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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결산] 롯데 실망보다 희망? 서튼 체제 무엇이 달랐나

기사입력 2021.11.01 08:00 / 기사수정 2021.11.01 03:55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2018년부터 4년째다. 여러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올 시즌 초반 부진까지는 상쇄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예년과 다른 각오로 출발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계약을 맺은 이대호가 계약 조건에 우승 인센티브를 포함했다. 2022년 이후에는 현역 은퇴를 공언한 만큼 동기부여도 강했다. 주장 전준우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많지 않았는데 (이)대호 형 덕에 목표가 뚜렷해졌다"며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30경기를 치른 시점에 12승 18패로 최하위에 그친 롯데는 허문회 전 감독과 결발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에게 1군 지휘봉을 맡겼다. 서튼 감독은 114경기에서 53승 53패 8무로 5할 승률을 달성했다. 가을무대에는 초대받지 못했지만 기대 요소를 봤다는 평가다. 그는 "내가 부임한 뒤로 우리 팀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 KBO리그 최고 타선, 마운드에는 박세웅과 필승조

롯데는 올 시즌 팀 타율 0.278 OPS(출루율+장타율) 0.756으로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인 이대호는 타율 0.286 OPS 0.790, 19홈런 81타점으로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 줬고, 전준우는 144경기에서 192안타를 치며 올 시즌 안타 부문 1위에 올랐다. 정훈과 안치홍, 손아섭도 롯데의 공격을 이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롯데 타자들은 국가대표 타선이지 않나. 쉽게 상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딕슨 마차도는 올 시즌 10개 구단 유격수 가운데 1076⅔이닝으로 최다 수비 이닝을 기록하면서도 조정득점생산(wRC+, 98.8) 부문에서도 평균 이상의 유격수라는 걸 보여 줬다. 

하지만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5.38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 가운데 김도규, 김진욱,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으로 구성한 필승조는 탄탄했다고 평가받지만, 필승조와 필승조가 아닌 투수들 사이의 격차가 컸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슨 프랑코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 주지 못했고,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박세웅과 후반기 안정감을 보인 이인복을 제외하면 이승헌, 서준원, 노경은 등의 국내 선발 투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러면서 불펜에도 부담이 갔다. 서튼 감독도 내년에는 선발진 재정비를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는다.


■ 가까워진 사직과 상동

롯데가 허 전 감독과 결별을 결심한 건 1, 2군간 교류가 경직돼 있던 이유가 컸다. 서튼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여러 신인 급 선수가 기회를 받았다. 짧게라도 1군 경험을 쌓게 하거나, 가능성을 보인 선수에게는 기회를 꾸준히 줬다. 기준은 있었다. 서튼 감독은 "1군 핵심 선수에게 휴식이 필요해 보이면 사나흘 정도는 재충전할 시간을 주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베테랑은 다시 반등할 계기를 만들 수 있고, 젊은 선수들은 1군에서 받는 적은 기회를 살리려 노력할 테고, 2군에 돌아가더라도 동기부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선수들이 2군에 가더라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1군에 가려 더 열심히 운동하더라"고 귀띔했다.

실제 여러 선수가 기회를 받았다. 야수 중에는 1군에서 뛸 기회가 적었던 김민수, 나승엽, 배성근, 신용수 등이 가능성을 보였고, 투수 가운데서는 김도규, 송재영, 정우준, 김동우, 김창훈 등이 경험을 쌓았다. 이 가운데 김도규와 김민수 등은 1군에서도 통하는 기량을 선보였다고 평가받는다. 김민수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기회를 받는 만큼 타석에서 결과도 만들어냈고, 김도규는 필승조로 자리잡으며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면서는 베테랑의 기용 비중이 다시 늘기도 했다. 조금씩 한계를 보였던 젊은 선수들이 내년에는 한계를 극복해 줄지도 중요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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