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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조은지 "잘 되면 전업감독?...아니요" 웃음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11.28 12:1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상업영화 감독 데뷔가) 잘 되면 전업 감독이요? 아니요! (웃음) 연기든, 연출이든 기회가 주어져서 제가 잘 할 수 있겠다 욕심이 나는 부분이 있다면 다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버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2019.11.14. '카센타' 인터뷰 중)

배우 조은지가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메가폰을 잡아 상업 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알렸습니다. 17일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개봉 2주차를 맞은 지금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죠. 

2001년 개봉한 영화 '눈물'로 데뷔해 20년 간 활약해 온 조은지 감독은 단편 '2박 3일'로 2017년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연출에서도 재능을 인정 받으며 다재다능함을 자랑해왔습니다.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또 다른 배우 출신 감독의 탄생을 알리며 조은지가 보여줄 영화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장르만 로맨스'는 '입술은 안돼요'라는 가제로 지난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2019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던 '카센터'를 통해 조은지를 만났을 당시는 감독으로 막 촬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죠.

그 해 조은지는 옴니버스 영화 '오늘, 우리'를 통해 단편을 연출하고 개봉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쉽지만은 않았던 장편 영화 연출의 여정을 마친 조은지는 "이제 후반 작업도 해야 되고 개봉도 해야 되고 그렇네요. 얼마 전엔 영화 네 편 모인 단편 묶어서 개봉도 했어요"라고 근황을 전했었죠.

'카센타'에서 조은지는 남편 재구(박용우 분)와 함께 기발한 생계형 범죄 영업에 동참하는 아내 순영 역을 연기하며 남다른 생활밀착형 연기를 통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조은지는 "욕망에 의해서 변해가는 순영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웠다"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연기하기에는 욕심이 나는 역할이었다"라고 얘기했었죠.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인터뷰 현장에서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고민하며 말을 잇던 조은지는 연기 이야기에서는 차분하지만 강단 있게, 누구보다 크게 갖고 있는 의지를 꺼내놓기도 했습니다. '카센타'의 하윤재 감독이 조은지에게서 순영의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며 캐스팅했다는 이야기에 "도대체 저의 어떤 모습을 봤다는 것이죠"라고 반문하며 호탕하게 웃음 짓기도 했죠.

20여 년의 연기 생활을 이어왔지만, 때로는 조금 한정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의 모습들을 스스로 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진 적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카리스마와 생활 밀착형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베테랑의 얼굴을 선보여 온 조은지는 "이 일에서 제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지, 그렇지 않을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죠.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해오면서 그 매력이 조금씩 쌓여갔던 것 같아요. 정말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버틸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또 버티려고 하고 있고요"라고 강조했죠.



배우 출신 감독들, 또 한국 영화계에서 활동 중인 여성 감독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제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 잘 되면 전업 감독으로 가는 것이냐'고 넉살 섞인 말투로 넌지시 꺼내본 이야기에는 "아니요"라고 두 손을 내저으며 쑥스럽게 웃음 지었습니다.

조은지는 "같이 하고 싶어요. 그게 연기가 됐든 연출이 됐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기회가 주어져서 '내가 잘 할 수 있겠다' 욕심이 나는 부분이 있으면 놓치고 싶지 않죠.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해야 되는 것이 맞지 않나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런데 제가 연출하는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것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아직도 작업 중인 단편영화가 있는데, 제가 출연했었거든요. 그 작업과정을 보면서 '아, 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안 되는구나' 느꼈어요"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인터뷰를 마무리 할 무렵 "이제야 좀 (분위기가) 익숙해졌는데 끝날 시간이 됐냐"며 "매번 익숙해질 만하면 이렇게 끝난다"고 이야기를 더하던 조은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조은지는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할 때까지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죠.  

영화가 개봉한 후 다시 만난 조은지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작품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삶과 인생을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떨리던 마음을 드러냈죠.

글을 쓰면서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는다며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조용히 적어내려가고 있는 조은지는 "지금도 쓰고 있는 글이 있다"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부부의 이야기다. 장르는 저만 알고 있겠다"고 살짝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장르만 로맨스'를 향한 관객들의 호응 속에,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와 함께 하는 여정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인스타그램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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