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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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싶었던 아드보카트.

기사입력 2006.01.26 11:13 / 기사수정 2006.01.26 11:13

손병하 기자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더 늦을 뻔 했던 첫 승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경기. 그리고 이기고 싶었던 아드보카트의 후반 경기 운용'

25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4개국 친선 축구대회에서 박주영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에 힘입은 한국이 핀란드를 1-0으로 꺾고 올해 첫 승리를 기록했다.

바람을 안고 싸웠던 전반, 두 차례의 문전 앞 프리킥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던 박주영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잡은 세 번째 프리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빈 파드 스타디움에 강하게 불었던 바람을 등진 박주영은 감각적인 오른발 인프런트킥으로 핀란드의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대거 바뀐 선발 라인업, 혼란스러웠던 전반.

이날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로 후반 교체 멤버로 뛰던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장시키며 지난 UAE전과 그리스전에서의 선수 테스트를 계속했다. 중앙 수비수로 나왔던 김영철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김남일은 올해 들어 첫 출전이었고, 정경호 조재진 김정우 등 아드보카트 감독의 취임 후에도 주로 교체 멤버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아무래도 후반 교체 투입에서의 경기력과 선발 출장에서의 경기력이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조커들의 실질적인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 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끼리여서 그런지 전반 전체적인 팀의 조직력은 엉망이었다.

전반, 7:3에 가까울 정도로 볼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장면들은 몇 차례 나오지 않았었다. 이는 전반 유난히도 많았던 백-패스에서 기인하는 데,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패스 타이밍이나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대표팀의 공격이 시작되면 공간과 사람을 찾지 못한 우리의 허리 진영은 공을 다시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순간들 마다 전체적인 경기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말았던 것. 또,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자 빠르고 세밀한 숏패스 보다는 길게 때려 넣는 투박한 롱패스가 많아져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전반 아드보카트 감독의 목적은 분명히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장학영과 박주영 등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위치 변화까지 테스트받으며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실험도 함께 받았고, 김상식도 중앙수비수로서 가능성을 다시 점검받았다. 그리고 명성으로만 들었던 김남일도 이호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에 올려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하지만, 후반 초반에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아드보카트는 조금씩 첫 승리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했다.

이기고 싶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변화.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반 경미한 부상을 입었던 김영철을 빼고, 유경렬을 투입해 중앙 수비수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후반 2분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진 후 아드보카트의 선수와 전술 운용은 테스트보다는 굳히기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11분 김정우를 이호로 교체 하는 것을 시작으로, 30분엔 박주영과 조재진 대신 이동국 이천수를 투입했고 39분엔 최진철을 투입했다. 모두가 지난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장했던 선수들로 교체한 것이다. 이 부분만 가지고 감독이 승리에 치중했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섣부르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반 전술 변화를 보면 그가 승리에 욕심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간 위치에 있던 김정우를 내리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호를 교체 투입하며 김남일과 더블 보란치를 형성했다. 실점 이후 미드필드 진의 숫자를 늘리며 공세를 강화하던 핀란드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지였다.

또, 박주영과 조재진을 이천수 이동국을 교체한 시점은 핀란드 선수들이 지쳐 흐트러진 전열을 보일 때쯤 이었는데, 공격수의 교체로 인한 추가 득점을 겨냥한 포석 외엔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테스트가 계속 되었다면 더 이른 시간대에 정조국을 투입하는 것이 옳았을 것.

후반 40분경엔 최진철을 투입시키며 4-3-3에서 3-5-2로의 전환을 시도했는데, 미드필더인 김남일과 교체시키며 자연스럽게 수비에 무게를 뒀다. 최진철-김상식-유경렬이 스리백으로 전환하고, 장학영-이호-조원희가 사실상 앞선 수비 라인을 구축하며 실점에 대한 위협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다.

첫 경기에서의 다소 충격적인 패배와 그리스전에서의 무승부로 인해 이번 핀란드전마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국내 여론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어야 했었다. 하지만, 리드 상황이 주어지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로 승리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비록, 선수를 테스트하는데만 주력하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다짐과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지만, 승리를 지켜내는 과정이 만족스러웠던 한 판이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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