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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방탄소년단…그래미 도전은 '현재진행형' [방탄렛잇고①]

기사입력 2022.04.09 10:50

김노을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수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비록 트로피는 놓쳤지만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방탄소년단,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방탄소년단은 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의 문턱에서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5월 발표된 '버터'(Butter)는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총 10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2021년 최다 주수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2년 연속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이 곡으로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의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I GET A KICK OUT OF YOU)',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의 '론리(LONELY)',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도자 캣·시저(SZA)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 등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 경쟁을 벌였고, 트로피는 도자 캣과 시저에게 돌아갔다.

'버터'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0주 연속 1위를 수성한 글로벌 메가 히트곡이다. 이외에도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각각 '올해 최고의 노래 50'에 선정했으며, 영국 음악 잡지 'NME'의 '올해 최고이 노래 50' 등에 이름을 올렸다.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까지 2년 연속 글로벌 히트 성과를 내며 신드롬을 입증한 만큼, 방탄소년단을 2년째 후보 지명한 그래미가 내릴 선택에 유독 기대감이 컸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콧대 높은 그래미, 환상적인 '버터'로 한 방 먹인 BTS

방탄소년단과 그래미의 인연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자로 참여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20년 시상식에서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2021년에는 후보에 오른 동시에 단독 무대까지 가졌다. 올해도 후보 지명과 동시에 퍼포머 명단에 이름을 올려 4년 연속 그래미를 빛냈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은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버터' 단독 무대를 남겼다. 가수는 무대로 말해야 함을 여실히 증명한 이들의 무대에 전 세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단독 무대의 시작은 정국이 알렸다. 정국은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고, 해커를 떠올리게 한 진은 비록 손 부상 때문에 후반부에나 무대에 합류했으나 자신의 몫을 다했다. 객석에 능청스럽게 섞여있던 다른 멤버들도 무대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버터' 무대가 펼쳐졌다. 영화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현장에 있던 모두의 박수 갈채를 끌어냈다.

외신도 비밀 요원으로 변신한 방탄소년단에게 아낌없는 극찬을 보냈다. 미국 엑스트라TV는 "정국은 차세대 제임스 본드"라며 치켜세웠고, 미국 빌보드는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서 열린 공연 중 방탄소년단의 '버터'를 최고의 퍼포먼스로 선정했다.




▲ BTS, 그래미 '유리천장'에 균열내다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이룬 성과를 트로피 수집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아시아권 가수 최초로 4년 연속 그래미와 인연을 맺고, 단독 공연까지 펼친 이들은 여전히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이기 때문.

그래미는 유색인종이나 비영어권 가수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로 매해 '화이트 그래미'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이라는 허울에 감춰진 짙은 보수성 탓에 많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성취가 외면 당하기 일쑤였는데, 올해부터 투표인단의 인종, 젠더 구성을 대폭 보완하는 변화 의지를 보였다. 자신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보이그룹의 음악을 2년 연속 후보에 올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리더 RM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LA'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시작한 가수로서 정체성, 장르의 한계점,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다"며 '유리천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계속 진심을 다해 우리가 잘하는 것들,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렸다. 작은 순간이 모여서 오늘의 기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천장 속에서도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인연을 이어왔고 현재도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이 선사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완벽한 무대와 한글이 수놓아진 전광판 그 자체만으로 자긍심을 갖기 충분하다.



▲ BTS의 도전은 현재진행형

시대 흐름을 읽으려는 의지를 보인 그래미를 향한 방탄소년단의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 3대 대중 음악 시상식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최초' 타이틀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게 되는 것.

RM은 이번 그래미 시상식 이후 네이버 브이라이브 방송을 통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오늘 슬프고 내일 괜찮으면 된다"고 의연하게 털어놨다.

슈가는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다. 슬퍼할 일이 아닌 대단한 일"이라고 2년 연속 후보 지명의 의미를 되짚었고, 정국과 뷔는 각각 "좋은 경험을 했다" "좋은 무대를 많이 봐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며 자신들의 더 나은 다음을 기약했다.



이들이 '유리천장'에 낸 작은 균열이 머지않은 시일 내 보다 합당한 성취를 가져오리라는 기대감도 높다. 커리어 하이를 달성 중인 방탄소년단의 스타성과 늘어가는 음악적 성취 등이 시너지를 발휘해 향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그래미는 지속적으로 '화이트 그래미'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비백인이나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BTS를 통해 실감하는 변화는 실질적으로 적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BTS의 음악적 행보가 나쁘지 않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곡들이 글로벌 인기를 얻었는데 그것을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인상이 있다. 그래미 자체는 변화하려는 노력 중이나 아직까지는 미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래미가 아티스트적인 성취에 집중하는 시상식이라는 것도 재차 드러난 부분이 있다. 글로벌 팝스타로 위상을 세운 BTS도 자신들이 본래 가진 색을 더욱 자유롭게 치고 나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빅히트 뮤직, 레코딩 아카데미, CBS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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