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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샤이니-정승환…스윗튠 이형석 작사가가 꼽은 상반기 좋은 가사 3선

기사입력 2021.07.04 09:59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2021년 상반기가 다 지나갔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 나왔던 무수한 노래들 중 어떤 노래가 어떤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전문가는 스윗튠의 이형석 작사가다.

이형석 작사가는 러블리즈(Lovelyz)의 ‘그날의 너’와 ‘찾아가세요’ 그리고 골든차일드(Golden Child) 의 ‘LADY’ 작사를 맡았다.



1. 샤이니 ‘Kiss Kiss’(Don't Call Me - The 7th Album / 2021.2.22 )

작사 : danke(lalala studio)
작곡 : Benjamin Roberts, Tido Nguyen, Stephan Lee Benson, Jeffrey Twumasi
편곡 : Misunderstood

“지금부터 난 너의 속눈썹을 셀 거야 그 떨림을 느낀 뒤 잠깐의 짧은 닿음 끝에 너의 숨의 속도를 잴 거야”


작사를 하겠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끊임없이 당면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인상 깊은 표현을 만들까, 어떤 어투의 화자가 더 매력적인 느낌을 줄까 등등.

아마 열거하자면 여럿 되겠지만 그중에서도 매일 같이 우리를 괴롭히는 건 “어떻게 하면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할까”가 아닐까.

“사랑해요”나 “좋아해요”라는 일반적인 표현이 쓰임에 따라 울림을 줄 순 있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도배해버리면 이내 진부해져버리고 마니까

그런 관점에서 샤이니의 ‘Kiss Kiss’는 키스의 순간을 가장 샤이니스럽게, 고로 이색적이고 청량하지만 또 동시에 능숙하게 표현해낸 곡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같은 구절의 반복으로 내용이 한정적으로 담기게 마련인 후렴구에서 “Eyes nose lips”와 같은 표현으로 확장을 이루어 낸 것도 혀를 내두를 만한 부분이었다.

작사진을 확인해보니 이젠 어느새 그 이름이 익숙해진 ‘danke’ 분들이 작사를 맡으셨더라.

보통 나는 작사로 참여한 앨범의 다른 수록곡도 꼼꼼히 찾아서 들어보는 편인데, ‘danke’ 분들은 내가 러블리즈 분들의 ‘찾아가세요’를 맡아 작사했을 때부터 봐왔던 친숙한(아마도 일방적으로 나홀로) 분들이다. 당시 함께 수록되었던 곡인 ‘꽃점’의 가사가 바로 이분들의 작품이었다.

가사 속 디테일, 그러니까 구체적인 표현을 만들고 다듬는 데 있어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난 배워야 할 부분이 터무니없이 많구나 하고 느낀다.



2. 정승환 ‘러브레터’(다섯 마디 / 2021.5.26))

작사 : 아이유(IU)
작곡 : 아이유(IU)
편곡 : 서동환, 곽진언, 아이유(IU)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구체적인 표현의 중요성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은 그 구체성이라는 게 때로는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이야기는 ‘그저 나만의 이야기’로 남아버리는 건 아닐까, 모두의 공감을 사는 데는 실패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였음을 깨닫게 해준 곡이 그간 몇몇 있었다. 그중 가장 최근의 곡이 바로 이 곡 ‘러브레터’다.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과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 그리고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까지.

세심한 단어 선택과 성실한 면면의 묘사. 이는 듣는 이의 머릿속에 저마다 가장 찰떡같은 캐스팅의 배우진으로 채워진 영화를 그려낸다.

그 영화가 담고 있을 공통의 감정은 분명 ‘보편적’이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가사의 ‘구체적’인 묘사와 서사로부터 발원하는 것이다.

이런 딱딱한 얘기는 제쳐두고서라도, 무엇보다 너무 아름다운 노랫말이지 않나.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 이라니. 이 구절 하나만으로도 한 문단을 째로 오롯이 감탄하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보다 보면 창작의 뿌리 역할을 맡는 건 이런저런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창작자 한 사람의 고유한 감성일 거라고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때론 가사가 아직 얹혀 있지 않은 데모 곡이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곡의 가사는 단출한 어쿠스틱 곡의 감성을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바통 터치 받아 그려낸 느낌이다. 그렇기에 곡과 가사 중에 어느 쪽이 먼저 탄생했을지 몹시 궁금한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3. 아이유 ‘에필로그’(IU 5th Album 'LILAC' / 2021.3.25)

작사 : 아이유(IU)
작곡 : 심은지, 수민(SUMIN), 김수영, 임금비
편곡 : 심은지, 김수영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올해 상반기 중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노래를 뽑아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은 하나의 곡이 아니라 앨범 단위로 대답하고 싶었다.

다름 아닌 ‘아이유 님’(이 표현은 이형석 작사가의 요청을 그대로 담은 표현이다. 존경하는 ‘작사가’이기에 이 표현을 쓰고 싶다고)의 ‘LILAC’ 앨범이 바로 그 이유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 앨범에 수록된 10곡의 모든 가사가 상반기 최고의 가사로 인용될 만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작별의 노래였던 ‘라일락’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보다도 ‘맛있게’ 언어를 활용했다고 생각한 ‘Coin’ 과 ‘어푸 (Ah puh)’ 역시 훌륭했다.

또 개인적으로 ‘아이와 나의 바다’의 가사 첫 줄은 2021년 최고의 도입부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발상이고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가사는 ‘LILIAC’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에필로그’였다.

가사의 핵은 가수의 목소리와 말투, 성격,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필로그’는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와 사람을, 그 사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어렴풋한 내일을 가장 선명하게 그려낸 곡이라고 느낀다.

어릴 적 소중했던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까무룩 잠이 들 수 있던 때를 그리워하던 그가, 쉬이 잠에 들 수 없는 자신이기에 잘 자라는 인사말의 ‘밤편지’가 상대방을 향한 최선의 사랑 표현이었던 그가, 이제는 아무 미련 없이 깊은 잠에 들겠다 말한다.

그리고 어떤 꿈을 꿨는지 함께 이야기 나눌 날이 오기를 조용히 웃으며(화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저 상상컨대) 소망하고 있다. 이보다 아름다운 성장 서사가 어디 또 있을까.

사진 = 스윗튠-이담-안테나-SM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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