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영하(24,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9월 13일 잠실 LG와 더블헤더에서 구원승으로만 2승을 거뒀다. 하루에 2승을 거둔 건 역대 6번밖에 나오지 않는 진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당시 이영하의 활약이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봤다.
이영하는 그날부터 구원 등판한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4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06으로 맹활약했다. 이때 던진 425구는 같은 기간 두산 불펜 가운데 가장 많은 투구 수다. 이영하는 "나는 힘들 상황이 아니다"라며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속된 말로 내가 싸질러 놓은 게 있기 때문에 다 치우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했었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시작했던 이영하는 또 한 차례 시즌 도중 보직을 바꿨다. 선발로도 반등 가능성을 보여 준 시기가 있었지만 고비마다 주위의 도움이 모자라기도 했다. 당시 김 감독은 "딱 한 번만 고비를 넘으면 될 것 같다"고 했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연락이 닿은 이영하는 "주위에서 '좋아졌다'고 말씀해 주셔도 내가 '이정도로 안 되는데' 생각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한 경기씩 잘한 날도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불펜으로 타이트한 상황에 1이닝씩 던진 게 도움이 됐다"며 "마운드에서 고집해 온 것들도 조금씩 내려 놓으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이영하는 2군에서도 공 두 박스를 던지며 투구 밸런스를 되찾으려 노력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던 노력은 효과를 봤다. 이영하는 "재작년 중반부터 안 좋아지면서 1년 반 정도 고생했다. 그 기간 동안 굉장히 우울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야구인데, 그 야구로 잘 안 풀리다 보니 심적으로 부담도 컸고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하루에 2승했던 그날부터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2군에서도 코치님들께서 '잘할 필요 없다. 너무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마라'고 말씀해 주신 것도 힘이 됐다. 그때부터 즐기려 했다. 마인드 컨트롤도 수월해지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이영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심에 서 있었다. 홍건희와 함께 마운드를 지탱했다. 당시 김 감독은 "영하와 건희가 무너지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하는 "형들도 '너 안 힘드냐. 어디 아프거나 너무 힘들면 굳이 안 해도 된다'고 걱정해 줬다. 그런데 갈 때까지 간 상황이 오면 그때부터는 내 몸보다 팀을 더 생각하게 된다. 그때 감독님 인터뷰도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팀 불펜에는 나와 건희 형만 있지 않았다. 모두 '할 수 있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두 달 가량을 돌아봤다. 그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전에는 몸은 괜찮았는데 마음이 힘들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절실했다. 마지막 두 달 동안 정말 행복했다. 17승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영하는 또 "이제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시키는 거라면 뭐든 한다는 마인드다. 지난해 '하고 싶다'고 먼저 말하고 해 봤는데 많이 힘들었다. 나보다는 감독님의 보는 눈이 더 정확하다. 내게 맞는 자리를 찾아서 시켜 주시면,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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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