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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이상할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이장훈 감독 홀릭" (인터뷰)['기적' 개봉②]

기사입력 2021.09.15 11:50 / 기사수정 2021.09.14 21:5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박정민이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으로 올해도 꾸준히 달려온 연기 수확물을 관객 앞에 내놓는다. 유독 마음에 남았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좋은 연기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박정민에게는 작품의 완성 그 이상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기적' 개봉을 8일 앞둔 날, 박정민과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 창에 접속하자 채팅창에는 '배우 박정민'이라는 이름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성실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파이팅!'이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아주 파인(Fine)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는 넉살 어린 인사로 말문을 연 박정민은 리본과 꽃, 선글라스 필터까지 누구보다 능숙하게 화상 인터뷰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기적'을 비롯한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전했다.

'기적'은 실제 1988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주민들이 지자체의 지원 없이 직접 만든 국내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속에서 박정민은 남다른 두뇌를 가졌지만 수학 말고는 모든 게 허술한 반전 매력을 지닌 4차원 수학 천재 준경 역을 연기했다. 언론시사회를 포함해 영화가 공개된 이후,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기적'의 따뜻함이 호평 받고 있는 중이다.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까지 시사회 반응을 찾다가 잠들었네요"라고 슬쩍 웃음 지은 박정민은 "사람들 때문에, '기적'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같이 영화를 만들면서 특별히 좀 더 돈독해졌던 것 같죠. 서로 정말 아끼고 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마음도, 그렇게 저절로 커졌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기적'을 보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긴 소풍을 갔다 온 느낌이다'라고 떠올리며 "사실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그렇게 재밌게 보지는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그 때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덧붙여져서인지는 몰라도, 조금 더 마음이 좋더라고요"라면서 "괜히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요"라고 강조한다.

'기적'은 당초 지난 6월 개봉 소식을 알렸지만,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개월 미뤄진 올 추석 연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보통 시사회 후 바로 이어지던 기자간담회 역시 하루 늦게 진행됐다. 박정민은 "좀 안타깝다고 해야 되나요. 영화를 봐야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잖아요. 다른 배우 분들도 모두 바쁘게 촬영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 보니 따로 영화를 봐야 했어요. 작은 관에서 회사 식구 몇 분과 보게 됐었는데, 그럼에도 저는 즐겁게 봤거든요? 제가 사실 스태프 시사회 때는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이 좀 무서워서 잘 안 보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 영화를 처음 보시는 분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봤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쉬움도 있었지만, 영화를 봤을 때는 정말 좋았어요"라고 떠올렸다.

34세였던 지난 해 17세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출연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장훈 감독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전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파격적인 변신과는 상반된, 한층 힘을 뺀 연기에 촬영 초반 당시에는 '내가 뭘 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적'에서 준경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 준 이장훈 감독의 설명을 들은 뒤 마음 속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더욱 재미있게 연기에 몰입하게 됐다.


"영화가 갖고 있는 힘으로, 제가 제 몫만 하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는 편안해졌죠"라고 말한 박정민은 이장훈 감독을 향한 마음을 '이장훈 홀릭'이라고 표현하면서, 스스로 되돌아봐도 '왜 그렇게 그 시절이 좋았지?'란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사계절을 다 보여주는 신이 있었는데, 작년 3개월 동안 촬영을 하고 나서 눈 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 1월에 한 번 더 촬영을 하러 갔었어요. 감독님도 실제 눈이 오는 날에 찍고 싶으신데, 사실 이 장소에 다시 와야 하는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드니까 효과를 쓰려고 생각을 하셨었나봐요. 그런데 제가 '눈 오는 날 와서 찍겠습니다'라고 말해서, 그렇게 찍게 됐죠.

사실 그 신을 찍는 날 밤을 꼴딱 샜고 좀 피곤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도 당시를 떠올리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 땐 그렇게 많이 웃게 되고, 제가 모두를 다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감독님에게 완전 빠져서, 정말 '이장훈 홀릭'이 됐어요. 감독님의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요? 분명 모두가 사람을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분은 참 궁금하기도 하고, 그 당시를 생각하면 '왜 그렇게 그 시절이 좋았지?' 이상할 정도로 행복했던 것 같아요.(웃음)"


박정민은 '기적'을 촬영하며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거듭 덧붙였다.

"예전에는 어떤 감정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막 더 파고 들어가야 좋은 것이 나온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마음이 많이 바뀌고 있는 요즘이죠. 지금 찍고 있는 '밀수'를 통해서도 또 바뀌고 있고요. (촬영을 마친) '1승'이 개봉하게 되면 또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내가 굳이 우울해하지 않아도 좋은 연기, 좋은 영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지난 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유이 역을 통해 각종 시상식의 조연상을 휩쓸었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1승'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현재 촬영 중인 '밀수'까지 쉼 없는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까지는 하드컷·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단편 '반장선거'의 연출을 맡아 작업을 마쳤다.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지구를 덮치면서, 요즘에 제가 드는 생각은 이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어가느냐에 따라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OTT가 영화나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뭔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이 돼서 합쳐질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잘 사용해서 상생할 수 있는 그런 현명한 방법을 우리 모두가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에요.

단편영화 작업은 모든 것을 끝내고 제작사에 넘긴 상황이죠. 후반작업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재미있게 마무리했어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죠. 저희 영화에는 아이들만 나오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 아이들만 나왔던 영화의 색깔과는 다를 겁니다.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주십시오.(웃음)"

2년 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박정민은 담담하게 현재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다양해지는 플랫폼의 변화에 직접 몸을 담은 채 묵묵히 걸음을 이어가는 중이다. '기적'을 통해 여유의 의미를 찾게 된 그가 배우 혹은 감독으로 전할 또 다른 다양한 얼굴과 이야기들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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