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마이웨이' 김영희의 근황이 공개됐다.
6일 방송한 TV CHOSUN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80년대 한국 여자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농구계 레전드 김영희가 출연했다.
김영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 거인증으로 불리는 희귀병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그는 뇌출혈로 쓰러지며 은퇴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코트를 떠났다.
병마와 싸우던 중 얻게 된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방안에서의 이동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누군가가 찾아왔다. 김영희는 "20년 간 있어준 언니다. 엄마, 언니와 같다. 천사다. 이런 천사분이 없다"라며 이지숙 씨를 소개했다.
이지숙 씨는 김영희를 살뜰하게 챙겼다.
이지숙 씨는 "옆집에 시어머니가 살고 있어서 왕래를 하다가 어느 날 보니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여기에 있더라. 반가워서 왕래를 하다 보니 사람을 엄청 반기고 좋아하더라. 나도 스스럽 없이 다니다 보니 세월이 20년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을 만나게 해줬나 몰라"라고 전했다.
김영희의 손발이 돼준 이지숙 씨는 시장에서 김영희를 위해 유과를 샀다. 상인들도 김영희의 안부를 물었다. 모두 그의 건강을 염원했다.
이지숙 씨는 "영희가 밖을 못 나오니 항상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반찬을 해줘야 한다. 밥 먹고 자는 것 외에는 내가 해줘야 한다. 손발이 돼줘야 하는 상황이다. 영희가 치아가 없다. 다른 건 못 먹는데 이건 좋아한다. 저녁에 혈당이 떨어졌을 때 당을 보충하려고 (유과를) 먹는다"라고 말했다.
김영희는 생사 고비를 넘겼다. 이지숙 씨는 "날짜를 못 잊는다. 21년도 7월 2일에 잘 못 먹고 안 일어나길래 오후에 왔더니 의식을 잃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김영희는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병원에 있더라. 주치의 선생님이 왔다. 반이 마취가 돼 반응이 안 됐다. 언니분에게 감사하라고 아니었으면 사망이라고, 머리에 피가 고였는데 다 닦아내니 정신이 돌아온 거다"라며 수술로 위기를 넘겼다고 밝혔다.
지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여서 정기검진을 받는다. 김영희는 주치의에게 "2개월에 한 번씩 와야 하는데 늦었다. 걷지 못해서 택시 타는 것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주치의는 "옛날에는 걷지도 못하고 고개도 못 들었다. 걷지 못하는 이유가 관절염이 와서다. 허리도 안 좋다. 전신에 관절염이 다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말단비대증은 아직도 있다. 수술해서도 문제가 남아있는데 약으로 성장 호르몬을 억제하고 있다. 지금은 창자가 문제가 있다. 어느 순간 꼬이면 위험하다. 네 번 그랬는데 마지막 입원할 때 40일 했는데 한 번 입원하면 한참 입원해 겨우 살아나는 상태다. 또 오면 안 된다. 아주 위험하다.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나빠지니 얼마나 힘들겠냐. 더 큰 문제는 우울증이다. 세상에서 느끼는 그런 것들이 얼마나 많겠냐"라며 걱정했다.
김영희는 "좋아질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혼자이면 우울감이 어김없이 파고들었다. 오전 내 함께 하던 이지숙 씨가 떠난 후 적막해진 집에 다시 홀로 남겨졌다.
김영희는 "20년 전부터 우울증, 불안증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심했고 한 5년 앓았는데 지금도 우울증이 약간 있다. 불안증 때문에 날씨가 추워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차 소리, 사람 소리가 들려서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조용하면 TV소리를 크게 튼다. 오래 앓아왔다"라고 밝혔다.
김영희는 좋은 글귀를 적어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다. 이어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가 그의 집을 방문했다.
김영희는 "2002년부터 5년 앓았다. 너무 심각할 정도였다.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 밤이 무서웠다. 해가 뜨는 게 무서웠다. 겨울에는 밤이 더 길어 그게 싫었다. 밤새 잠을 못 잔다. 난방도 안 틀고 문도 다 열고 TV도 크게 틀고 밤새 운다. 날이 밝아오면 안정이 된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87년에 뇌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다 답답해서 밖에 나갔는데 5분 만에 돌아왔다. 등 뒤에서 '와 거인이다. 여자야 남자야'라며 웃더라. 다시 집에 온다.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도저히 밖에 못 나갔다. 소파에 앉아 먼 창문을 바라본다. '구름아 내 친구 좀 돼다오. 많이 외롭다' 한다. 구름이 흘러가면 너마저 날 외면하는 구나. 날 왜이렇게 크게 만들어 외롭게 만드냐고 세상에 한탄한다. 어머니가 그걸 보고 새벽 4시에 깨웠다. 사람들 있을 때는 시선이 두려운데 새벽 4시에는 아무도 없으니 깨워서 산에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엄마가 살아있을 때 내 친구가 돼줬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영희는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갑자기 밤에 헛손질을 하시더라. 이미 입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바로 입원했고 몇개월 좋아지다 갑자기 새벽에 전화가 왔었다. 엄마 임종도 못 봤다. 너무 안타깝고 눈물도 안 났다. 마지막에 관에 실리고 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굉장히 많이 울었다"라며 슬픈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항상 엄마가 '너도 나이를 들텐데 누가 널 부축해주겠냐. 네가 어느 정도 여건이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어라. 그래서 그 사람들이 네가 힘이 없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라'고 못이 박히도록 말해줬다. 막상 돌아가시니 그 말씀이 떠올랐다. 그 다음날 새벽 6시에 사거리에 나가 서 있다. '안녕하세요 키가 너무 커서 죄송합니다. 놀리지 마세요'라고 했다. 내가 날 보여주며 다가가니 다가오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우울증을 많이 없앴다. 밤에 자다가도 여러 번 깬다. 나 살아있구나 한다"라며 성장 중인 근황을 전했다. 김병후 전문의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감각을 깨우라고 조언했다.
김영희는 예쁜 의상을 입고 여고시절 농구부 출신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우 서태화, 가수 이규석도 함께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TV CHOSUN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