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지영기자)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피오' 차승훈, '에스더' 고정완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최근 에스더와 피오는 길었던 프로 생활을 은퇴했다. 에스더는 젠지의 창단 때부터 원클럽맨으로 함께 한 최고의 만능형 선수이며 피오는 이적하자마자 오더 겸 주포로 활약하며 단숨에 Gen.G의 상징이 된 선수다.
두 선수는 1월 말 크래프톤 사옥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팀과 팬들에게 은퇴 비하인드와 프로 생활 소감, 은퇴 후 근황 등을 털어놨다. 최고의 선수들답게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다음은 '피오' 차승훈과 '에스더' 고정완의 일문일답이다.
> 은퇴 발표 후 느낌은 어땠나?
피오: 이전 팀원들이나, 최근까지 함께한 팀원들이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펼쳐질 저의 제2의 인생을 많이 응원해 줬습니다. 지금은 행복합니다.
에스더: 오래 있었던 팀에서 은퇴를 발표했기 때문인지 팀에서 은퇴식도 해주시고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았어요.
>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나?
피오: 요즘엔 그냥 배틀그라운드 하면서 밥도 먹고, 방송하고, 다른 게임도 해보고, 팬분들과 어울리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배틀그라운드만 14시간 방송하다가, 최근에는 다른 게임 콘텐츠도 해보고 있어요. 유튜브 들어가서 구독자분들과 같이 얘기도 하고, 다른 게임도 보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 은퇴 발표 후 주변 반응은?
피오: 은퇴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처음에 더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다가 지금은 제 선택을 응원해 주십니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뭘 하든 항상 믿어 주시는 것 같아요.
에스더: 팬분들은 제가 방송도 안 하고 그러다 보니 도대체 요즘 뭐 하냐고, 그리고 뭐할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고생했다. 그런데 이제 뭐 할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제가 원래 처음에 프로 게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이 혼내셨었거든요. 친형이 부모님을 잘 설득해 줘서 프로선수에 도전하게 됐는데요. 나중에는 상금도 드리고, 제가 좋은 결과를 내니까 응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은퇴를 발표한 지금, 부모님께서 제 향후 거취를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저는 일단 쉬기로 했고, 부모님께는 제가 알아서 돈 잘 벌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어요.
>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피오: 감정적으로 지쳐 있어서 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불 같고 화도 많이 내는 성격이었는데, 프로 선수로서 배틀그라운드를 많이 하다 보니 성격이 바뀌더라고요. 오더를 내려야 되는 상황에서 팀원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등의 고민을 하다 보니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군대를 가기 전 1년 동안은 좀 편하게 지내고 ‘제2의 삶을 준비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군에 가기 전에 제2의 삶에 대한 기반을 닦아 놔야 되는데, 프로 선수를 하다가 군대를 갔다 오면 그때는 잊혀질까 봐, 가기 전에 방송, BJ 쪽으로 기반을 다지고 떠나려고 합니다.
에스더: 저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를 하면서 이룰 만큼 다 이뤄봤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대회, 아시아 대회, 국제 대회 다 우승해 봤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고, 젠지를 끝으로, 젠지의 선수로 은퇴를 하고 싶었기에,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
에스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1년 전에 다른 게임 프로 선수로 떠났을 때보다 더 아쉬운 것 같아요. 그래도 배틀그라운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이루어서 웃으면서 떠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로서 처음 제안이 왔을 때가 기억나는가?
피오: 저는 제안이 온 건 아니고, 게임에서 친한 사람들과 대회를 나가려고 했는데 거리도 너무 멀고 돈도 많이 들다 보니 찾은 방안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 첫 프로팀에 프로 선수 지원서를 내고 합격해서 첫 팀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 후로 2번 옮겼는데 마지막에 젠지라는 좋은 팀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돼 좋습니다.
> 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을 떠올린다면?
피오: 저는 특정 경기에서 크게 활약했다거나 1:4를 한 적은 거의 없었고, 일방적으로 죽이거나 암살을 했던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꾸준하게 플레이해 온 것 같고 그래서 매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트로피 들 때가 그립고, 치킨 먹었을 때 열광하던 시절도 그리워요. 그때가 그리워서 프로를 더 했던 것도 있지만 그때만큼의 열광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 PGC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에스더: 제 꿈은 항상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제가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있어요. 그때 배틀그라운드 관련 방송 콘텐츠가 엄청 많았었는데, 어느 한 방송에서 저를 되게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고, 또 좋은 팀원들도 많이 만나서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선수로 뛰면서 제 가슴속에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당연히 19년 PGC 마지막인 것 같아요. 유튜브로도 많이 올라오기도 했죠. 사실 프로 선수를 하는 이유가 우승하기 위해서인데, 전 세계 팀 중 1위를 했으니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 그렇다면 선수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피오: 배틀그라운드 선수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가 저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가장 감사하죠.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선수로서 다양한 국제 대회도 나가고, 제가 배틀그라운드를 하지 않았더라면 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거 말고도 밥 먹으러 가면 자주 알아봐 주세요. 술집에 갔을 때도 알아보신 적도 있고, 일상 중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던 것 같아요.
에스더: 우선 저를 알아봐 주시는 팬분들이 많이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선수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었을 텐데 이렇게 좋아해 주셔서 팬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던 덕이었고, 그냥 배틀그라운드여서 다 좋았던 거 같아요.
>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피오: 저는 이 게임은 자신감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프로 팀에 갔을 때 피드백을 받을지 언정 빠르게 인정하고, 고치고, 자신감 있게 다시 플레이해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정하는 건 빠르게 고쳤는데,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티격태격하고 얘기도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열띤 토론을 하고,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털어 버리는 것이 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감정을 쌓아 두면 대회에서 절대 성적을 낼 수 없고, 감정의 골이 있거나 자신감이 하락했을 때는 연습했던 것도 100% 발휘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2019년의 젠지처럼 싸울 때는 화끈하게 싸우고 할 말은 시원하게 얘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에스더: 이 게임은 멘탈 게임이에요. 멘탈을 단단히 하셔야 해요.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서로의 멘탈을 챙겨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 은퇴 후에도 배그를 할 예정인가?
피오: 지금도 배틀그라운드는 하고 있어요. 배틀그라운드 방송도 하루 14시간씩하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도 해보고 싶은데, 그만한 게임이 없더라고요. (웃음)
> 은퇴 후 계획이 따로 있는가?
에스더: 딱히 생각해 본 건 없고, 일단 좀 쉬다가 결정할 것 같아요. 이제 나이 때문에 또다시 프로 선수로 뛰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게임-이스포츠 코치 쪽이나 방송 같은 걸 하지 않을까 해요. 특히, 배틀그라운드 유저분들과 소통하는 것에 유능합니다. (웃음)
> 나에게 배틀그라운드란?
피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게임이죠. 엄청 고맙고, 덕분에 유명해진 것도 있고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엄청 좋아하는 게임이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에스더: 프로 선수가 되는 게 저의 꿈이었는데, 제 꿈을 이루게 해준 게임이죠. 여러분도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니 열심히 도전하시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피오: 성적이 잘 나올 때나, 못 나올 때나 항상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방송도 하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에스더: 팬분들이 있었기에 저도 여기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봐요. 안녕!
사진=크래프톤
최지영 기자 wldud2246@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