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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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동대문구장 마지막 우승 축배

기사입력 2007.08.24 09:23 / 기사수정 2007.08.24 09:23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동대문, 박종규 기자] 동대문야구장에서 벌어진 마지막 고교야구대회. 그 최후의 주인공은 충암고였다.
 
충암고는 23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3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12회 연장끝에 2-1로 덕수고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시작 전, 선발투수의 무게만 놓고 볼때는 충암고의 우세가 점쳐졌다. 충암고의 선발은 이번대회 4경기에 등판해 완투승 2회 포함 3승을 올린 홍상삼. 두산 베어스의 2008년 신인 2차 3순위로 지명된 정상급 투수였다. 이에 반해 덕수고의 선발투수는 이번대회에 등판한 적이 없는 2년생 김현석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뚜껑을 열고 보니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두 선발투수는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오히려 덕수고 김현석이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듯 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0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충암고. 충암고는 6회말 선두타자 정근필이 좌중간 2루타로 선취점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경기의 첫 안타를 6회에서야 기록한 충암고는 계속된 2사 3루의 기회에서 2번타자 이학주의 좌전안타로 1득점, 1-0으로 앞서나갔다.
 
1-0으로 충암고가 우승을 눈앞에 둔 9회초, 덕수고는 두타자가 범타로 물러나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다. 9회초 2아웃,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덕수고는 정수환의 우익수쪽 2루타로 마지막 불씨를 살렸고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황민우가 짧은 우전안타를 날렸다. 2루주자가 홈에서 아웃될 타이밍이었지만 충암고 우익수 박민기의 홈송구는 포수를 빗나가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에 터진 극적인 동점타.

완봉승과 우승을 눈앞에 두었던 홍상삼은 크게 좌절한 모습을 보이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대통령배 대회 결승전에서 9회말 주저앉은 서울고 이형종과 같은 심정이었을 터.
 
연장전으로 접어들어 누구에게 안겨질 지 모르던 초록봉황은 12회말이 되어서야 주인을 찾았다. 1-1이던 12회말 충암고는 덕수고 이영준의 제구가 흔들리자 볼넷 두개를 얻어내며 1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덕수고는 구원투수 김성호를 투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김도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까지 몰렸다. 결국 충암고 1번타자 양성우는 2구째 끝내기 몸에맞는 볼로 3시간 40분에 걸친 명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결승전에 선발로 등판,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으나 11회초 1사까지 143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1실점으로 혼신의 투구를 선보인 충암고 홍상삼은 대회 MVP로 선정되었다. 홍상삼은 경기 후 “3학년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뜻깊게 생각한다” 라며 소감을 밝혔다.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 대회의 마지막 MVP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 뒤 함께한 동료들과 부모님께 영광을 돌렸다.
 
지난 1971년 봉황대기 고교야구 대회가 시작된 지 36년이 지난 2007년, 그 출발을 지켜보았던 동대문야구장은 숱한 땀과 눈물을 간직한 채 조명탑의 빛을 서서히 잃어갔다. 유난히 후덥지근했던 2007년의 여름밤도 극적인 명승부와 함께 저물었다.

[사진 =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충암고 홍상삼]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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