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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독립영화 샛별에서 '우리 배우님' 되기까지 [엑's 데뷔 동기★②]

기사입력 2021.09.21 11:50 / 기사수정 2021.09.17 16:43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엑's 데뷔 동기★]에서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엑스포츠뉴스의 탄생과 같은 해인 2007년 데뷔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이들을 꼽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행보를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황수연·최희재 기자) "언제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항상 두렵다. 하지만 시도와 도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2007년 엑스포츠뉴스 창간 해에 데뷔한 스타들 중, 성장을 거듭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데뷔 14주년을 맞은 이제훈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어 감독 도전까지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훈은 지난해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조성희), '도굴'(감독 박정배) 두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은데 이어 올해는 SBS 드라마 '모범택시'와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동료들과 함께 설립한 제작사 '하드컷'과 왓챠가 협업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를 통해 감독 데뷔도 앞두고 있다. 최근 12년을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매니지먼트사 '컴퍼니온'을 설립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제훈의 '시작'은 엑스포츠뉴스 창간연도와 같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입생 환영회 밤에서 학교 괴담을 이야기하는 코미디 공포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감독 조은경)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약탈자들'(2008), '숭고한 방학'(2008) 등 다수의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제훈의 존재감을 충무로에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은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과 '고지전'(감독 장훈)이다. 그는 '파수꾼' 기태를 통해 친구 관계에 집착하는 상처 입은 10대를, '고지전' 신영일 대위로 스무 살에 마주한 전쟁의 광기를 그려내며 신인상 6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파수꾼'에서 미스터리한 죽음을 당한 기태 역을 연기한 이제훈은 다음 작품인 '고지전'에서 비밀을 간직한 스무 살 신일영 대위로 충무로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이제훈, 차세대 한류스타 탄생 예감' 2011.09.27)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과 함께 '고지전'으로도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지금 매우 떨리고 아무 생각이 안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제훈, 대종상 신인남우상 수상' 2011.10.17)




이듬해 '건축학 개론'(감독 이용주)에서는 숫기 없는 스무 살 건축학도 승민 역을 맡아 상대역 수지와 풋풋한 로맨스로 '첫사랑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411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상업 영화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상대역인 수지에게 '꺼져줄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을 앞두고는 연기를 하는 것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대사라서 그냥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지 양을 앞에 두고 꺼지라고 말하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웃음)."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 출연 2012.09.17)



2012년 하반기, '점쟁이들'(감독 신정원) 개봉과 더불어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 '파파로티'(감독 윤종찬) 촬영을 마치며 바쁜 활동을 이어간 이제훈은 그해 10월 25일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단으로 현역 입대하며 공백기를 가졌다. 

"군 입대까지 48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일 머리를 자르면 내가 드디어 입소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 같다. 보다 성숙하고 견고해져서 돌아오겠다'고 입대 소감을 전했다." ('이제훈 입소, 의무 경찰로 21개월 복무' 2012.10.25)



2014년 7월 전역한 이제훈은 SBS 드라마 '비밀의 문'(2014)과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2016)을 복귀작으로 선택, '열일' 행보를 이어갔다. 제대 직후 '하이컷'과의 화보 인터뷰에서는 오랜 공백 후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역 날짜가 얼마 안 남으면서부터는 걱정이 됐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마련이 될까, 나를 어떻게 봐주실까, 연기하는 모습도 분명 과거와 다를 텐데 어떻게 비칠까 긴장감이 많이 든다.

그런데 그것을 두려워하고 감추면 회피하고 도망가는 것밖에 안되지 않겠나. 당당하게 앞으로의 행보로 보여드리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이제훈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배우였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게 생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이컷 화보' 2014.08.06)



드라마에서 부진했던 이제훈에게 tvN '시그널'을 만난 2016년은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됐다. 경찰이지만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박해영 경위로 분한 이제훈은 김혜수, 조진웅에 밀리지 않는 명연기를 펼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그널'은 평균 시청률 13.4%,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남았다. 

"다시 이런 연출진과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좋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좋다. 단합도 잘된다. 이전에 드라마를 했을 때는 대본이 그 주에 나오거나 촬영 당일에 나오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대본이 너무나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길게 주어져서 더 편하고 소통이 잘된다." ('시그널' 제작발표회 2016.01.14)



2017년 개봉한 작품 '박열'(감독 이준익)과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에서는 한 단계 성장한 이제훈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시기, 배우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민했다는 이제훈은 독립 투사들에 대한 사명감과 이준익 감독에 대한 존경심으로 등으로 쉽지 않았던 촬영 현장을 버텨냈다고 털어놨다.

"'박열'은 여러 번 봐도 참 좋다. 처음 볼 때랑 두 번 볼 때랑 또 다르다 … 실존 인물을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존의 내 모습을 지우고 싶기도 했다. 온전히 박열 열사에게 집중하실 수 있길 바랐다.

지금껏 이런 이미지도 없었고,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이런 모습은 없을 것 같다 … 지금껏 해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쏟은 작품이자 가장 많이 울었던 작품이다." 
(이제훈 "가장 많은 노력·눈물 쏟은 작품"(인터뷰) 2017.06.28)



독립운동가 박열 열사를 그린 '박열'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아이 캔 스피크'까지 일본에 대한 일침을 담은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며 이제훈은 본의 아니게 '일본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를 재조명하며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저격수는 아니다. 팩트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교에서 많이 배웠지만, 피해자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 그분들을 심도 있게 바라봤었나 생각하니 소홀했더라. 많이 반성했다. 남겨진 세대로서 우리도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전작 '박열'도 이 작품 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난 대한민국의 배우다. 역사적인 이슈에 대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자 감사한 일이다. …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이제훈 "'박열' 이어 '아이 캔 스피크', 역사에 무심했던 과거 반성"(인터뷰) 2017.09.22)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이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윤성현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었다. '파수꾼'을 통해 배우로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윤 감독의 차기작인 이 작품에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사냥의 시간'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고 털어놨다.  

"이보다 더 힘들고 지치고 나를 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촬영 기간도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지만 무엇보다 준석으로서 쫓기고 괴로워하는 순간이 오게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다가 내가 너무 황폐해질 것 같아서 준석처럼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저를 성장하게 했더라. 이후의 작품들에 있어 체력적인 부분이나 시각들이 많이 넓어졌다. 안 좋은 상황에서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 자신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제훈 '사냥의 시간', 바닥까지 내려가게 한 작품"(인터뷰) 2020.04.28)



이제훈은 전에 없던 스토리와 캐릭터에 뛰어들며 새로운 얼굴에 도전했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의 후견인인 상구 역을 맡았다.

전 복싱 선수, 현 격투기 선수라는 이력을 가진 캐릭터를 위해 몸을 만들고 수염을 기르는 등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나름의 다양한 캐릭터와 시도를 했다고 생각했다. 부정 혹은 긍정적인 캐릭터를 해오면서 제 나름의 변화되는 지점에 목말라 있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의 상구가 그랬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은 항상 느끼는 것 같다. 언제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그거에 대한 시도와 도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훈 "몸 만들기 힘들어…뭔들 못하겠냐"(인터뷰) 2021.05.24)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이제훈은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택시 기사 겸 악당 사냥 전문가'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제훈(김도기 역)은 극중 빌런들을 처단하기 위해 매 회 잠입을 시도, 다양한 인물상으로 변신해 'N도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능청스런 코믹 연기부터 액션까지, 이제훈의 다채로운 매력을 볼 수 있었던 '모범택시'는 SBS 금토드라마 중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했는데, '모범택시'와 김도기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살았다. 이 작품에 몰입하면서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솔직히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시는 분들이 재미로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곱씹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들 대신에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 열망이 작품에 깊이 있게 다가가고 싶은 원동력이 됐다."
('이제훈 "'갓도기'에 푹 빠져…더 하고 싶어"(인터뷰)' 2021.06.05)



데뷔 14주년, 배우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이제훈이 이번에는 감독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언프레임드'는 이제훈,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네 명의 배우가 감독으로 참여, 직접 쓴 각본을 연출하는 프로젝트 올 12월 왓챠를 통해 공개된다. 이제훈이 연출하는 영화 '블루 해피니스'에는 배우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이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 14년 동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해 온 이제훈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넷플릭스 오리지널, SBS, 컴퍼니온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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