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07 01:12 / 기사수정 2007.09.07 01:12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오심논란' 연맹은 나몰라?
상황1.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들어와서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태클이 들어왔다. 당연히 '페널티 킥'이구나 하고 내심 반가웠는데 뜬금 없이 할리우드 액션이니 경고란다. 그러고 보니 상대 공격수가 아까 공중볼 경합중에 우리 팀 수비가 공대 신 뒤통수에 헤딩을 먹이는 바람에 1분 정도 쓰러져 있는데도 경기를 멈출 생각을 않더라니,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건가.
상황2.
휘슬이 울리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에 긴장했는데 카드의 방향이 엉뚱하다. 별로 심하게 엉켜 있던 것도 아닌데 그걸 헷갈린 건가? 결국, 부심과 상의를 하더니 판정을 번복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건 좋은데 왜 하필 경기중에 이러시나?
상황3.
피해의식일 뿐이라는 말도 지겹다. 왜 우리만 이렇게 당하나. 첫 골도 이상했는데 상대 역전째 골까지 오프사이드. 그런데 어떻게 저게 다 골이 되냐는 말이다. 안방에서 이러는 것도 한번 봐줬으면 됐지 두 번씩이나 봐 주란 말인가.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은 또 한 번 난장판이 돼버렸다.
이 상황들은 몇 시즌에 걸쳐서 찾아낸 사례들이 아니다. 놀랍게도 모두 지난 주말 펼쳐진 정규리그 20라운드에서 벌어진 상황들이다. 첫 번째 상황은 대구-포항전에서 후반에 발생한 황진성이 경고를 받던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제주-수원전에서 후반 말미에 있던 일이고, 마지막은 9월5일 대전과 성남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대전은 이 판정에 항의하다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징계를 받았다.
다른 경기 역시 이 외에도 다양한 상황들이 속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인천-광주, 전북-부산, 전남-울산, 경남-서울 역시 크고 작은 말이 나와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아시아핸드볼연맹과 프로축구연맹의 공통점
특히 가장 격렬한 항의의 뜻을 나타낸 대전은 경기에 대해 제소까지 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벌금 300만 원. 심판 판정에 불복한 것 대한 징계였다. 그리고 연맹이 심판 판정에 대하여 밝힌 공식 입장은 '당일 경기의 판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몸싸움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경기의 일부일 뿐.'.
그 모습을 보고 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이나 축구인들의 입에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쓴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지방 측에서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 평소에도 수도권 팀과 지방팀으로 나누어지는 수혜자와 피해자의 양상이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은 21라운드에 출장할 수 없을지도 모를 위험부담을 안고 다시 재심을 신청했다.
그런데 9월 5일 연맹이 대전에 대한 징계와 판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똑같은 말을 그 이틀 전에도 한번 들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진출권을 걸고 벌어진 쿠웨이트-한국 남자핸드볼 대결에서 벌어진 추악할 정도의 편파판정에 대해 AHF심판위원회가 밝힌 공식입장 역시 '경기의 판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였던 것.(심지어 패자가 말이 많다는 표현까지 사용해서 공분을 일으켰다)
거친 몸싸움도 경기의 일부이니 그냥 수용하라는 프로축구연맹이나 대놓고 패자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아시아핸드볼연맹이 다를게. 뭐가 있을까.
누구나 할 말이 있다
사실 이런 판정의 문제는 피해자만이 아니라 수혜자도 할 말이 많다. 당장 피해자는 판정으로 경기 양상이 뒤집힌 걸로도 모자라 억울한 마음에 공식적인 항의도 해보지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구단에 대한 징계로 끝나는 건 차라리 애교고, 여차하면 벤치에 앉아있던 감독과 코치진이 모두 출장 정지를 당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홈어드벤티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어웨이 어드벤티지는 너무 하지않느냐'는 말이 나올 지경. 심지어 팬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장기간의 법적 투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수혜자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수도권의 모 유명 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판정으로 이득을 봐도 전혀 반갑지가 않다'는 것. 어쩌다 한번이면 서로 실수로 치지만 그게 거듭하니 나중엔 정말 정확한 판정으로 기회를 잡더라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 또 워낙 '수혜자'로 낙인찍히다 보니 행여 판정에 문제가 있어도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끊임없이 내부에서 순환하는 한국 축구의 생리상 이런 트러블로 문제가 생기면 선수나 지도자 수급에도 애로가 많다는 점은 피해자나 수혜자 모두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K리그는 현재진행형, 연맹은?
문제는 연맹이 정작 이런 상황을 야기한 심판의 문제에 대해 전혀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고금복 주심 문제만 해도 이미 불과 보름 전 경남-대전 경기 역시 판정 시비를 불러 일으키며 대전이 공식 징계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대전-성남전의 주심으로 나섰다.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을 폭행해 출장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심판이 1년 반 만에 복귀하는가 하면, 몇몇 심판은 특정 구단의 전속 심판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해당 구단의 경기에 자주 출장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스스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 상황이 절대 심판의 탓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거금을 들여 헤드셋을 도입하고 독일에서 심판을 공수해오고, 시간과 인력을 들여 심판 교육을 강화해봤자 돈 낭비에 그칠 뿐이다. 이것이 이번 시즌만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된 것임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질이 나쁘다.
하물며 2002년의 영광 덕분에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을 한 한국의 축구 저변은 생각지도 않고 그 이전까지의 진행속도를 유지하는, 아니 가끔은 멋진 '문워크'마저 선보이고 있는 연맹의 행보는 이번 사태와 마주하며 또 한 번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전환점이 과거 회귀의 반환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성을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이제 전적으로 연맹의 재량이다. 이미 깊어질 대로 골이 깊어진 구단들과의 관계에 필요한 것은 '그들만의 은밀한 대화'가 아니라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그 무엇이다.
또 다시 등을 돌리려는 팬들의 손을 잡아끌지는 못할망정 하이킥을 날릴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사진=대전 김호 감독이 주심의 판정에 항의를 하고 있다. (C) 엑스포츠뉴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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