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연예계 큰 별' 송해가 세상을 떠난 가운데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
송해는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해 수십년간 진행해온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불참했다.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송해는 KBS 측에 하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방송계 역사의 산증인이자 선생님인 송해의 비보가 전해지자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2, 3호실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오전부터 줄을 이었다.
9일 오전에는 최불암, 신동엽, 전현무, 이찬원, 임성훈, 김숙, 이미자, 전원주, 이순재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에는 박상철, 박진도, 김민경, 문세윤, 유민상 홍윤화, 김수영, 김태원, 태진아, 이박사, 장윤정, 도경완, 조명섭, 조영구, 박태호 전 KBS 예능국장, 송대관, 인순이, 신영희, 팝핀현준, 박애리, 박나래, 조춘, 하하, 신봉선, 김원효, 정준하, 송은이, 빽가가 조문했다.
이날 오후, 장례식장을 찾은 전원주는 "선생님 하고는 연이 많다. 절 많이 이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힘들어도 '참아라 참아라' 하셨다"라며 울먹였다.
이어 "좋은 일도 많으시고 인정도 많으시고 어려운 사람 많이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만원짜리 이만큼 가지고 다니다가 어려운 사람 있으면 주시고, '원주도 그러고 살아라. 벌벌 떨지 말고 쓰며 살아라' 하셨다. 돈 꺼낼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난다"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또 전원주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사시라'고 하다가 혼난 적이 있는데 100세 넘어서까지 사실 줄 알았다. 선생님 좋은 데 가서 내려다 보시고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진도는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떠나시니까 큰 별이 진 것 같다. 우리 연예계에서 정말 제일 최원로로서 오래 장수하셨고 한 프로를 오랫동안 이끌어 오셨다. 연예계의 큰 별이라고 생각한다. 대중 분들이 함께 슬퍼해 주시고 영원히 기억되셨으면 좋겠다. 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가수 박상철은 "사실 며칠 전에 선생님하고 통화를 했다. 뵐려고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며칠 후에 보자고 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선생님께서 저한테 전화를 자주 주셔서 걱정을 많이 하셨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이어 "저는 '전국 노래 자랑' 출신이다. 선생님께서 많이 아껴주셨고 선생님과 해외 공연도 많이 나갔다. 그러면 선생님과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격의 없이 대해주셨다"라며 "오랜 시간 함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이박사는 "후배들을 위해, 문화 예술을 위해 아주 노력하시는 분이고 대표 인물이시다"라며 "노력을 해야 성공한다고 항상 그러셨다. 성공보다도 노력을 해야 1등이 된다고 하셨다. 송해 선생님은 최고 예술인의 길을 터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살겠습니다 선생님. 아무쪼록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아직까지도 선생님 모습이 아른거린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빈소를 찾은 태진아는 "영정사진 보니까 하늘나라에서도 편안하게 잘 계실 거라고 믿는다. 가요 뿐만 아니라 연예계의 큰 별이 하늘나라에 가셨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실감은 안 나지만 무거운 짐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하시길 기도하고 나왔다. 저는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정말 따뜻하시고 자상하시고 후배들을 보듬어주신 분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희옥은 "국화 한 송이 놔드리고 잠시 묵념하고 사진을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 안 울 줄 알았다. 미소짓고 계신 영정사진 보니까 찡했다"라며 "병환이 있으셨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부고 소식을 들으니까... 어떤 생각이 드냐면 '우리 선생님처럼 나도 삶을 이렇게 멋지게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베풀고 선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대중예술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송대관은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이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슬프고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천국 가시라고 조문을 왔다. 좋은 일 많이 하신 분이라 틀림 없이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다. 몇십 년을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같이 지낸 사이라 남이 아니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침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은 박나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박나래는 "송해 선생님과 함께 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동시대에 함께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송해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선생님 가시는 마지막 길에 오게 됐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제가 무명도 많이 길었고 송해 선생님과 많은 일을 하진 않았지만 제가 막 잘됐을 때 송해 선생님 분장을 하고 선생님과 무대를 섰던 적이 있다. 제가 그때 너무 부끄러웠는데 선생님이 제 분장을 보시고 굉장히 많이 웃어주시고 '잘할 수 있을 거다'라고 북돋워주셔서 큰 힘을 얻었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는 함께 빈소를 나섰다. 박애리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선생님과 한 무대에서 뵀었다. '늘 언제나 잘하고 있어서 너무 이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이쁘게 살아'라고 저희 부부를 아껴주시고 예뻐해주셨다. 갑자기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조만간 무대에서 뵐 수 있겠구나 했는데 허망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길에 낙원동을 지나왔다. 예전에 '맛있는 밥 사주고 싶으니까 언제 한 번 와라' 하셨다. 그때 선생님 단골집에 가는데 가는 길 내내 만나는 모든 분들 손을 잡아주시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에 팝핀현준은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애리는 "모든 분들의 아버지이자 스승이셨던 것 같다. 마음 편히 좋은 곳에서 주무시길 바란다. 보고 싶으셨던 가족들 만나시고 가고 싶으셨던 고향도 가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인순이는 "그렇게 고향에 가시고 싶어하셨고 어머님을 반나뵙고 싶어 하셨는데 이렇게 가셨다. 아마 지금쯤 가족들과 웃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그리워하던 가족들을 만나셨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게 남은 것 같다. 송해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고 감사했다"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방송계 인사들은 물론 조원진 전 국회의원, 정순균 강남구청장, 이재오 전 국회의원 등 정치권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종로구 국회의원 최재형은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어르신이 떠나셨다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송해길'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명소가 됐다. 종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다음주 수요일이 송해길 선포 5주년 기념식이어서 그때 뵙고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갑자기 떠나시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 하늘나라 가셔서 먼저 보냈던 가족들과 만나셔서 영면하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달성군수 김문오는 "송해 선생님은 명예 군민이고 홍보대사이시다. 또 처갓동네지 않나. 석옥이 여사가 2년 전에 (돌아가시고) 와 계신다. 송해 선생님에 대한 애도의 뜻이 깊다. 제2의 고향 달성에 오셔서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해의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3일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엄영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 장례위원은 코미디언 석현, 김학래, 이용식,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김구라와 지상파 방송 3사의 희극인실장인 김성규(KBS), 고명환(MBC), 정삼식(SBS)이 맡았다.
발인은 10일 오전 5시이며, 이에 앞서 30분 동안 영결식이 열린다. 영결식의 사회는 코미디언 김학래, 엄영수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이 조사를, 개그맨 이용식이 추도사를 맡는다.
고인을 모신 운구차는 종로구 낙원동의 '송해길'과 여의도 KBS 본관을 들른다. 장지는 대구 달성군 옥포리의 송해공원.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석옥이 여사의 곁에 안장된다.
한편 1927년 4월 27일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운 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왔다.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으며,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아 34년간 방송을 진행하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영국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 부문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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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