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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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하나뿐인 이근호를 위하여

기사입력 2007.08.24 19:47 / 기사수정 2007.08.24 19:47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무한 체력 이근호?'

이근호만큼 젊음을 불태운다는 표현이 제대로 들어맞는 선수는 오랜만이다. 그만큼 그는 리그와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성실한 플레이로 임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올림픽 대표팀에 있어서 그만한 해결사가 또 어디 있을까.

당장 22일 벌어진 우즈베키스탄전만 해도 그렇다. 전반 말미에 터진 자책골 덕분에 0-1이라는 불안한 상황에서 시작된 후반전에서도 한결같은 움직임으로 상대를 뒤흔들어준 것은 물론 감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기록, 박성화호의 출범 첫 승을 견인하지 않았는가.

그뿐이랴. 리그에서도 토종 공격수중 최고 득점을 기록하며 출장하는 경기마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조용히 묻혀만 있던 지난 2년의 시간을 거름 삼아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선보이고 있는 이근호다.

그런 이근호에게 있어 이제 '제2의 박지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빠른 발과 폭발적인 돌파력,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90분 내네 이어가는 엄청난 체력은 과거 '심장이 2개'라는 감탄을 자아낸 박지성의 그것과 비교해도 빠질 것이 없을 정도.

하지만, 과연 그 강철 체력에는 정말 한계가 없는 것일까?

"솔직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의 이런 고백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만 나온 것이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검색을 한다면 올림픽 대표팀 소집 직전에 가진 리그 경기를 마친 뒤에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15일 소속팀인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리그 16라운드 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던 이근호는 팀의 3-0 승리를 마무리 짓는 맹활약을 펼치며 '역시 이근호'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경기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먼저 들어야 했던 말은 "오늘은 전반부터 몸이 무거워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근호 역시 "오늘 몸이 좋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직전 경기인 전남 원정에서 입은 오른쪽 발목의 부상의 여파가 컸다고 밝힌 이근호는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목표에 대해서도 "좋은 성적을 내려고 욕심내기보다는 내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고 말해 그의 체력 상황에 노란불이 들어왔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런 와중에 우즈베키스탄전에서 90분간 쉴 틈 없이 내달린데다 후반 26분에는 위험한 태클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 이근호.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날 경기 중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으면서 9월8일 있을 바레인과의 2차전에서는 빠지게 됐지만 대신 팀으로 돌아오자마자 리그 일정에 휩쓸리게 됐다.

'설마 25일 수원전부터 출격할 리는 없겠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글쎄다, 장담은 못하겠다. 지난 3월에도 아랍원정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리그 경기에 투입됐던 전적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대한민국의 이근호'를 위하여

'태양의 아들', '제2의 박지성',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 '한국 축구의 새로운 해결사'. 올림픽 예선전을 치르는 동안 그의 이름 앞에 하나 둘 더해지기 시작한 수식들은 이제 한 손으로 꼽기에는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리고 그 화려한 수식을 뛰어넘는 이근호 자신의 성실함은 언제나 인터뷰에서 '팀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었다'는 말로 요약되곤 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젊은 유망주들이 어떻게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부각되고, 또 어떻게 하면 '잊힌 천재'로 전락하는지를 확인해왔다. 그들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요 '제2의 ○○○'라는 수식과 함께하며 빛과 어둠의 갈림길에 서야 했고, 자의로든 타의로든 정신을 차려보니 둘 중 한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2년이라는 반(半) 무명의 시간을 보낸 뒤에 얻은 폭발적인 환호 속에 서 있는 이근호 역시 이제 점점 그 문제의 갈림길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성실하다. 그는 젊음을 쏟아 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는 청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근호는 자신보다도 '축구'에, 자신의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벌써 몇 번이나 팀을 위해 부상의 부담을 안고 경기장을 누빈 바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믿음직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그 플레이가 그에게 독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조금씩 고개를 쳐든다. 선수가 성실하다면 좋은 건데, 이렇게 따지니 역시 과유불급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모양이다.

이제 그는 '제2의 박지성'이 아닌 '대한민국의 하나뿐인 이근호'가 되기 위한 갈림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제2의 ○○○'에서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제2의 이근호'라는 수식을 선사할 위치까지 도약할 것인가.

이근호라는 젊은 선수가 지금의 수많은 수식을 한번에 날려버릴, 진정한 이름을 가지는 그때를 기대한다.

[사진=우즈베키스탄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는 이근호 (C)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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