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잠실, 박종규 기자] '얌전하던' 봉중근(27, LG)의 빈볼.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장면이었다.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올시즌 첫 맞대결. 서울 라이벌 팀간의 대결에서 '사건' 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 주인공은 봉중근이었다.
올시즌 4게임에 선발등판, 2승 무패 평균자책 1.80으로 국내무대에 잘 적응해가던 봉중근. 이날도 4회까지 2안타 1실점으로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전 등판까지 줄곧 시속 130㎞ 후반대의 직구구속을 기록했던 그는 이날 140㎞ 초반대의 직구를 뿌리기 시작했다. 2회말 김동주 타석에서 던진 8개의 투구 중 7개가 140㎞를 넘는 등 자신의 구위를 되찾은 듯 했다. 덩달아 체인지업도 위력을 발휘했다.
1-0으로 두산이 앞선 상황, 마의 5회는 찾아왔다. 봉중근은 첫타석에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허용한 고영민(23)에게 다시한번 좌익수쪽 2루타를 허용, 무사 2루의 실점위기를 맞았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속 이대수(26)의 보내기번트 타구가 고르지 못한 그라운드 덕에 안쪽으로 휘어 내야안타로 둔갑한 것이다. 순식간에 무사 1,3루.
곧이어 민병헌(20)의 빗맞은 타구가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하게 흘러 내야안타가 되었다. 3루주자 득점으로 2-0.
이종욱(27)의 보내기 번트로 계속된 1사 2,3루 상황에서 2번타자 윤재국(32)이 초구 스퀴즈번트를 시도했다. 이를 간파한 LG 배터리는 피치아웃으로 3루-홈 사이에서 3루주자 이대수를 묶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협살플레이 도중 포수 조인성(32)이 이대수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간주되어 3루주자의 득점을 인정, 3-0이 되었다.
계속된 1사 1루, 봉중근은 초구 시속 140㎞짜리 직구를 안경현(37)의 머리로 향해 던지고야 말았다. 이에 격분한 안경현은 봉중근에게 달려들어 두 선수가 서로 엉켰고 일순간 양팀 덕아웃의 선수들이 몰려나와 난투극을 벌였다. 이로 인해 봉중근과 안경현이 동시에 퇴장당했다.
7분간 경기가 중단된 뒤 속개된 5회말, LG는 1사 만루에서 터진 최준석(24)의 3타점 3루타로 추격의 의지를 잃고 말았다.
다양한 구속의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투구로 침착한 이미지를 쌓아가던 봉중근. 하지만 계속되는 애매한 상황에 평정심을 잃고 물의를 일으키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엔 오랜 시일이 걸릴 듯하다.