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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랜디 커투어의 승리

기사입력 2007.08.27 18:56 / 기사수정 2007.08.27 18:56

남기엽 기자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매체 사회에서 어느 누군가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기적을 연출해낸 이야기는 보는 이의 엔돌핀을 자극한다. 혹자는 나아가 전율을 느끼며 참된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암투병을 이겨내고 7연패를 이겨낸 랜스 암스트롱의 이야기가 그랬고, 5체 불만족을 이겨내고 명문대를 졸업해 교사를 하고 있는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그렇다.

하지만, 여기 아무런 투병생활도 없었고 장애도 없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더한 감동을 연출해 낸 스토리가 하나 있다. 아이스하키와 미식축구가 격한 운동이라고 한다면 운동이라는 범주에조차 들어가는 것이 논란이 되는 격함의 정점 격투기. 그 중에서도 꽃인 헤비급의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있는 남자가 45살의 수많은 주름과 푸근한 인상이 있는 아저씨라면 믿겠는가.

랜디 커투어는 그렇게 발을 디뎠다. 그리고 오늘, MMA 최강 타격가 미르코 크로캅을 무참히 꺾고 올라온 가브리엘 곤자가를 전략적인 엘보우로 피투성이로 만들며 또 하나의 줄거리를 이어나갔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청년은 희망의 그림자를 가지고 노인은 추억의 그림자를 가진다고 했다면 이 청년도 아니고 노인도 아닌 챔피언은 자기 자신이 직접 희망과 추억의 그림자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UFC 헤비급으로 돌아온 이후 팀 실비아와 가브리엘 곤자가라는 큰 산을 무난히 넘은 랜디이지만 앞으로의 여정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지금도 UFC 헤비급에는 프라이드에서 건너온 크로캅과 노게이라 원조 챔피언 알롭스키 팀 실비아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두 한번쯤 정상이나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은 경험이 있지만 한 번에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저력의 소유자들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음 타이틀 전을 갖게 될 연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랜디는 46살이 돼 있을 것이다. 그의 새롭게 가다듬어진 타격과 전매특허인 더티 복싱은 갈수록 파헤쳐질 테고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점은 하나도 없다.

랜디 커투어의 승리는 분명 다른 파이터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랜디에게는 효도르의 절대적 강함도 노게이라의 환상적인 서브미션도 크로캅의 일격필살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의 승리에 나는 인간적인 심연을 느낀다. 평소엔 더 없이 여유있는 인상을 보여주면서도 파이팅이 시작됨과 동시에 살천스럽게 갈변하는 그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파이터 이전에 삶의 의지에 대한 숙연함마저 보인다. 그와 동시에 아직 젊은 영혼임에도 목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지 못하는 필자 같은 이들에게 삶의 경종을 울려줌은 물론이다. 

[사진=랜디 커투어 (C) randycouture.tv/]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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