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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검수, 다 부족"...박성제 MBC 사장의 사과, 나아질까? (종합)[엑's 현장]

기사입력 2021.07.26 17:50 / 기사수정 2021.07.27 18:4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2020 도쿄올림픽' 중계, 자막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성제 사장은 "박성제 사장은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저희 MBC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박성제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 대대적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박성제 사장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란 것을 잘 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시청자들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취재진의 질문도 받았다.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올해 1월 진행한 조직개편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MBC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스포츠국 인력과 제작 인력을 MBC스포츠플러스로 이관한 바 있다.


박성제 사장은 "조직 개편 때문에 내부에서 갈등이 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조직 개편이 이번 올림픽 중계 문제의 원인이라는 건 동의하기 힘들다. 이번 사태가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여러가지 인식이 미비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또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이 만들어졌고 데스킹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다. 마지막에 일이 몰리면서 (문제가) 발생한 점이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개회식 때 부적절한 자막과 화면이 사용된 국가인 우크라이나 측과 축구 중계 중 논란의 자막이 사용된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주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미리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대사관 직원들이 재택 근무 중인 관계로 메일로, 루마니아에는 메일로 드리고 인편으로도 전달하고 있다. 아이티 대사관은 국내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아직 사과를 전달하지 못했다. 해당 국가 관계자, 국민들에게 사과한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에게도 사과문과 영상을 보내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차 조사가 끝난 상황이다. 어떤 분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도의 조사를 했다. 개회식 방송을 담당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중계 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자세하게 조사할 수가 없다. 정밀 조사가 추가가 돼야 후속 조치가 나오고 징계의 범위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적절한 자막이 나가게 된 원인에 대해 일차적으로 파악이 됐지만 특정한 인물을 거론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는대로 1차 조사를 더 정밀하게 해서 확실한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박성제 사장은 "일부는 업무에서 배제됐고 일부는 조사 중이며 일부는 업무를 계속 하고 있다. 1차 조사를 했는데 더 강도 높은 특별 감사와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 될 거다. 어떤 기구가 만들어질지는 논의 중이다. 스피디하고 철저한 조사가 되도록 하겠다.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은 지구인들의 연대와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 정신이 담겨 있는 경기다. 중요한 가치인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지금보다 강도 높게 보강하겠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도 책임지고 바로 착수하겠다"라고 말했다.


MBC는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삽입해 논란을 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많은 피폭자가 발생한 비극의 사건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소개할 때는 마약 원료인 양귀비 사진을 넣었으며,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중계 직후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외신들도 이를 다뤘다.

MBC는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 사용을 인정하며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MBC는 사과 이틀 만인 25일 남자 축구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루마니아 선수 라즈반 마린이 자책골을 기록하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앞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이 일본 선수 G.G. 사토에게 "고마워요 사토"라고 말한 것을 패러디한 것으로 추측된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분분하나 조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루마니아 대표팀과 자국 리그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 계정(@Ro***)은 26일 SNS에 MBC의 자막 사진과 함께 “한국 공영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메시지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mocked)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전문.

질문1) 최근 조직개편, 제작 기능의 자회사 이관이 사고의 원인된 건 아닌지?

답변1) 올림픽 중계방송에 본사와 자회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조직개편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번 사태가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했던, 규범적 인식의 미비라고 본다. 시스템적인 것보다 이를 근본적이고 1차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질문2) 어제(25일) 축구 중계 중 루마니아 자책골 자막 사고는?

답변2) 축구중계 중 자막사고 원인은 파악됐다. 방송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바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었고 올림픽 중계방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서 확실한 책임 소재를 찾도록 하겠다.

질문3) 논란이 된 방송 관련 외교적 항의도 예상될 수 있는데 해당 국가나 선수들에 대한 조치는?

답변3) 오늘 이 시간 이전에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사용된 주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미리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메일로, 루마니아에는 메일로 드리고 인편으로도 전달 중이다. 주한 아이티 대사관에도 전달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철수해 전달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사과말씀을 드린다.

질문4) 2008년 베이징 때도 개회식 중계 논란 있었는데 그 이후에 데스킹이나 방송 과정에 개선이 안 된 걸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4) 그런 부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아직까지 시간이 부족했고 1차 조사는 돼 있지만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필요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다.

질문5)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 있는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에는?

답변5) 1차 조사만 끝나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아직 이르다. 개회식 방송만 해도 거기서 일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현재 올림픽 중계방송 진행 중에 자세히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점에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후속조치가 나오고 징계 논의와 대책도 나올 것이다.

질문 6) 사진과 자막의 부적절한 사용도 그렇지만 일관되게 문제 되는 게 무시하고 조롱하는 태도인데 관계자들에 대한 조치는?

답변 6) 관련된 분들 중 일부는 업무 배제돼 있고 일부는 업무 중이고 일부는 조사를 받고 있다. 강도 높은 특별감사나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해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가장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 지구인들의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에 문화 다양성 그런 것들이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보강하겠다는 의미이다. 올해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다.

질문7) 조직개편으로 제작 인력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답변7) 방송을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들이 만들어지고 검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했고 올림픽 개회가 다가오며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막판에 일이 몰리면서 벌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코 그게 전부는 아니고 조직개편과 인력 상황이 원인이라기보다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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