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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자제력 잃었는데" 깐부 오영수의 초심…'라스트세션' (엑필로그)

기사입력 2022.02.16 12:10 / 기사수정 2022.02.16 16:0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연극 ‘라스트 세션’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해 만들어진 2인극이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

2009년 첫 선을 보인 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년 간 총 775회의 롱런 공연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초연했다.


언제= 3월 20일까지

누구=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어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

러닝타임= 90분

요약=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이자 작가, 문학비평가인 루이스(이상윤, 전박찬)는 프로이트(신구, 오영수)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한다.


루이스는 자신이 쓴 ’순례자의 귀향‘에서 프로이트를 풍자하고 비판해 불려온 거로 생각했지만 프로이트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변증을 궁금해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논쟁을 시작하는데...

관전 포인트= 올림픽에서 탁구 결승전을 시청하는 느낌이다. 마치 양국 선수들이 벌이는 치열한 핑퐁 게임 같다. 마지막까지 승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접전을 펼치는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모습과 닮았다.

둘의 대화가 흥미롭다. 유신론과 무신론, 무엇이 정답인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난제를 두고 이견을 주장한다.

견고한 이성주의 무신론자 프로이트 VS 무신론을 옹호하다 유신론으로 노선을 바꾼 루이스.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한 편에 서서 맞장구를 치거나 반박하게 만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터다.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더라도 어느새 이들의 대화에 빠져든다.)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실존 인물이지만 함께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질문과 반박, 설득, 반격이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마치 이들이 한 공간에서 실제로 논쟁한 적 있는 거로 믿게 된다. 두 거장은 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고통과 행복, 사랑과 성, 도덕적 보편률, 죽음 등 대립되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구강암으로 고통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프로이트와 죽음은 신이 우리를 되찾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루이스가 막상 공습경보가 울리자 방독면을 쓰고 지하실을 찾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극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하지만 둘의 논쟁에는 유쾌함이 녹아있다. 지루하지 않다. 마지막까지도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사전 지식 없이 봐도 괜찮지만 예습하면 더 알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북 구매를 추천. 여느 공연보다 실속있게 꾸렸다.) 

오영수는 당대 최고의 지적 영향력을 발휘한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맡았다. 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 영문과 교수이자 작가, 문학비평가인 C.S. 루이스는 이상윤이 연기했다. (오경택 연출이 묘사한 선하고 모범생 같은 루이스라는 말이 딱이다.) 

극 중 캐릭터처럼 오영수는 실제로 종교가 없고 이상윤은 개신교인이다. 핑퐁처럼 오가는 호흡을 통해 2인극의 매력을 느껴보자.

'라스트 세션'은 '글로벌 배우' 오영수의 차기작으로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여기에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에 호명돼 관심은 더 높아졌다.(작품에 대한 호감도 이전에 오영수를 직접 보고 싶어 티켓을 구매한 관객이 꽤 많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다소 고집스러운 현실주의자이면서도 지적인 위트를 갖춘 노년의 프로이트로 변신했다. 연극계에서 뼈가 굵은 만큼 자연스럽게 나오는 존재감으로 무대를 채운다.

“내게 종교는 연극”이라는 오영수는 “잠시 자제력을 잃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 다시 중심을 잡았다”라고 밝혔다.(프로그램북 참조) 변치 않은 초심을 지니고 상대 배우 이상윤과 90분간 작품을 이끌며 연륜과 여유를 보여준다.
한줄 감상=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을 벌이는 프로이트와 루이스. 상상이라는 걸 잠시 잊었네.

사진= 연극 라스트세션 (파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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