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구위는 더 좋아질 거예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영하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음에도 긍정적인 요소를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직구가 워낙 좋았다"고도 했다. 퓨처스 팀에서 44일을 재정비하고 돌아온 이영하는 최고 147km/h까지 나오던 구속을 이날에는 149km/h까지 끌어 올렸다. 17승 투수로 이름을 알렸던 2017년만큼은 아니라고 평가받았지만 회복세를 보이면서 김 감독의 기대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에도 고초를 겪은 이영하는 갖은 비판을 들어야 했지만 김 감독의 신뢰 속에 한 번 더 기회를 받았다.
다음 등판인 16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더욱 긍정적인 요소를 보였다. 김 감독의 막연한 믿음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영하는 원래 공격적인 투수다. 그런데 제구가 잡혀야 그 모습이 보인다"며 기대 반 아쉬움 반인 듯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영하는 이날 7회에도 등판할 정도로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투구를 했고, 총 88구를 던지면서 그중 직구(57)와 슬라이더(25) 위주로 투구하며 위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에는 볼넷을 단 1개만 기록한 덕분에 효율적인 투구도 가능했다. 그리고 직전 등판보다 직구 최고 구속도 1km/h 끌어 올린 150km/h까지 던졌다.
1회 초 공 9개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한 이영하는 2회 초에는 공 8개만 던지며 또 한 차례 삼자범퇴로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이영하는 이날 4, 6회 초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총 네 차례나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하며 이전 등판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직전 등판이었던 9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4회에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3회까지는 최소 실점으로 막으며 반등 가능성을 비쳤다고 김 감독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영하는 이날 투구에서는 더욱 발전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감독의 안목을 입증했다.
하지만 불운이 이영하의 발목을 잡았다. 수비 도움이 저조했다. 3회 초 1사 1, 2루에서는 박해민의 투수 앞 땅볼 때 1루수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만루가 됐다. 이영하의 송구가 다소 낮기는 했지만 양석환의 미트에 들어갔다가 나온 상황이기에 아쉬움이 짙었다. 이어 이영하는 다음 타자 호세 피렐라에게 던진 초구가 만루 홈런이 되며 첫 실점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1사 2루에서 강민호와 김동엽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이영하는 그 뒤로 안정적인 투구를 해 나갔지만 또 한 번 불운을 겪었다.
이영하는 7회 초 잠시 흔들린 제구 탓에 첫 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에 놓였는데, 이 뒤에 아쉬운 내야 수비 하나가 이영하의 실점이 늘어나는 발단이 됐다. 1사 2, 3루에서 김상수 땅볼 때 유격수 박계범의 1루 송구가 늦었다. 박계범은 홈으로 쇄도하던 3루 주자 강한울을 봤지만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고, 타자 주자를 잡으려 1루에 송구했지만 늦었다. 뜸들이는 사이 타자 주자 김상수가 틈을 노리고 1루에 부리나케 뛰어 갔다. 비디오 판독 끝에도 원심 세이프로 유지됐고, 해당 플레이는 야수 선택으로 기록되며 이영하의 실점도 늘었다.
두산 벤치는 이영하를 이현승와 교체했다. 이현승의 승계주자를 묶으며 이영하의 실점은 더는 늘지 않았다. 이영하는 이날 6⅓이닝 6피안타 2탈삼진 1볼넷 5실점(4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올 시즌 들어 최다 이닝을 던지고도 시즌 최소 볼넷 타이를 기록하며 또 한번 반등 가능성을 보여 줬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잠실, 고아라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