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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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중계석]커브가 승부를 가른 PO 2차전

기사입력 2007.10.16 19:46 / 기사수정 2007.10.16 19:46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커브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

두산 베어스는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9-5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었다.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던 이날 경기, 덕아웃 주변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방송사 카메라의 '그라운드 난입'

이날 경기는 공중파 채널인 KBS2로 생중계되었다. 그간 스포츠 채널에서만 중계해왔기 때문에 방송사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 좋은 화면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양쪽 덕아웃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새로운 시점에서 경기장 구석구석을 담아내려 애쓰기도 했다.

그 노력이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경기시작 직전, 경기에 지장을 줄만큼의 촬영 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1회 초 두산 선발 맷 랜들이 초구를 던지기도 전에 주심 조종규씨는 경기를 중단시켰다. 덕아웃 주변을 이동하며 촬영하려던 카메라맨이 1루 쪽 대기타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기타석도 그라운드의 일부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주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맨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은 윤동균 KBO 기술위원장이 카메라맨을 직접 밖으로 끌어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카메라맨은 성난 윤위원장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다가 마지못해 그물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기 2시간 전에도 3루 덕아웃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를 놓고 KBS와 한화 사이에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던 터라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포스트시즌에 과열되는 취재경쟁, 평소에 팬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면 이러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커브'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

이날 양팀의 선발은 정민철(한화)과 맷 랜들(두산). 빠른 공보다는 다양한 변화구로 완급조절을 하는 정민철과 직구 위주의 투구를 하는 랜들의 대결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두 투수 모두 불안한 출발을 했다. 랜들은 평소처럼 직구를 많이 구사했지만 한화 타자들은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를 계속 생산해냈다. 2회까지 6안타를 맞으며 2실점, 조기 강판의 위기까지 몰렸다.

정민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구종은 잘 구사했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 카운트를 잡는 시속 100㎞대의 슬로커브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도 타자의 약 2m 앞에서 바운드되어 포수가 잡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정민철은 3회말 김현수에게 동점 솔로홈런, 고영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에 비해 랜들은 초반의 부진을 딛고 3회부터 6회까지 2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한 뒤 공을 금민철에게 넘겼다. 초반과는 달리 시속 110㎞대 커브의 비율을 높여 한화 타자들을 공략했던 것이다.

한편, 정민철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도 커브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아 쉽지 않은 승부를 이어나갔다. 전날 경기에서 유원상으로부터 4.1이닝 동안 한점도 뽑아내지 못한 두산, 이날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유원상의 공을 지켜본 대기타석의 타자들과 두산 김광림 타격코치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원상을 분석한 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동의하는 듯했다. 김광림 코치는 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은 없고 슬라이더와 커브다."라고 조언했다.

6회 말, "직구 아니면 바깥쪽 슬라이더니까 자신있게 쳐라."라는 김광림 코치의 지령을 들은 두산 타자들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선두타자 안경현은 초구를 좌익수 왼쪽 2루타로 연결했고, 채상병 역시 초구를 공략해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경기 중반의 침묵을 깨고 5-2로 달아나는 한방이었다.

유원상은 후속 민병헌을 상대로 커브를 구사했으나 공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민병헌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원상은 커브를 자신있게 던지지 못한 채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승부를 겨뤘던 것이다.

점점 쌀쌀해져 가는 날씨에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여름철 습도가 높아 공이 손에 잘 달라붙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좀 더 쌀쌀해질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투수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자.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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