 눈부신 불펜진들의 활약은 시리즈 5차전까지 클리블랜드가 우세를 보일 수 있었던 요인들이었다.

득점을 올려야하는 상황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고 공포의 3, 4번에 비해서 너무나 위축돼 보이는 하위타선의 부진은 보스턴에게 암담한 그림자로 찾아왔지만 끝내 한줄기의 빛이 레드삭스에게 비춰졌다. 바로 에이스 조시 베켓의 눈부신 호투.

 


 (사진 - 볼 판정 문제와 예민한 신경전으로 설전을 벌인 조시 베켓과 케니 로프턴)

사실 경기 중, 베켓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은 여러 번 있었다. 현재 인디언스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선수인 노장 케니 로프턴과의 마찰이 첫 번째였고, ALCS 5차전에서도 끝내 침묵을 지킨 팀의 득점권 타율도 베켓의 심기를 건드리는 두 번째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27세의 베켓은 아직도 젊은 나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볼을 던질 때마다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단계까지 성장해 있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이다. 조시 베켓과 C.C 사바시아는 아메리칸리그 현역 최고의 투수로 불려지지만 베켓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반면에 사바시아는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야구에서 어떠한 치밀한 작전도 통하지 않는 경우는 바로 선발투수가 눈부신 호투를 하고 있을 때이다. 아무리 타격기술과 힘이 좋은 타자라 할지라도 볼 끝의 무브먼트가 살아서 들어오는 공은 안타로 쳐내기 힘들다. 베켓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볼 끝이 살아있고 묵직한 볼들을 뿌려댔으며 이에 에인절스의 타자들은 맥없이 물러났고 1번부터 9번까지 가장 고른 활약을 보여준 응집력을 가진 인디언스 타선도 베켓의 볼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에이스인 베켓이 자신의 모든 임무를 해주었을 때, 이제 남은 것은 바로 실링의 활약이다. 현재 불혹을 넘긴 나이로 전성기의 빠른 구속은 나오지 않지만 특유의 노련미와 철저한 분석을 통한 투구는 커트 실링의 최대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 팀을 위기에서 구한 보스턴의 에이스 조시 베켓)

예전에 비해 구속자체도 떨어진 것이 있지만 무엇보다 볼의 묵직함이 줄어들고 가벼워진 것이 현재 실링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잘 던지다가도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결정구가 이전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볼 끝의 무브먼트만 살아서 들어간다면 전성기가 지난 실링이라도 결코 쳐내기 힘들 것이다.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에인절스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또한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 체계성은 2차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팬들이 보스턴이 월드시리즈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미국 현지의 전문가들 중 보스턴의 역전승을 피력하는 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보스턴엔 포스트시즌에 강한 근성 있는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매니 라미레스와 데이비드 오티스가 타격 쪽에서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투수에 있어선 조쉬 베켓과 커트 실링이 버티고 있다.

그들이 포스트시즌에 강한 이유는 바로 모든 상황에서 전력을 다하는 집중력에 있다. 결코 자신의 장점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매순간마다 신중을 가해 임한다는 것이다. 경기에 들어서기 전 준비성이 철저한 실링이 비록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볼 끝의 움직임이 살아있다면 그의 실투는 좀처럼 보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당일 컨디션이고 2차전에 비해 어떻게 볼 배합에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서 실링의 호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홈에서 팬들의 열렬한 갈채를 받은 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려고 했던 클리블랜드는 1승을 거두기 위해 펜웨이파크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인디언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어야하는 첫 번째 관문 앞에 백전노장 커트 실링과 신예 파우스토 카르모나가 서있다. 97년 이후 10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귀환하고자 하는 인디언스와 2004년의 극적인 순간을 다시 한번 연출하려는 레드삭스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적지에서 샴페인을 터트릴 것인지 아님 최종 7차전까지 승부를 몰고 가 역전극을 노릴 것인지의 여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결정될지도 모른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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