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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송강호 주연상, '브로커'로 받아 韓 감독님들에 송구"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2.06.02 18:30 / 기사수정 2022.06.02 19:0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를 통해 송강호와 강동원, 배두나 등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한 소회를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달 28일 폐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상인 애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도 함께 수상했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를 통해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들과도 좀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게 됐다.

지난 달 28일 폐막한 칸국제영화제 일정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브로커' 한국 개봉 관련 다양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에는 시차 적응 때문에 조금 피곤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브로커'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칸영화제 폐막식에서는 '헤어질 결심'을 통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찬욱 감독의 수상소감이 전해지던 당시 객석에서 티슈로 눈물을 훔치는 듯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습이 포착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 "박찬욱 감독님과 앞서 인연이 있었다. 2004년 '아무도 모른다'가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박찬욱 감독님은 '올드보이'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셨었다. 그 때 아기라 유야가 남우주연상을 받고, 박찬욱 감독님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인연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런 형태로 칸에서 만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찬욱 감독님은 같은 세대의 감독님이시고, 또 같은 아시아인의 감독으로서 제가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이시기에 수상소감을 들었을 때 저도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고 웃으며 해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때 극장 안이 굉장히 더웠다. 그래서 얼굴을 닦고 있던 중이었다"며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함께 들고 온 물티슈를 들어보였다. 이어 "이 티슈가 체감온도를 낮춰주는 물티슈다.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말하고 계실 때, 공교롭게도 그 타이밍에서 땀을 닦고 있었는데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놓아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송강호에게도 다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정말 수상하신 것이 너무나 잘 됐다. 다른 한국 분들도 모두 기다렸었던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다"고 말을 이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기자회견 때도 말씀드렸지만, 송강호 씨가 아직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만큼의, 그런 존재이시지 않나. 저도 정말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그리고 그동안 박찬욱 감독님이나 봉준호 감독님,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에서도 충분히 상을 받으실 만 했었는데, 우연히 이 작품에서 받으시게 된 것에 저는 또 반대로 한국 감독님들께 조금 송구한 그런 마음이 있다"고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상을 받고 난 후에는 서로 기뻐하고 부둥켜안고, 행복한 밤을 보냈다"고 전하며 웃었다.

출연 배우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 것에도, "자연스럽게 손으로 쓰는 것이 저의 평소 습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편지를 건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만큼, 제대로 말로 해서 글로 해서 전하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다"고 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래서 이렇게 시나리오가 나온 단계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시점에서 알 수 있는 캐릭터 배경 같은 것들을 편지에 담아서 배우 분들께 전달을 했었다. 제가 답장을 받는 것은 편지라는 형태가 아니라, 연기로 받는 것이 그 편집의 답장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편지를 주고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편지로 제 생각을 전하고 연기로 보답을 받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전했다. 

또 "촬영이 끝난 뒤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씨가 짧은 손글씨로 현장에 함께 했던 소감을 편지로 전해주셨었다"며 "제 개인적인 부탁이나 사적인 감정을 편지에 담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가 표면적으로는 브로커와, 아이를 버리는 어머니가 함께 하는 여정을 담았지만 그 바탕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머니라는 형태를 선택하지 않았던 여성 두 명의 이야기이고, 이 여성 두 명이 이 여정을 통해서 어머니가 돼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을 담았고, 답장을 받았을 때는 '이번 촬영이 즐거웠다'고 말하는 답장을 받았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며 출연 배우들을 모두 정성스레 언급한 뒤 "프로페셔널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브로커'의 전작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까지, 한국과 프랑스 등 타국과도 꾸준히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어느 나라든 차이가 없다"며 "촬영감독은 어느 나라를 가든 촬영감독의 느낌이 나고, 미술부 스태프들은 어디를 가도 미술부 느낌이 난다. 참 신기한 부분인데, 장인들은 국경을 넘어서 어떤 특징을 갖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래서 작업이 힘들었던 부분은 없고, 한국은 특히 노동 환경이 잘 정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결코 일본의 제작 환경이 어려워서 해외에서 찍은 것은 아니다. 제 나름대로 그동안 열심히 영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하고 싶은 영화를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이 돼있다. 이번에는 우연히, 제가 평소 팬으로 여겼던 배우 분들이 함께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해주셨고 그 배우 분들이 프랑스에도, 한국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연속으로 해외 프로젝트가 이어졌던 것 같다"고 짚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이렇게 해외 작업을 통해서 얻었던 경험들은, 이제 이후에 일본에 돌아가서 '이런 부분들은 일본도 좀 바뀌는 것이 좋겠다'라든지 그런 쪽으로 피드백을 해나가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영어권에서도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고 또 한국에서도 드라마가 될 지 영화가 될 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작업을 하고 싶다"며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브로커'는 6월 8일 개봉한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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