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최근 ‘뮤직뱅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가수 임영웅이 '디지털 음원 점수'와 '음반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음에도 방송 횟수 점수에서 0점을 받아 1위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에 각종 논란들이 일어나고 있고 ‘뮤직뱅크’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글에선 불확실한 부분은 제외하고 ‘방송 횟수 점수’(이하 방송 점수) 그 자체만 이야기해 보려 한다.
현재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이 전부 다 추측에 불과한 것이고, 점수 측정이 정말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서 임영웅이 방송 점수 0점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때문에 ‘뮤직뱅크’ 1위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자.
이런 상황일 경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되는가.
‘뮤직뱅크’가 어떤 방송에 몇 점을 부여해서 합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빠져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뉴스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뮤직뱅크’ 방송 점수에서 뉴스가 빠졌다.
지난 2013년 싸이 ‘젠틀맨’ 방송 점수 논란 당시 '뮤직뱅크' PD는 "방송 횟수 점수에서 보도 프로그램을 제외한 것은 2012년 12월부터"라며 "뉴스는 한번 클립이 만들어지면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되기 때문에 주 1회 방송되는 대다수 프로그램과 형평성에서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뮤직뱅크, 방송 점수 기준 변경…싸이 '젠틀맨' 1위 향방은?(엑스포츠뉴스 / 2013년 4월 19일)
'젠틀맨' 둘러싼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 논란(연합뉴스 / 2013년 4월 19일)
방향은 다르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도 방송 점수 논란이 있었던 것.
10년 전 논란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때 당시의 해명도 시원한 해명이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순위제 방송에서 ‘점수’라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음원 점수가 그 존재를 인정받는 이유는 “음원 점수가 높은 만큼 그 가수가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본다”라는 일종의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음반 점수가 그 존재를 인정받는 이유는 “높은 음반 점수를 해당 아티스트 팬덤의 강력함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볼 수 있다”라는 시각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방송 횟수 점수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그리고 무언가 대표한다고 주장했을 때 보는 사람들이 그 주장이 납득할만하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10년 전 ‘뮤직뱅크’ PD의 해명과 달리, 싸이 ‘강남스타일’ 열풍 때 방송 점수는 2022년인 지금 다시 봐도 “형평성이 없다는 말”로 치부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는 점수였다.
2012년에 ‘강남스타일’은 그해 음원 차트에서 연간 1위를 기록한 대히트곡이었지만, 그 엄청난 음원 점수조차도 ‘강남스타일’의 국제적인 열풍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다 담아냈다고 보긴 어려웠다. 결국 음원 점수라는 건 국내 음원 차트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이런 음원 점수의 한계를 보완해 주던 것이 당시 방송 점수였고, 지금 다시 봐도 싸이 ‘강남스타일’의 방송 점수는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로써 충분히 기능한다. 그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 곡이었는지, 그 당시 열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뉴스거리’로서 가치가 있는 곡이었는지 등등.
이 부분이 제거된 현재의 ‘뮤직뱅크’ 방송 점수에 대해 “이 점수에는 이러한 가치가 있고 저러한 대표성이 있습니다”라고 누가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임영웅이 정상적으로 0점을 받은 것이라 할지라도, 이 점수는 딱 한 가지 밖에 의미하지 못한다.
“임영웅조차도 방송 점수 없으면 1위 못할 수 있다”라는 명백한 시그널을 주는 것.
국내에서 손꼽히게 충성도 높은 리스너를 많이 가지고 있고, 트로트가수로서 이례적으로 앨범 판매 개시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넘게 팔아도 방송 점수가 없으면 1위를 못한다는 사실 외에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이 시그널은 1위를 하지 못한 아티스트에게도 가지만 1위를 ‘한’ 아티스트에게도 간다. 만약 스케쥴상의 이유 등으로 다음 활동 때 KBS 콘텐츠에 나오지 못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둬도 1등을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상대에서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 1위를 못한 가수와 1위를 한 가수에게 이러한 사실을 동시에 학습시켜 이득을 얻는 존재는 누구인가.
크게 보면, 이번 문제는 순위제 음악방송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음악방송이 1위 산정 방식을 발표하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방송국, 음악방송의 재량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합당한가.
음악방송 출연 안 한다고 1위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납득 가능한 설명 없이 특정 분야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은 정당한가 등등 진지하게 논의할 만한 주제는 충분히 존재한다. 지금처럼 이슈가 크게 된 경우가 많지 않을 뿐, 이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어서 화제가 안 된 것이 아니다.
사실, 음악방송 1위가 “NN데이에 XX 선물하고 싶은 가수 1위” 정도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위 여부를 신경 쓰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있고, 1위 후보에 들었거나 실제로 1위를 한 것이 누군가의 커리어에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는 이상,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1위를 수여하는 방송으로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사진 = 물고기뮤직-뮤직뱅크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