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나래 기자] 한국에서 나름대로 대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박병철(34세, 가명) 씨는 연말을 앞두고 지난 2010년을 돌아보면, 그동안의 실적을 인정받아 승진도 하고 의미 있는 한 해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일 년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불면증이다. 처음에는 연초에 맡게 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잦은 야근을 하다 보니 그 뒤로 잠이 줄어들었는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여유가 생겼을 때도 잠자리에 누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불면증을 '괜찮겠지'하며 방치하다 보니 이제는 만성적인 불면증이 되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그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면블랙홀'에 빠진 '워커홀릭' 한국인
박씨처럼 한국인들은 성공을 위해 잠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부터 우리 사회는 잠을 덜자면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성실함으로 보고 미덕으로 여겨 왔다. 이런 인식 때문에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워커홀릭'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잠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일까, 이제는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2배나 증가했으며, 진료비도 지난 2009년에는 120억 원에 달해 '수면경제(sleep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수면제와 알코올 찾을수록 잠은 달아나
수면장애를 일시적으로나마 겪어본 사람들은 잠을 못 자는 고통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 하나만 잘 자도 다음날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반면 '고문 중에 제일 심한 고문은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처럼,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사람의 몸은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극심한 고통에서 가장 쉽게 벗어나고자 찾는 것이 바로 수면유도제(수면제)와 술이다. 하지만, 강하게 끌리는 만큼 그 부작용도 치명적이다.
수면제는 기억력 저하와 강한 내성 및 중독이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단순하게 기억력이 줄어드는 정도에서부터 수면제 복용 후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정도까지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 충동 혹은 식욕의 폭발, 폭력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불면증 환자들 중에 심각한 알코올 의존도를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도 처음에는 한 두 잔의 술이 잠을 잘 오게 한다는 생각에 술을 마시게 되는데 점차 내성과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술의 알코올 성분은 오히려 각성 작용과 이뇨작용을 일으켜 깊은 숙면을 방해하고 잠에서 자꾸 깨게 한다.
허정원 불면증 전문의는 "불면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오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수면장애도 있지만, 이런 일시적 불면도 결국에는 스스로 몸이 약해져 있을 때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게 되어 불면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챙겨주고 깨진 전신의 균형을 되찾아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잠이 찾아오도록 해야 하는데, 망가진 몸의 균형을 하루아침에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듯이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도 완치의 목표를 세웠다면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건강한 숙면을 유도하기 위한 치료법을 찾고, 잠이 오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불면증 전문의 허정원(자미원한의원 원장)
이나래 기자 purpl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