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진정성을 내세우는 '리얼' 예능의 조작 논란이 민감해지는 추세다.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연예인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 대세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예인의 친근한 일상부터 희로애락까지 솔직하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실제인 줄 알았던 연예인의 모습이 사실 꾸며진 설정인 것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확인되며 솔직함과 진정성을 내세웠던 '리얼' 예능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용건이 그렇다. 김용건은 최근 39세 연하 연인과 혼전임신 스캔들에 휘말려 화제를 모았다. 39세 연하 여성은 김용건과 2008년부터 무려 13년간 관계를 이어왔다고 밝혔고 이는 지난해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이하 '우다사3')의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우다사3'는 다시 사랑을 찾고 싶은 남녀의 가상 커플 리얼리티 예능으로 당시 김용건은 배우 황신혜와 커플로 맺어졌다. 김용건은 "나는 진정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나중에 식장을 잡자", "진짜 같이 살자"라며 황신혜를 향한 호감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두 사람의 진지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서로가 뜻이 맞으면 행복하게 살 것 같다"라고 반응을 남기며 그들의 미래를 응원했다. 또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위로를 받고 지지를 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김용건의 혼전임신 스캔들로 '우다사3'에서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김이 팍 샐 수밖에 없게 됐다. 개인의 사생활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문지만 열애설, 결혼 소식도 아닌 '혼전 임신 스캔들'이라는 것 자체가 김용건의 명성과 이미지에 타격을 끼치는 것뿐 아니라 그를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기게 된 꼴이다.
최근 23세 연하 여자친구와 결혼 소식을 알린 박수홍도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축하받을 결혼 소식에도 앞섰던 것은 박수홍의 진정성 논란이었다. 박수홍은 여자친구와 2018년 12월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해 벌써 4년이 지났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수홍이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중년의 싱글남으로 출연한 것과 연애 시기가 겹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수홍은 "2018년 12월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해 변한 해의 수가 4년이지만 디데이로 보면 972일 2년 7개월”, "2020년부터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됐다. 그래서 그쯤 미우새에서 제 모습을 자주 보기가 어려우셨을 거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수홍은 2016년 8월부터 '미우새' 원년 멤버로 철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싱글남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결혼 생각 없는 줄 알았다", "솔로인 척 행세한 거냐"라며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른 러브라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냐",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 "대중을 속인 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과거에도 이러한 논란은 있었다.
전 아나운서 조우종은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매일 밤마다 외롭게 지내는 일상을 공개했다. 코미디언 김지민에 대한 호감을 내비쳐 썸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프리 선언 전부터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라고 밝혀 예능에서의 행동이 거짓임을 스스로 인증했다. 이어 5년 째 비밀연애 상대가 정다은 아나운서임이 밝혀지면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혼 발표 후 조우종은 "내 불찰이다. 조금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일도 사랑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 결과, 여러분께 깊은 실망을 드렸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일에 진실되게 임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응원과 질타, 격려와 비판, 이 모두가 여러분의 분에 넘치는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더 감사하고 더 열심히 살겠다"라며 사과했다.
배우 이준기 또한 tvN 예능프로그램 '내 귀에 캔디2'에서 박민영과 전화 통화에서 핑크빛 분위기를 자아내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지만 출연 직후 전혜빈과의 열애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거짓 감정을 꾸며낸 것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정형돈은 태연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 생활을 하던 중 2009년, 방송 작가 한유라와 열애설이 불거졌다.
현재 아내인 한유라와의 열애를 인정하고 '우결'에서 하차한 정형돈은 12년 만에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서 태연과 재회했다. 태연은 "전 쿨하니까"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정형돈은 "그냥 늘 미안하죠. 아직도 마지막 촬영 날 말이 잊히지 않는다"라고 고백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는 뜻의 '방방봐'라는 줄임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을 내세우며 시청자들을 유입한 것은 프로그램 측이다. 연예인들의 날것의 매력에 시청자들은 그저 보이는 그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이에 프로그램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이 받는 아쉬움의 크기는 더 큰 것이다. 연인이 있으면서 굳이 '연예' 리얼리티에 나와 '거짓' 썸을 연기할 필요도 외롭다고 신세한탄할 필요도 없다.
이런 식의 진정성 논란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단순히 시청자의 몰입도를 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방송국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구성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등 어느 정도의 설정은 존재하겠지만 뒤늦게 터지는 사생활들로 인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tvN·SBS·MBC·MBN 방송화면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