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예진 인턴기자) ‘블랙: 악마를 보았다’가 ‘사이코패스’의 대명사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직접 받은 세 통의 편지를 통해 그의 비뚤어진 심리를 낱낱이 분석했다.
16일 방송된 채널A ‘블랙(이하 블랙)’에서는 장진, 최귀화, 권일용, 그리고 게스트 한승연이 최근 유영철이 ‘블랙’에 보낸 자필 편지를 살펴보며 그의 심리를 읽었다.
흐트러지거나 고쳐 쓴 흔적 하나 없이 자를 대고 쓴 듯이 반듯한 유영철의 글씨체를 보고 최귀화는 “타자기로 친 거 아니냐”며 놀랐고, 한승연은 섬뜩해 했다.
유영철은 편지 하단에 초록색으로 칠한 네잎클로버 그림을 직접 그려놓았는데, 이 그림을 본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유영철은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 장애가 있다. 따라서 그림에 적절하지 않은 색을 칠했을 경우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며 “자신이 색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제작진에게 색을 칠한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존에 알려진 유영철의 그림은 모두 흑백으로 색깔을 칠한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어 최귀화가 유영철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 속의 유영철은 “내가 ’사이코패스’로 명명되는 건 오류라고 본다. 환경적 요인에서 기인한 ‘소시오패스’에 가깝다”라며 스스로를 진단하기도 했고, “권일용, 표창원 같은 프로파일러를 만난 사실이 일체 없음에도 언론에선 그 내용이 사실처럼 보도됐다”고 적어 출연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에 권일용은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거짓말 한 마디에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이코패스가 상대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수법이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안 만났다고 하면 내가 소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식으로 심부름을 하게 하거나 말을 하게 만드는 수법”이라고 문장에 담긴 사이코패스의 수법에 대해 경고했다.
유영철의 범행은 그가 직접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유영철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드라마를 통해 공개됐다. 미성년자 강간 및 공무원 자격 사칭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유영철은 출소 후 2주 만에 주택 침입 살해 사건을 벌이기 시작했고, 첫 살해 사건 이후 2~3주 간격으로 비슷한 범행을 이어갔다. 총 네 번의 사건으로 8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유영철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과 CCTV에 찍힌 뒷모습으로 자신에 대한 공개 수배가 시작되자 잠시 범행을 멈췄지만, 곧 새로운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유흥업 종사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욕실에 들어가게 한 후 둔기를 내려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까지 하게 된 것. 유영철은 시신 훼손 과정을 손쉽게 하기 위해 해부학과 법의학까지 공부했고, 시신의 사후 경직과 혈액 응고까지 고려해서 범행을 이어갔다. 모두 열한 명의 여성이 유영철의 집에서 참혹하게 희생되었다. 유영철이 자신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할 때 영화 ‘1492년 컬럼버스’의 OST인 ‘The Conquest of Paradise’를 들었다는 사실에 한승연은 “이 곡은 웅장하고 대단한 일을 할 때 나오는 음악인데 도대체 유영철은 본인의 범행에 무슨 의미를 부여한 것이냐”며 분노했다.
유영철은 결혼 생활 내내 교도소를 들락거려 결국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아들의 양육권도 빼앗겼다. 이후에 만난 동거녀도 유영철이 전과와 이혼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된 후 이별을 통보하고 떠났다. 유영철은 이에 대해 “여자들의 거듭된 배신을 참을 수가 없었다. 100명을 죽여 내 마음에 쌓인 한을 풀겠다”며 살인 행각을 결심했다. 유영철은 편지에도 두 여자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괴로움을 호소했고, “폭력과 학대의 숙주인 저항 감정을 먹고 자랐다”며 자신이 살인자가 된 것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며 핑계를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장진은 “그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된 사람들을 모욕하는 말이다”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유영철은 자신이 “가난한 자들을 업신여기는 부자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권일용은 “유영철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주로 집에 남자가 없는 시간에 가정집에 침입해 노인과 여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유층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유영철의 주장은 명분없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그의 비열함을 지적했다.
또한 유영철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전처나 동거녀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에 대해 권일용은 “자신을 분노하게 한 대상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대상의 전치’가 일어난 것”이라며 “전처는 아들의 양육자이기 때문에 필요한 존재이고, 살해하게 될 경우 본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바로 지목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라 평가했다. 한승연도 “자신이 상대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지 않고 왜 ‘배신’이라고 얘기하나”며 유영철의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계속된 유영철의 자기 포장과 합리화에 권일용은 “본인이 만들어낸 명분을 지금까지도 편지로 주장하고 있다. 참 변함없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한 연쇄 살인을 이어가던 유영철은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것에 의심을 품은 업주의 신고로 잠복하던 경찰에게 납치범으로 의심받아 현장 체포되었다. 체포 후 경찰 조사를 받던 유영철은 당시 담당 형사에게 “여기 있는 사람 내가 다 특진시켜줄게”라며 27명을 죽였다고 떠벌였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를 하게 되어 결국 연쇄 살인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권일용은 유영철의 오만함을 지적하며 “증거가 나와서 추궁을 받고 처벌을 받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백을 해놓고도 도주를 해서 범행도구를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죄책감을 갖거나 범죄를 멈추기 위해서 자백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유영철은 살인, 방화, 사체 손괴, 공무원 자격 사칭, 사체 유기, 도주 등의 혐의로 2004년 12월 사형선고를 확정 받았다. 장진은 “이제는 사라져도 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사건을 되짚어 보며 소름이 돋았다. 편지를 보면 오랜 시간 감옥에 있으면서도 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만일 그가 잡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라며 피해자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범죄자의 비뚤어진 내면을 추적하는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송된다.
사진 = 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