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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버린 것'과 대전의 '버려진 것'

기사입력 2007.09.03 19:55 / 기사수정 2007.09.03 19:55

박영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영선 기자] 축구에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큰 핸디캡 중의 하나다. 반대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서는 것은 한 가지 기술을 더 장착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축구 선수들은 나름의 두려움 혹은 긴장감을 안고 피치로 들어선다. 수만 명의 사람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 대한 믿음의 두려움, 부상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뛰어넘었을 때, 자신의 플레이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두려움을 넘어섰을 때 가능한 얘기다. 

대전을 상대하는 성남 선수들에게서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대전 선수들에 대한 성남 선수들 개개인의 움직임에서는 그 어떤 두려움도 묻어나지 않았다. 대전 선수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아주 서글픈 일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자, 그들은 자신을 존재하지 않는 듯, 자유롭고 재치 있게 드리블하고, 패스하며 대전의 문전을 손쉽게 위협하고 있었으니까.

성남의 패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군더더기가 없었다. 김두현의 패스는 항상 정확하고 낮고 힘이 있었다. 미들 지역에서 연결되는 패스는 여러 차례 두 번 이상의 터치 없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전반 김두현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득점 이후, 대전 선수들의 플레이는 더욱 위축되어 보였다.

그러나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90분이 지나기 전, 대전 선수들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대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기 시작했다. 임영주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갔고, 장학영과의 몸싸움으로 터치라인으로 흘러버릴 공을 잡아 데닐손에게 연결할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슈팅을 날릴 수 있는 데닐손은 그렇게 전반전 시도했던 오버헤드 킥보다는 조금은 낮은 타점으로, 그보다는 더 큰 유연함을 요구하는 자세의 극단적인 동작을 선보이며, 후반 기어이 동점골을 만들어 내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동료를 찾아 패스를 시도하며, 주고받기를 시도하며 성남의 진영을 야금야금 파고들었다. 성남전을 대비해, 중심수비수에게는 휴식이 주어졌고, 수요일, 부산에서 치른 원정 리그 경기 후, 바로 다음날에는 대학팀과의 평가전이 있었다.

평가전에는 전날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만이 주전으로 나왔고, 금요일에는 오전의 가벼운 훈련이후 다시금 선수들에게는 휴식이 주어졌다. 대전은 성남전을 위해 준비한 훈련과 휴식을 반복하며, 그들이 익히고 생각하고 토론 한 것들을 풀어놓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들 예상했던 대로 게임을 이끌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도 안 그들이 상대할 대상에는 심판의 오심이라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의외의 변수. 그것도 아주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며, 어느 팀에게도 예상할 필요가 없어야 할 힘이 갑작스레 경기에 끼어들었다.

대전은 확실한 페널티의 기회가 무시됐고, 두 번째 역전을 당한 실점에도 역시 그 시발점이 된 파울 판정에서부터, 프리킥 상황에까지 그들의 입장에서는 불의 하다고 느껴지는 판정들이 많은 경기였다.

프리킥으로 판정된 대전의 파울 상황은 성남 선수의 파울이 의심되었고, 이에 대해 대전 선수들이 항의를 하는 동안, 성남은 플레이를 진행했다. 대전의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문전 앞에 서있던 김동현에게 최은성 선수 걷어낸 공이 떨어졌고, 결승골로 기록된 김동현의 골이 나왔다.

물론, 플레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느라, 잠시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있던 대전의 선수들이 실점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역전골 상황 전에 성남이 파울 한 장면이 있었다. 대전의 선수들이 바로 인플레이를 시도 했을 때, 주심은 대전의 플레이를 제지하며, 그가 원하는 시점에서 다시 인플레이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심판이 유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판정을 한다면, 그의 공정성이 의심되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오심도 판정의 하나이며, 경기의 일부이다. 그러하기에, 패널티 박스 안에서 윗도리가 잡아 당겨져 넘어졌었던 데닐손은 잠시, 심판을 향해 'Why?' 라는 듯 한 손을 들어 보이는 것 이외의 다른 어필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곧바로 성남의 골킥에 대비해 대전의 수비 진영에 합류했었고, 이후에도 최전방 수비수로써, 박스 안에서 여러 차례 넘어져야 했지만, 주심의 판정에 대해 대전 의 선수들은 충분히 존중하고 있었다.

K-리그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 중 몇몇 가지는 심판의 판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것의 원인은 심판의 판정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선수와 팬들에게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존중을 받기 전, 존중의 전제조건인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대해서, 심판들 스스로 위신을 깎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날의 경기라면 충분히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판정하는 위치에 주어진 책임은 작은 것이 아니다. 심판의 판정을 깎아 먹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선수와 축구 팬들은 심판들과 함께 K-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한 구성원이다.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공명성'을 심판 스스로 지켜 낸다면, 판정에 대한 권위는 자연스럽게 세워질 것이다. 무책임하게 권리만을 주장하는 권위라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세워진 집일 뿐이다. 그래서 선수들이나 축구팬들에게 심판의 권위가 그처럼 쉽게 휘저어 무너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판과 리그의 운영자들이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로써 대전은 리그 10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6위권과의 승점은 좀 더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달까지 리그 선두를 유지하던 성남은 대전을 이겨, 이번 주만큼은 왕좌를 되찾으려 벼르고 있었지만, 1위 탈환을 위해서는 2주일의 시간과 수원의 패배를 기다려야 하게 되었다. 현재 2위 성남은 1위 수원과 승점 2점 차이다. 

[사진= 데닐손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 받는 고종수 (C) 엑스포츠뉴스 박영선 기자]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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