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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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되 과장되지 않은...영탁 ‘막걸리 한 잔’ [K-POP 명작극장]

기사입력 2021.09.20 11:00 / 기사수정 2021.09.20 10:04



[K-POP 명작극장]은 여러 가수들의 레전드 무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고자 만든 시리즈입니다.

어떤 부분이 훌륭해서, 어떤 부분이 팬들과 대중에게 감동을 줘서 ‘레전드 무대’로 평가받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강진 원곡의 ‘막걸리 한 잔’은 명실상부한 히트곡이며, 가수 영탁에겐 가수 인생을 바꿔놓은 곡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의미 있는 노래다.



영탁이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 선보였던 이 무대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레전드 무대 중 하나. 한국갤럽이 조사한 2020년 올해의 노래 50-60대 부문 1위에 오르는 영광도 누렸다. 

그래서 “‘막걸리 한 잔’이 왜 그리 좋았을까?”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영탁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노래를 ‘잘’했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서바이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창력이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곡 능력이기 때문.

다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간 ‘막걸리 한 잔’을 커버한 가수들 중 노래를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 특히 ‘막걸리 한 잔’은 트로트가수가 불렀을 때 대체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곡이라 선곡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여러 가수(강진, 영탁 포함)들의 ‘막걸리 한 잔’ 무대를 보면, 영탁의 ‘막걸리 한 잔’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화자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막걸리 한 잔’은 멜로디와 가사가 꽤 상반된 곡으로, 멜로디는 흥에 넘치지만 가사는 그렇지 않다.


이 노래의 멜로디는 사람을 덩실덩실 춤을 추게 만들지만 이 노래의 가사를 구성하는 주요 감정은 그리움, 슬픔, 후회 이런 것들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아버지에게 원망이라는 감정을 가진 것에 대한 후회. 이 모든 감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회한’이라고 할 것이다.

한 가지 사실은 꼭 화자의 감정을 선명히 드러내는 것이 작품성을 높여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콘텐츠 불문하고 창작물이란 화자의 감정을 섬세히 묘사하는 방식과 감정 묘사를 최대한 절제하는 방식이 공존하기 마련이며, 어느 한쪽이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묘사가 디테일해서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이 있고, 절제를 잘해서 명작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감정 묘사 과잉이라고 졸작이라 평가받는 경우도 있고, 묘사가 너무 적어서 졸작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어느 방향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의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잘하는가”인데, 영탁의 경우에는 화자의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을 선택했고, 그것을 매우 잘했다.

가창력 부분을 제외하고, 영탁이 ‘잘’ 했다고 보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연기’. 계속 무대를 돌리면서 보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연기를 했는지가 조금씩 보였다.

그의 연구, 그리고 연기가 느껴진 파트는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아버지 원망했어요”라는 파트, 나머지 하나는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이라는 파트였다.



“아버지 원망했어요” 파트의 경우엔 ‘아버지’라는 가사를 부를 때 다소 울먹이는 소리를 넣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컥하는 아들의 감정을 담았다.



그리고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파트 부분에서는 ‘후회’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대가 ‘신파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감정을 ‘선명’하게 표현하되 ‘과장’되게 표현하진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 명의 리스너이자 누군가의 아들로서, ‘막걸리 한 잔’ 무대 속 영탁의 화자 표현은 아버지를 잃은 감정이 아직 마모되지 않은, 그리고 아버지에게 모진 말을 한 것을 후회하는 아들의 ‘실제 감정’에 상당히 가깝다고 보였다.  묘사가 부족했다면 의도를 캐치하지 못했을 것이고, 과장이 너무 심했다면 작위적으로 느꼈을 텐데 ‘연기의 의도가 충분히 느껴짐과 동시에 작위적임도 없는’ 그 적정선을 잘 찾았다고 보인다.

만약 단순히 “슬프다”라는 감정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무대로 느껴졌다면 이 [K-POP 명작극장]의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영탁의 가창력, 그리고 상기한 화자 표현이 ‘미스터트롯’ 시청자들과 대중들에게 크게 와닿았기에 이 무대가 높은 화제성을 가졌고, ‘미스터트롯’을 대표하는 레전드 무대 중 하나로 남았다는 것.

이것이 이번 글의 결론이다.

사진 = TV조선 유튜브 채널-한국갤럽-네이버 국어사전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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