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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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독수리, 키워드는 '발'

기사입력 2007.10.17 00:05 / 기사수정 2007.10.17 00:05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1995년과 2001년, 잠실을 안방 삼아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거머쥐었던 한화 이글스의 '국민 감독' 김인식(60)감독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총력전을 기울이겠다며 다짐했다.

김 감독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5:9로 내준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이니 총력전을 펼치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2패를 먼저 당했고 3차전 선발투수가 1선발 류현진(20)이니만큼 최대한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뜻.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통틀었을 때, 한화가 두산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바로 베이스러닝이었다. 단순히 도루 개수만을 비교하면 두산의 도루 수는 5개, 한화는 단 하나에 그쳤다.

15일 경기 7회 초 이범호 타석에서 김태균이 성공시킨 도루는 사실 도루 사인이 난 것이 아니라 '히트 앤드 런' 사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태균의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고 이승학이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 이범호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다행히 포수 채상병이 포구에 어려움을 겪어 김태균은 2루에서 살았다. 어쨌든 김태균이 도루에 성공한 덕분에 이승학은 득점권에 주자를 둔 위기에 봉착했고 이는 이범호의 1타점 좌전안타로 이어지며 4:5로 추격하는 1점이 되었다.

단순히 도루만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두산의 발 빠른 주자들은 타구가 외야에서 잡히는가에 관계없이 여타의 주자들보다 서너 발자국은 더 앞서갔다. 8회 말 고영민의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 때 2루 주자 이종욱은 거의 3루에 다다랐다가 2루로 급히 귀루했다.

타구가 커 2루타 성이 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한화 좌익수 조원우가 잘 잡아낸 타구였다. 그러나 이종욱은 조원우의 송구능력이 전성기 시절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 것까지 감안해 과감하게 3루 근처까지 갔다가 재빠르게 2루로 돌아갔다.

한화도 6회 초 좋은 주루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한상훈의 중견수 플라이 때 1루 주자 이영우(사진)가 과감히 2루로 쇄도, 세이프 선언을 받은 것. 깊은 플라이도 아니었고 중견수 이종욱이 몸을 젖히면서 잡은 타구도 아니었으나 이영우는 과감히 2루로 달렸다.

다행히 2루수 고영민이 송구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이영우는 2루에서 살았다. 상식을 깬 베이스러닝. 두산이 그러했듯 한화도 시도해 봄 직한 발야구다.

한화 타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이콥 크루즈-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삼각 편대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30%만 성공해도 찬사를 받는 방망이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는 법. 30%의 가능성을 확실한 성공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누상에 위치한 주자들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필요하다.

한화도 스피드가 나쁘지 않은 주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주루의 노련함을 따지면 한화가 더 앞선다.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이영우의 발 빠르기는 빠르다고 보기 힘들지만 이영우는 전성 시절에도 순간 스피드보다는 번뜩이는 센스로 상대 배터리를 위협하던 무서운 주자였다.

고동진 또한 올 시즌 많이 뛰지는 않았으나 도루 능력을 갖춘 주자다. 그의 도루 성공률은 71.4%. (14번 시도, 10개 성공) 역으로 생각하면 고동진을 상대한 포수의 평균 도루 저지율은 2할8푼6리. 고동진의 도루 능력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조원우 역시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당한 무릎 부상 이후 스피드가 많이 줄어들었으나 배터리를 흔드는 움직임과 센스를 지닌 주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막판 대수비로 출장한 데에 그친 김수연도 한 때 100m를 10초 대에 끊던 '쌕쌕이'다.

한화가 기대를 걸어 볼 만한 것은 또 있다. 시즌 중반 이후 두산의 마스크를 도맡아 쓰고 있는 채상병의 올 시즌 도루 저지율은 .197에 불과하다. 3차전 선발로 등판하는 김명제는 시즌 초반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김경문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이는 한화가 가진 엄청난 메리트다.

총력전을 펼친다고 해서 기존에 보여준 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결코 총력전이라고 볼 수 없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놀랄만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주포들의 화력에 승부를 걸던 한화. 그들이 발을 이용한 '깜짝 쇼'로 안방인 '한밭'에 독수리 발톱 자국을 가득 새겨넣을 수 있을 것인가?

<사진=한화 이글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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